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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사능과 올림픽 유치, 정신 못 차리는 일본

정태중 기자 기자  2013.09.07 1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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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의 방사능 유출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후쿠시마산 농산물 먹기 운동까지 벌여가며 방사능 문제를 덮어오던 일본이 지난 8월22일 결국 방사능 오염에 항복하고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흘러간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30조 베크렐로 정상가동시 연간 허용치의 100배가 넘는다고 한다. 보관 탱크에서 바다로 유출된 오염수도 하루 300톤이 넘는다고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결을 위해 470억엔(약 5170억원)을 투입해 원전시설 주변의 토양을 얼려 지하수의 유입을 막을 차수벽을 건설하고 방사능 물질 제거를 위한 장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수벽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14년 중 완성시킬 방침이다.

오염수 해결을 위해 나서는 일본 정부의 행동은 좋으나 그동안 유출될 오염수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적어도 앞으로 1년간은 매일 300톤이 넘는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말이다.

다나카 슌이치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원전 주변이 모두 오염됐기 때문에 기존 파악방식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했고, 더군다나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 BBC는 방사능 문제 해결까지 4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는 지금 방사능 문제가 언제 해결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일본이 지금까지 사실을 덮어온 이유는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다. 방사능 오염 이슈로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는 것을 우려하여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서야 도움을 요청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실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상황은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동안 부정적인 주장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자력으로 해결 가능하다던 일본이 이제와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도움을 요청하니 전 세계인들의 불신과 난감함은 극에 달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의 올림픽에 대한 집착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원전 오염 문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2020년 올림픽 개최 전까지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일본의 열기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전해 올림픽 유치를 쟁취하겠다"고 말해 올림픽 유치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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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에 항복하고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한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 전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해봐야 올림픽 유치를 위한 입에 발린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림픽에 집착하는 일본 정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사능 오염은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문제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하루빨리 정신 차리고 전 세계와 협력해 방사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