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적자생존' MS·노키아 VS 삼성·애플 '강자독식'

가격·특허 무기로 이머징 공략 관건…국내업체들 판도 변화 사전대비해야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9.05 12:02:2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점유율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사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 결정을 시장에 전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이를 해석하는 업계 및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논조가 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쪽이나 일시적으로는 노키아에 호재, 국내업체들에게는 장기적 관점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인수가액 총 54억4000만유로(72억달러) 규모의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방침을 밝혔다. 휴대전화 디바이스와 특허 가치를 각각 37억9000만유로, 16억5000만유로로 잡았고 노키아 종업원 3만2000명도 승계하기로 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MS는 4.6% 떨어진 31.88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나 핀란드 헬싱키증시에서 노키아는 34% 치솟으며 3.97유로로 34% 급등세를 연출했다.

◆'MS·노키아공조' 새롭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지만…

전문가들의 시장관측을 방증한 것 같은 이날 주가에 대해, 시장은 이미 MS와 노키아가 한 우물을 파면서도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MS의 윈도폰 운영체제(OS)를 채용한 스마트폰을 여러 업체가 생산 중이지만 윈도폰 안에서 노키아의 입지가 절대적이어서 노키아는 곧 MS윈도폰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MS의 노키아 인수가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월 기준으로 노키아는 전체 윈도폰 80.2%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권 연구원은 "어떤 업체가 붙느냐를 떠나서 윈도폰OS가 과연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데, 소비자들은 이미 iOS와 안드로이드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윈도폰이 스마트폰에서 일정 영역을 차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MS와 노키아는 PC와 피처폰 시대에서는 항공모함이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침몰하는 타이타닉일 뿐"이라며 "수년 내에 스마트폰 산업에서 MS가 시장 판도를 바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 이슈 자체에 돋보기를 들이밀지 않고 모바일시장 재편 및 삼성전자를 위시한 향후 시장대표군의 위상 재정립에 대한 전망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MS가 삼성전자, 애플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노키아 인수 메리트인 특허를 무기 삼아 저가폰 시장에 나서게 되면 새 판도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피처폰을 포함한 노키아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14%로, MS는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신흥국 등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노키아는 올해부터 50달러 미만의 저가폰 판매로 이머징마켓에서 수익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글과는 다를 MS전략 "설마 돈 놓고 돈 먹기?"

이런 추론 속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가 국내업체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며 적정한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는 데 견해를 일치시키고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포지션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 구글, MS 등 IT 시가총액 빅3가 OS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갖춘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며 "일부에선 삼성의 리스크로 볼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비책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 성장둔화 시점에서 플랫폼 보유 사업자가 증가하므로 경쟁이 격화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이번 인수 건을 기존 경쟁자들인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에게 오히려 기회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 연구원과 마찬가지 풀이를 내렸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결론은 같았다. 노 연구원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이 아직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MS의 노키아 인수도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MS의 윈도폰 시장점유율은 3.3% 수준이며 80% 이상을 노키아가 팔고 있는 만큼  MS가 배려할 스마트폰 업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천문학적 자금력을 지닌 MS는 아주 낮은 가격에 윈도폰 판매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풍부한 자금력으로 3~4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윈도폰은 스마트폰 판매가격을 내리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더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 이미 특허 관련 로열티를 받고 있는 MS가 노키아의 추가 특허로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저가 전략과 특허 공세에 대한 방어전선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