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05 16:19:07
[프라임경제] 2009년, 서울 인사동의 한 공방. 방문객도 많이 않아 고즈넉하게 작품을 만들던 이 곳에서 '체험학습'을 가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공방이 위치하고 있던 곳이 외국인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공예를 '체험'한다기 보다는 팔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개공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이 외국인은 물론 각급학교 체험학습에 이르기까지 공예를 접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파생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 프라임경제 |
하지만 정명례 대표는 이 부분이 앞으로 공예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대학에 설치된 어학당(한국어교육원) 등을 찾아 외국에서 한국을 알기 위해 건너온 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공예를 알릴 길이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서울과 인천 두 곳에 본부를 두고 자개·한지 등 전통공예부터 동판화·스텐실공예 등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체험학습에 이르기까지 넓은 공예 영역을 아우르는 한국공예전승협회의 시작이다.
◆전통공예부터 출발해 생활공예를 익혀…늘 배우는 자세로
인사동 서울본부에서 공예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 한국공예전승협회 |
정 대표는 "지금의 공예는 점차 생활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것, 기능을 익혀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시류를 진단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부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온 인사동은 외국인 등 방문객들이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인천에서는 각종 학생들의 체험학습과 생활소품에 비중을 둬 일종의 역할 분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공예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처음에는 몰이해와 푸대접에 신통찮은 반응 뿐이었지만, 각 대학의 외국어학당 등부터 시작해 이후 코스모스여행 등 여러 곳과 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의 수요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여기에 인사동에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더해졌다.
자개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실제로 전통공예를 접해 보는 시간. ⓒ 한국공예전승협회 |
그런 가운데 학교 등의 체험과 주부 등 교습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자연히 서울쪽은 전통공예에 강하게, 인천은 대신 창의적인 분위기로 여러 실험적 노력을 해 볼 수 있는 체계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게 됐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 곳의 강사들은 특정하게 강세를 가진 영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문을 배우고 접목시키는 것에 노력과 시간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다. 정 대표는 "게을러질 수 없는 구조"라며 웃는다. 실제로 화려한 전통공예인 자개와 현대적 감각의 비즈공예는 일부 영향을 주고 받을 여지가 있다. 전업으로 일하는 강사가 8명인 상황에 한지와 자개 등 전통공예부터 스탠실부터 천연비누, 한지공예와 동판화 등 여러 부문에 심지어 케익을 꾸미는 먹거리 체험에까지 다각도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학습 통해 강사로 성장 혹은 자기 공간 개업 가능
이렇게 점차 생활공예의 여러 부문으로 관심을 넓히고, 방문체험학습 등으로 수요 개발을 하게 되면, 전업으로 일하는 강사 외에도 부업으로(파트타임) 참여하는 강사진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게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단기간의 체험 수요 외에도 20여명의 성인반 수강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꾸준히 공예를 익히고 활동을 한 후 독립을 해 개인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강사로 일하기도 한다.
비즈공예 등 각종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공예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관련 영역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프라임경제 |
인천아시안게임에 즈음해 마스코트를 각종 공예로 제품화하는 시험적인 제작을 진행해 보고 있다. 한국공예전승협회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업화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크게 얻은 점을 인식, 사회적인 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프라임경제 |
SSM에 납품 시동을 건 한국공예전승협회의 천연비누. ⓒ 프라임경제 |
꾸준히 자기계발과 성장을 위해 교류를 주고 받다 보니 여러 질높은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노려 각종 마스코트 제품을 공예의 여러 형식으로 시험 제작해 보고 있으며, 이마트 에브리데이(SSM)에 천연비누를 납품도 시동을 건 상황이다. 겔로이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납품하는 형식으로, 소규모 제작사로서 꾀하기 힘든 판로개척과 물류관리 효율화 능력을 빌리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미 3600개 초도물량이 나갔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매출 두배 예상, 지자체 도움 성장 기억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로 보답'
작년의 경우 약 1억1000만원선의 매출을 올린 한국공예전승협회는 올해는 더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동기 대비 2배를 기록하고 있어, 약 2억원을 넘기는, 많으면 2억5000만원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나름대로 좋은 성과와 금년 6월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이 돼 전통공예를 알리기 위해 기울여 온 그간의 노고에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 등 결실이 크지만 , 처음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보통 전통공예는 인간문화재 등 전승 중심의 소극적인 틀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공예와 체험을 접목하겠다는 단체의 활동 취지를 널리 알리고 설명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국공예전승협회 관계자들이 작업 중인 인천본부 내부 모습. ⓒ 프라임경제 |
하지만 처음에는 인천시 남구로부터 남구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됐고, 이후 인천광역시에서 지정하는 인천형 1차 예비사회적기업, 인천형 2차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던 점이 물꼬를 틔우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인천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은 한국공예전승협회가 초기에 협회라는 모호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의
정명례 한국공예전승협회 대표가 여러 학교 체험학습 스케쥴 등이 적힌 일정표 앞에 섰다. ⓒ 프라임경제 |
이 같은 도움에 힘입어 오늘이 있는 만큼, 당초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기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점차 이행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곧 새로 채용하는 (강사) 1명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창출로 채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을 해 보니,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함께 걷는 길임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방 개념으로 경영이 머물렀다면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마는 좀 나태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하다 보니 목표를 세우고 점차 노력하게 된다"면서 개미처럼 늘 아이템 싸움을 하고 연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곧 '예비'를 뗀 '사회적기업'으로 더 튼튼하게 뻗어나가고 싶다는 각오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