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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이제는 쫓겨야 한다

나원재 기자 기자  2013.09.12 17: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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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기업의 기술력과 문화까지 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 디자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기능적인 요소를 모두 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품 디자인의 변화는 특히 중요하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기업의 경쟁력과 뗄 수 없는 중요한 전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다.

하다못해 '이쑤시개'도 각 나라와 기업의 개성을 그대로 녹여낸 경우가 있을 정도니, 디자인의 표면적인 중요성은 재차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사료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위상이 대단하다. 올 상반기 기준 IM(IT·모바일) 사업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액의 반절을 이미 훌쩍 넘어섰고, 영업이익 비중은 70%에 육박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애플사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흐름을 주도해왔지만, 삼성전자는 판도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단적으로 쫓기는 기업과 쫓는 기업 간의 경쟁구도로 본다면, 애플사는 그간 많은 부담을 떠안았을 것이다. '아이폰'부터 '아이폰5'까지 매번 선보인 제품에 시장은 혁신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아이폰5'만 봐도 화면만 길어졌을 뿐, 전작에 비해 나아진 곳을 찾아볼 수 없다는 냉혹한 평가만이 남았다. 내부 스펙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제품 디자인에 기업의 혁신이 고스란히 담겼을 것이란 기대치는 그만큼 컸을 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2년 넘게 이어온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법정공방이 중요한 이유다. 이제는 쫓고 쫓기는 입장이 역전됐지만, 혁신을 논할 때 디자인은 여전히 1차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세간의 시선은 이제 삼성전자 제품 디자인을 향해 돌팔매질을 할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삼성전자는 이미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사와 '갤럭시S', '갤럭시 노트'로 디자인 특허 소송전을 시작한 후 내놓은 '갤럭시S3', '갤럭시S4'에 대한 평가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4'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변화를 꾀했다고 밝히며, 화면과 배터리 용량은 전작보다 크고 늘었지만, 두께와 무게는 얇아지고 가벼워진 한편, 초슬림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시 전작과 디자인 측면에서 유사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3'에서도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바라본 유저들의 시선은 냉혹했다. 이 또한 1차적으로 디자인에 무게를 둔 평가다.

이를 두고 그간 '관리의 삼성'이 모험적인 디자인을 포기하고, 원가절감 등 생산효율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던 게 사실이다. 신제품은 쏟아지지만, 혁신을 찾아볼 수 없다는 유저들의 평가도 매번 같은 패턴을 보였다.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기업이 혁신을 주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멍에로 남을 수 있는 디자인 보다 기업 고유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기업의 지속성과 더욱 밀착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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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위가 내놓은 스마트폰 고객만족도에서 LG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디자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애플은 사용편의성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삼성전자는 사후관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의 삼성전자는 이제 여러 면에서 경쟁사들의 견제를 받을 것이고, 이미 경쟁 구도의 재편도 점쳐지고 있다. 쫓는 기업 '삼성전자'가 아닌, 쫓기는 기업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