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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8] 전통공방이 SSM에 비누납품을? '한국공예전승협회'

'전통 중심' 서울과 '창조적 체험학습' 인천의 경영조화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05 16: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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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9년, 서울 인사동의 한 공방. 방문객도 많이 않아 고즈넉하게 작품을 만들던 이 곳에서 '체험학습'을 가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공방이 위치하고 있던 곳이 외국인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공예를 '체험'한다기 보다는 팔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개공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이 외국인은 물론 각급학교 체험학습에 이르기까지 공예를 접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파생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 프라임경제  
이렇게 아름다운 자개공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이 외국인은 물론 각급학교 체험학습에 이르기까지 공예를 접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파생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정명례 대표는 이 부분이 앞으로 공예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대학에 설치된 어학당(한국어교육원) 등을 찾아 외국에서 한국을 알기 위해 건너온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공예를 알릴 길이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서울과 인천 두 곳에 본부를 두고 자개·한지 등 전통공예부터 동판화·스텐실공예 등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체험학습에 이르기까지 넓은 공예 영역을 아우르는 한국공예전승협회의 시작이다.

◆전통공예부터 출발해 생활공예를 익혀…늘 배우는 자세로

   인사동 서울본부에서 공예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  한국공예전승협회  
인사동 서울본부에서 공예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 한국공예전승협회
인사동의 체험공방 예손에 뿌리를 둔 서울본부는 한지나 자개(조개 껍질을 썰어낸 조각) 등 전통공예에 강세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제물포역 근방에 위치한 인천본부는 학생 체험학습 진행과 각종 공예간의 융합, 새로운 생활공예의 발전 등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의 공예는 점차 생활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것, 기능을 익혀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시류를 진단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부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온 인사동은 외국인 등 방문객들이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인천에서는 각종 학생들의 체험학습과 생활소품에 비중을 둬 일종의 역할 분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공예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처음에는 몰이해와 푸대접에 신통찮은 반응 뿐이었지만, 각 대학의 외국어학당 등부터 시작해 이후 코스모스여행 등 여러 곳과 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의 수요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여기에 인사동에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더해졌다.
   자개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실제로 전통공예를 접해 보는 시간. ⓒ 한국공예전승협회  
자개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실제로 전통공예를 접해 보는 시간. ⓒ 한국공예전승협회

그런 가운데 학교 등의 체험과 주부 등 교습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자연히 서울쪽은 전통공예에 강하게, 인천은 대신 창의적인 분위기로 여러 실험적 노력을 해 볼 수 있는 체계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게 됐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 곳의 강사들은 특정하게 강세를 가진 영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문을 배우고 접목시키는 것에 노력과 시간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다. 정 대표는 "게을러질 수 없는 구조"라며 웃는다. 실제로 화려한 전통공예인 자개와 현대적 감각의 비즈공예는 일부 영향을 주고 받을 여지가 있다. 전업으로 일하는 강사가 8명인 상황에 한지와 자개 등 전통공예부터 스탠실부터 천연비누, 한지공예와 동판화 등 여러 부문에 심지어 케익을 꾸미는 먹거리 체험에까지 다각도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학습 통해 강사로 성장 혹은 자기 공간 개업 가능

이렇게 점차 생활공예의 여러 부문으로 관심을 넓히고, 방문체험학습 등으로 수요 개발을 하게 되면, 전업으로 일하는 강사 외에도 부업으로(파트타임) 참여하는 강사진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게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단기간의 체험 수요 외에도 20여명의 성인반 수강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꾸준히 공예를 익히고 활동을 한 후 독립을 해 개인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강사로 일하기도 한다.
   비즈공예 등 각종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공예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관련 영역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프라임경제  
비즈공예 등 각종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공예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관련 영역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인천아시안게임에 즈음해 마스코트를 각종 공예로 제품화하는 시험적인 제작을 진행해 보고 있다. 한국공예전승협회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업화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크게 얻은 점을 인식, 사회적인 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인천아시안게임에 즈음해 마스코트를 각종 공예로 제품화하는 시험적인 제작을 진행해 보고 있다. 한국공예전승협회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업화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크게 얻은 점을 인식, 사회적인 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프라임경제
   SSM에 납품 시동을 건 한국공예전승협회의 천연비누. ⓒ 프라임경제  
SSM에 납품 시동을 건 한국공예전승협회의 천연비누. ⓒ 프라임경제

꾸준히 자기계발과 성장을 위해 교류를 주고 받다 보니 여러 질높은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노려 각종 마스코트 제품을 공예의 여러 형식으로 시험 제작해 보고 있으며, 이마트 에브리데이(SSM)에 천연비누를 납품도 시동을 건 상황이다. 겔로이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납품하는 형식으로, 소규모 제작사로서 꾀하기 힘든 판로개척과 물류관리 효율화 능력을 빌리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미 3600개 초도물량이 나갔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매출 두배 예상, 지자체 도움 성장 기억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로 보답'

작년의 경우 약 1억1000만원선의 매출을 올린 한국공예전승협회는 올해는 더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동기 대비 2배를 기록하고 있어, 약 2억원을 넘기는, 많으면 2억5000만원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나름대로 좋은 성과와 금년 6월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이 돼 전통공예를 알리기 위해 기울여 온 그간의 노고에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 등 결실이 크지만 , 처음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보통 전통공예는 인간문화재 등 전승 중심의 소극적인 틀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공예와 체험을 접목하겠다는 단체의 활동 취지를 널리 알리고 설명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국공예전승협회 관계자들이 작업 중인 인천본부 내부 모습. ⓒ 프라임경제  
한국공예전승협회 관계자들이 작업 중인 인천본부 내부 모습. ⓒ 프라임경제

하지만 처음에는 인천시 남구로부터 남구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됐고, 이후 인천광역시에서 지정하는 인천형 1차 예비사회적기업, 인천형 2차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던 점이 물꼬를 틔우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인천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은 한국공예전승협회가 초기에 협회라는 모호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의
   정명례 한국공예전승협회 대표가 여러 학교 체험학습 스케쥴 등이 적힌 일정표 앞에 섰다.  ⓒ 프라임경제  
정명례 한국공예전승협회 대표가 여러 학교 체험학습 스케쥴 등이 적힌 일정표 앞에 섰다. ⓒ 프라임경제
날개를 펴는 데 큰 힘이 됐다. 보통 관공서의 각종 지원대상은 그 조건이 법인일 것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법인이 아닌 일반과세자 등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남구형 예비사회적기업 같은 경우 5개월여간 법인체가 아닌 상태에서도 준비 단계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줬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체력을 다진 후에 과정을 거쳐 주식회사 전환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도움에 힘입어 오늘이 있는 만큼, 당초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기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점차 이행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곧 새로 채용하는 (강사) 1명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창출로 채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을 해 보니,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함께 걷는 길임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방 개념으로 경영이 머물렀다면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마는 좀 나태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하다 보니 목표를 세우고 점차 노력하게 된다"면서 개미처럼 늘 아이템 싸움을 하고 연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곧 '예비'를 뗀 '사회적기업'으로 더 튼튼하게 뻗어나가고 싶다는 각오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