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상생 등진 홈플러스 배 좀 부르시나요?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9.04 16:34:2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 야누스. 그는 '두 얼굴'을 갖고 있기로 유명한데요.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 구분이 없다고 해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를 문의 수호신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얼굴 하나는 과거를, 또 다른 하나는 미래를 보는 야누스는 원래 좋은 의미의 신이었다고 해요. 환영과 환송, 또는 묵은 때를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였다 네요.

   = 박지영 기자  
= 박지영 기자
그런 착한(?) 야누스가 나쁘게 전해지기 시작한 건 신성 로마제국 백작인 '앤서니 애실리쿠퍼로' 때문이라고 합니다. 앤서니 애실리쿠퍼로는 자신의 작품에 야누스를 이중적 이미지를 가진 신으로 묘사했다고 해요. '한쪽 얼굴론 미소를 짓지만 다른 쪽 얼굴로는 분노를 표출하는 신'이라고 썼다네요.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를 논하고 있자니 한 달에 두 번 꼬박꼬박 필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 떠오릅니다. 동그라미 안에는 뭐가 들어갈까요, 친구? 아닙니다. 애인? 아니죠. 부모님? 땡! 바로 '홈플러스'입니다.

필자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홈플러스는 왜 격주 금요일마다 필자에게 친히 문자를 보내는 걸까요. 가장 최근에 보낸 8월28일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080-204-8000'번으로 온 문자에는 '홈플러스면목점 8/25(일) 휴무 당일 7만원↑ 결제시 5천원 상품권 증정~ 8/24일 방문&문자제시'라고 적혀있습니다. 즉 '25일 의무휴업이니 그 전에 와서 장도 보고 상품권도 타가라'는 안내장(?)인 셈이죠. 

'월 2회 의무휴업'은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이 상생협력을 약속하며 맺은 조약입니다. 심지어 이 약속은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이 직접 한 것이기도 한데요. 당시 홈플러스 대표를 겸했던 이 회장은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으로서 중소상인에 이 같은 약속을 전한 바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야누스적 얼굴은 비단 이 회장뿐 아닙니다. 홈플러스 인터넷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버젓이 '홈플러스는 중소상인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자율휴무를 시행합니다'라고 팝업창이 뜹니다.

콕 찝어 홈플러스만 나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월 2회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아직도 넘쳐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자 내용입니다.

백번 양보해 문자의 의미가 '홈플러스 휴무 때 고객이 찾아와 혹여 헛걸음을 하게 될까봐 보낸 것'이라고 한다면 그 내용을 '8/25일은 자율휴무입니다. 그날은 재래시장을 애용해 주세요'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