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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⑩] 이슬람금융 우리나라 도입 된다면?

"수쿠크는 그나마… 은행·채권? 가능성 없어"… 새 시장 확보 관건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9.03 1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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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적으로 이슬람금융에 대한 논의가 뜨겁지만 국내에서는 2011년 이후 이슬람금융에 대한 관심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수쿠크 발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무산되며 '금융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이슬람시장을 놓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속적인 이슬람금융 도입 논의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국가와 거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금융 도입을 계속해서 늦춘다면 향후 이슬람금융 관련 조직이 없는 것이 해외진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가 이슬람금융 도입에 있어 가장 적절할까. 또한 실제로 이슬람금융은 국내 기업에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알아봤다.

◆이슬람 도입사례 거의 없어 '불가능'

이슬람금융 도입 문제와 관련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문은 2009년에 논의 된 바 있던 수쿠크다. 전문가들은 2011년 당시 외화표시채권의 이자와 동일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조세중립성을 확보하려고 했던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수쿠크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최대 이슬람사원. 이곳은 이슬람교 한국 선교의 총 본산으로 지난 1970년 한국 정부가 내놓은 부지에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금으로 지어졌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최대 이슬람사원. 이곳은 이슬람교 한국 선교의 총 본산으로 지난 1970년 한국 정부가 내놓은 부지에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금으로 지어졌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강대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슬람금융의 구조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쿠크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화의 거래에 대해 실문자산은 면세하고 자본이득과 소득 흐름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수쿠크의 수익을 이자가 아니라 배당으로 처리하면서 면세하는 방향으로 조세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금융전문가는 "2011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특혜가 아니었다"면서 "이자소득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에 맞춰 이자 대신 배당을 주는 형태로 변형됐을 뿐 비과세되는 다른 외화채권과 동일한 상품"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면세가 되지 않는다면 채권 발행기업에서는 전혀 메리트가 없는데 누가 발행하려고 하겠냐"며 반문했다.

또한 강 부연구위원은 수쿠크 발행 방식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조세특례법개정안은 수쿠크의 발행 방식을 무라바하와 이자라로 규정했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품과 프로젝트에 수쿠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발행 방식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강 부연구위원은 "수쿠크 발행의 기초자산도 단지 부동산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외국에서 한국 대기업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평가도 좋고 인지도가 높은 만큼 국내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동철 한국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부부장 또한 우선적으로 자본시장, 프로젝트 금융 쪽에서 역량을 쌓는 방법을 추천했다.

양 부부장은 "상품개발 시에는 구조를 짜야 하는데 처음에는 우리 역량으로 부족한 만큼 파트너나 샤리아, 자문사, 로펌 등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 "검증된 상품을 믿을만한 파트너와 함께 하며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입에 긍정적인 수쿠크와 달리 국내 이슬람 인구 규모와 이슬람은행의 방식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과 예금자 모두 이슬람방식을 활용하기는 무리인 만큼 이슬람은행과 보험의 국내 도입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수쿠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도입하고 있지만 이슬람은행은 비이슬람국가에서 도입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모델자체가 일반금융과 다른 만큼 법률체계가 충돌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도입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남경훈 한국투자증권 대리 또한 "소매금융에 근간이 되는 것은 이슬람 개인자금인데 국내에는 거의 없다"면서 "2011년 당시에도 이슬람금융은 외화조달 창구로만 생각했지 은행과 보험의 도입은 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도입 필요하지만 당장 큰 수익 기대 말아야"

전문가들은 이슬람금융은 실물을 매개로 해 복잡하고 거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 방식을 대체하기보다 일반 금융체제와 공존하는 작은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이슬람금융의 국내 도입은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더욱 균형 잡히고 치밀하게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슬람금융 도입이 한국 금융체제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당장의 큰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슬람금융 도입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슬람금융 도입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슬람금융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긴 했지만 지난 2011년 관련 법 개정에 실패한 적이 있어 국회 법안 발의가 쉽지 않고 개신교계의 반발이 거셀 것이란 이유에서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강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관들이 이슬람금융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이슬람금융 방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자본조달 비용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쿠크의 경우 한국 기관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자가 자본조달 방식으로 이슬람금융 적용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남 대리 또한 "해외채권을 통해 현재 증권사들이 버는 돈은 많지 않다"면서 "발행사 입장에서 좀 더 저렴한 자금을 조달해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고 이슬람채권도 지금 발행하는 해외채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남 대리는 "다만 국내 증권업계가 글로벌IB에 대비해 경쟁력이 낮은 만큼 이슬람금융은 새로운 마켓이 될 수 있고 경쟁력을 넓히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이슬람금융 도입에 대해서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2011년과 달리 현재는 이슬람금융에 대한 이해는 높아졌으나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국회도 법안 발의가 부담스럽고 금융회사 또한 종교계의 반대를 고려할 때 재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남 대리는 "법안 하나가 바뀌려면 기업은 2~3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한번 실패를 경험한 입장에서 재추진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면서 "확신 없이 인력과 시간낭비를 다시 할 순 없다"고 밝혔다.

양 부부장은 "결국 이슬람금융 활용이 필요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 주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현행 법체계에서 이슬람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정립되면 수쿠크 발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