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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꿈고픈 청춘, 희망·행복 얹어 '쌈'싸 '드림'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9.06 10: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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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친 청춘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쌈드림.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혹시 일주일 가운데 이유 없이 나른하고 유독 힘든 요일이 있으신가요? 필자에게는 목요일이 바로 그런 날인데요.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오랜만에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아, 제 집은 노량진인데요. 젊은 청춘들이 가득하지만 그다지 활기차지는 않은 곳이죠. 모두 그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각종 시험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즐길 여유도 쉴 여유도 없는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전쟁일 테니까요.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는 천막 안의 청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더군요. "안녕하세요? 이것 좀 읽어보시겠어요?" 청년이 내민 것은 엽서였습니다. 청년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다녀가신 분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주신 건데요. 엽서를 읽어보시고 글이 마음에 와 닿으시면 가져가셔도 좋아요. 대신 다음 분을 위해 엽서에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누군가의 한마디가 삶의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뭉클하다 = 이보배 기자
여기 이 엽서가 필자가 가져온 엽서입니다. 물론 엽서 한장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엽서에 글을 적는 동안 청년은 "당신만을 위한 곡을 연주해드리겠습니다"라며 멋진 피아노 연주를 들려줬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천막 한 쪽 면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사랑하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 타인을 위한 응원의 글로 가득했습니다. 하나하나 읽어보니 왠지 모를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 천막은 노량진에서 꽤나 유명하더군요. 청년은 이 천막을 '쌈드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쌈'은 재료 자체의 신선한 맛과 향,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속 재료의 장점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음식, '드림'은 주다의 높임말과 'Dream' 꿈꾸다의 중의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청년은 쌈드림을 통해 세상의 선한 장점들을 모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꿈을 품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특별한 꿈을 꿔야할 청년들이 지치고 힘들어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청년의 용기와 행동이 참으로 멋졌습니다. 벌써 250여명의 사람들이 릴레이 엽서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서로를 응원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목요일 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노량진을 찾아온다고 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세상의 행복을 얘기하고 희망을 릴레이 하는 쌈드림 청년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네요. 이제 당신의 얘기가 듣고 싶습니다.

   한쪽 면은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 이보배 기자  
한쪽 면은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 이보배 기자

아참, 쌈드림은 요일별로 다른 장소에서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어요. 비오는 날은 만날 수 없으니 유념하세요. 월요일은 이수역 오후 7시~9시까지고 △화요일 사당역 (14~16시) △수요일 노량진초등학교 육교 앞(20~22시) △목요일 노량진 강남교회 앞(20~22시) △금요일 종로5가(12~2시)에서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