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카파라치 시행 9개월… 온라인 불법모집 '여전'

10개월간 신고건수 111건에 그쳐… 불법모집 음성화 부추긴 꼴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9.12 17:09: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 주유카드가 필요한데 알아보니 A카드가 전월 실적 없어도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이 되네요. 만들고 싶은데 연회비가 너무 비싸요. 혹시 연회비 없이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A카드 연회비 해결해 드립니다. 카드발급은 1~2일 걸리고 배송은 1주일 이내로 됩니다. 문자나 쪽지로 발급문의 바랍니다.

신용카드 발급시 연회비를 대납해 주거나 과도한 경품을 지급하는 온라인 불법 모집이 성행하고 있다. 카파라치 등 신용카드 불법모집에 대한 정부 단속이 강화됐지만 적발이 어려운 온라인 등으로 활동범위를 넓힌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관련 검색어로 검색만 해도 연회비 무료 카드를 찾는 고객들에게 여러 개의 댓글이 달린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밀 댓글' 등을 통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뒤 카드설계사가 추후 카드연회비를 대납해주거나 현금을 지급해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신용카드 불법모집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파라치는 공공장소의 거리모집이나 신용카드 연회비의 10%를 넘는 과다 경품 제공, 타사 카드 상품 알선, 미등록 모집 등을 신고하면 건당 10만∼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당시 제도 도입으로 카드 불법 모집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도 운영 9개월간 실적은 초라하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카파라치 신고·접수 건수는 111건에 불과했다. 실제 포상금이 지급된 건수는 34건에 그쳤다. 6월, 7월 신고·접수는 각각 5건, 6건 뿐이였으며 8월엔 15건이 접수됐지만 이중 포상금을 받은 건수는 단 4건이었다.

신고·접수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불법모집 신고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카파라치 신고를 하기 위해선 사진이나 동영상, 녹취록, 가입신청서 사본, 경품 등 불법모집 증거를 모아 20일 안에 신고를 마쳐야 하지만 포상금을 노리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파라치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며 오히려 기존 카드 모집들은 제도가 오히려 카파라치가 카드 모집인의 음성화만 부축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연회비 10%미만의 경품 규정 등을 지키려면 1000~2000원짜리 경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영업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모집인은 "영업환경 악화로 온라인에서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이들을 늘며 카드설계사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고 있다"면서 "길거리 영업보다 온라인 영업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이 쪽의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모집은 1대1 쪽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신원확인 어려워 신고 자체가 쉽지 않다.

전광원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 회장은 "카파라치 제도 시행 후 카드 모집인들이 대거 이탈했다"면서 "금융당국에 불법모집 신고·접수 건수는 적지만 현장에서는 모집인들이 체감하기엔 카파라치들로 영업환경이 매우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회장은 "최근 모집수수료 인하 얘기까지 나오는 등 모집인들이 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데 경품 규정 등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카드모집인의 불법모집은 계속 성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