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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20] 자립의 커피향, 나누어드림협동조합

최우수예비사회적기업에서 더 많은 장애인 품기 위해 조합화 선언

정태중 기자 기자  2013.09.09 14: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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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룬의 장점은 장애인 중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작업 세분화를 통해 마련한 여러 자리 중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컵모양을 잡은 후, 초벌구이 들어가기 전에 사포로 문지는 공정이다. ⓒ 프라임경제  
트룬의 장점은 장애인 중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작업 세분화를 통해 마련한 여러 자리 중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컵모양을 잡은 후, 초벌구이 들어가기 전에 사포로 문지는 공정이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단순히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전(全)생애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특수학급 치료교육 담당이 주된 역할이었다. 그러다 지적장애인들의 직업화를 적극 유도하는 기구로 두리지역복지센터 내에 남동사업단이 설립됐다. 그렇게 운영되던 중에 금년 3월에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신고를 마쳐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고 있다.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한 더치커피와 수공예 도자기 제품 제작을 통해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은 두 개의 별칭을 더 갖고 있다. 트룬이라는 상표가 그것이고, 나누어드림협동조합이라는 조합 간판도 있다.

"못한다고 돌려보내지 말자" 이념 실현 위해 조합 선언

작년 10월 인천광역시에서 '최우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한 트룬은 2010년 5명의 장애인을 채용한 데서 본격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후 꾸준히 퇴사와 채용을 반복, 소폭이나마 인원 증가세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에 7명을 새로 채용, 현재 총 13명의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다.

지금처럼 장애인 고용을 크게 늘리기 위해 기존에 근무하던 장애인 학부형들과 많은 논의 끝에 협동조합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남동사업단의 손민호 단장이 나누어드림협동조합의 이사장을 겸하게 됐다.

  도자기를 제작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도자기를 제작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손 이사장은 "지적장애인을 주로 뽑는데 지적장애인은 모두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된다"며 지적장애인들은 학업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체험식 교육이 아니라 특수학교 졸업과 동시에 실제 전공을 살릴 수 있게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긴 관찰과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이렇게 많은 장애인을 덜컥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는 소명의식이다. 한 명의 아이라도 돌려보내지 말자고 생각한다. 둘째, 세분화된 공정으로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일반 사람들이 각자 재능의 차이가 있듯이 장애인들 역시 같은 장애인이라도 재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라믹 제품을 생산해 보고 있다. 값싼 중국제 제품과 경쟁,판로 개척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다양한 세라믹 제품을 생산해 보고 있다. 값싼 중국제 제품과 경쟁,판로 개척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처음 학생을 받으면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뭘 할 수 있는가 판단하고, 그 결과 공정을 분석해서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주면 된다는 것이다. 재능에 따라 어려운 과정은 잘 하는 사람에게, 형태를 잡는 건 중간인 사람에게 맡긴다. 아무리 장애가 심하다고 해도 간단한 마무리 작업 등의 임무는 맡길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된다.

△일로 만들어 주자 △일 못한다고 돌려보내지 말자 △세분화해서 각자에 맞는 걸 찾아보자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주자라는 것이 트룬의 운영 방침이다.

도자기와 더치커피, 고부가가치를 겨냥하다

트룬은 아무래도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일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주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에코컵 핸드페인팅에서 단순한 컵이나 접시만이 아닌 그림을 그려넣은 독특한 제품들과 각종 생활 공예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벽시계나 도자기를 활용한 상패(감사패) 등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만들어낸 제품은 시설 내의 전기 가마를 통해 구워내고 있다. 가스 가마는 전문 장인들이 사용하지만, 전기 가마의 경우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

  하루 40병(1리터병 기준) 가량이 생산가능한 트룬의 더치커피는 입소문이 나 많은 후원자를 두고 있다. 커피 후원회원 200여명 중 상당수만 협동조합원으로 전환해도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하루 40병(1리터병 기준) 가량이 생산가능한 트룬의 더치커피는 입소문이 나 많은 후원자를 두고 있다. 커피 후원회원 200여명 중 상당수만 협동조합원으로 전환해도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또한 장애인 직원들이 내리는 더치커피 또한 명물이다. 원래 더치커피는 손이 많이 가고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일반 커피점에서도 많은 양을 팔지 않는다. 일반 커피점 입장에서는 애물단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더치커피를 만나는 데 제약이 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역발상을 해 보면, 손이 많이 가는 바리스타 같은 업무보다는 커피 머신을 세팅만 잘 해 놓으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치커피가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손놀림이 서투른 점이 있어 커피 머신에서 일부 부품은 상황에 맞게 자체적으로 직접 만들어 끼우기도 했다. 추출 도구인 챔버를 도자기로 만든 것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막상 써 보니 도자기로 만든 챔버가 더 낫다는 점을 발견해 대만족하고 있다. 

하루 1리터들이 40병 가량을 생산하는 트룬의 커피는 후원판매 형식으로 매월 한 병씩 사 마실 고객을 모집한다. 단순히 후원을 받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낮은 품질의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상당히 양질의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후원자만 200여명. 네팔에서 들여오는 공정무역커피를 인천의 장애인들이 내려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의미에 맛까지 있으니 일석이조의 커피인 셈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기회 제공 역할모델: 지역별 커뮤니티도 만들고 싶어

트룬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마련된 에코컵 핸드페인팅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있다. 아직 작은 회사다 보니 직접 찾아와서 체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행사를 통한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일체험교실과 방과후 교실,평생교육 ,장애우직업전환학교, 국비계좌제수업 등 다양한 과정이 운영 중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시계 등 여러 아이템을 공략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시계 등 여러 아이템을 공략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손민호 나누어드림협동조합 이사장(겸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장)이 도자기로 제작된 감사패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의 상품화와 좋은 디자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손 이사장은 설명한다. ⓒ 프라임경제  
손민호 나누어드림협동조합 이사장(겸 두리지역복지센터 남동사업단장)이 도자기로 제작된 감사패 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의 상품화와 좋은 디자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손 이사장은 설명한다. ⓒ 프라임경제

체험에 참여하는 인원은 100명선, 그리고 정규교육생과 유치원에서부터 각급 학생들을 합치면 한 달에 약 200명 정도의 교육생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이렇게 커피와 도자기 판매 그리고 후원금 등을 더하면 연매출은 약 2억원. 커피 후원회원들이 조합원으로 순조롭게 전환하고, 현재 도자기 상품의 판로가 더 넓어질 경우 매출의 순조로운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사진은 트룬에서 직접 제작한 도자기 챔버를 사용하는 장면. ⓒ 프라임경제  
사진은 트룬에서 직접 제작한 도자기 챔버를 사용하는 장면. ⓒ 프라임경제
다만, 자체적으로 무한정 몸집을 키우는 것도 길이겠지만, 이제 지역별로도 인천의 트룬과 같은 장애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기대어 자립할 수 있는 조직들을 여럿 더 만들고 서로 연대하는 커뮤니티화를 추진하고 싶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생각이다.

최 이사장은 서울 연신내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의논을 해 왔다면서 제품 생산을 위해 전수할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기 보다는 장애인들이 평생을 두고(전생애적) 일하고 생활을 함께 해 나갈 조직을 꾸린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커피와 도자기를 만드는 조직에서, 이제 장애인들이 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빚어내는 중간지원조직 역할로 트룬의 시야와 목표는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