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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⑧] "이슬람금융 규모 2015년엔 2조4000억달러"

[전문가 3인 특별대담] '이슬람금융 전략 어떻게 세울 것인가'

전지현·이지숙·최민지 기자 기자  2013.09.03 16: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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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998년에 이어 2008년, 전세계는 홍역을 앓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그 영향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다양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으로 실질적 자산에 얹힌 실체 없이 설계된 투기적 성향의 파생상품 때문이었다. 이후 세계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았던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단단한 구조의 금융기법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점검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때 부각된 것이 이슬람금융. 실체 없는 금전의 증식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익성보다는 도덕·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슬람금융의 근본 원리와 함께 무한한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제2의 금융 도약의 기회'로 조명 받게 됐다.

현재 세계 이슬람금융 인구는 17억명. 많은 전문가들은 3년 안에 이슬람금융 규모가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 금융 추세의 한 축임이 분명하지만, 한국은 이슬람금융에 대해 무방비상태나 다름없다. 이슬람금융에 대한 밝은 미래를 예견하면서도 어떤 방법을 세우고 구축해 나갈지, 어떤 발전 양상을 보일지, 구체적 실천 방안과 법 개정 등에 대해 막연하다.

프라임경제는 국내의 이슬람금융 핵심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이 어떤 선제적 대응으로 이슬람금융을 받아들이고 전략을 펼쳐 나갈지 진단해봤다.

   '이슬람금융 전략 어떻게 세울 것인가' 전문가 대담에 참가한 3인. ⓒ 프라임경제  
'이슬람금융 전략 어떻게 세울 것인가' 전문가 대담에 참가한 3인. ⓒ 프라임경제

대담에는 양동철 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선임조사역·부부장, 김동환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정지영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신흥경제팀장이 참여했다. 이번 대담은 1차적으로 서면 질의를 통해 답변을 받고 각자 의견이 엇갈리거나 중요한 부분은 전화 취재로 보완했다.

-이슬람금융 역사는 50년 이상 됐고 이슬람금융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오일머니 유입으로 중동지역은 이슬람채권이 본격화되며 발전도 빨라졌다. 그런데 왜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이슬람금융에 주목하고 있는가.

▲양동철 부부장 : 전세계 인구 중 약 1/4 가량이 무슬림이다. 무슬림들은 중동뿐 아니고 동남아, 중앙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주 등 세계 전역에 분포해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말레이시아나 UAE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슬람세계에서도 이슬람금융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반금융 방식을 보편적으로 사용해 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와 교역과 거래 등에 있어 이슬람금융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이슬람세계 국가에서 이슬람금융의 활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잇따른 금융위기와 성장의 한계를 겪는 세계 금융시장이 세계 인구 1/4을 대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주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슬람금융이 주로 활용될 수 있는 대상 국가들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 자원이 풍부해 자원개발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한 국가들인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은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에 있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의미한다.

▲김동환 교수 :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이슬람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낯선 이름이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자거래’를 하지 않는데도 이슬람 금융 기관들의 수익률은 전통적인 금융기관보다 낮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슬람금융 거래는 실체가 있다. 실체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일정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금융 파생상품을 구입하면서 투자하고 생각하지만 한탕을 기대하는 투기에 가깝다. 이슬람금융이 2008년 경제위기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충격은 우리 경제가 받았던 것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회복 속도도 상상보다 매우 신속했다. 이슬람 금융이 철저한 실물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지영 팀장 : 이슬람금융은 실물경제와 밀접히 연관됐고 리스크 분산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경제권 국가(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견조한 성장세 지속 등도 이슬람금융이 주목받는 주요 요인이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008년 글로벌 위기 시에도 이슬람금융은 안전한 금융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추진 등에 따른 금융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슬람금융의 장점이 부각되고 관심이 높아졌다.

- 현재 전세계 무슬림인구는 약 17억명. 이는 세계 인구 25%를 차지하는 수치다. 더구나 유가 상승으로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 등에 축적되는 오일머니, 다수 국가에서 나타나는 적극적인 이슬람금융 도입 움직임 등으로 이슬람금융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금융 자산 규모가 얼마나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래 전망이 밝은 금융계 블루오션으로 여겨도 되는가.

▲양동철 부부장 : 현재 이슬람금융 상품은 소매금융 상품, 수쿠크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상품 범주를 벗어나 무역금융, 자산투자업, 단기금융시장, 리츠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들도 참여하는 등 저변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수쿠크 발행규모도 비약적 성장을 보이고 있고 말레이시아가 연간 발행액의 50% 가량을 차지하던 구조도 다양한 국가들이 발행에 나서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마다 다른 샤리아 적용, 지배구조나 규정 차이 등의 이유로 글로벌 규모의 시장발전이 어렵다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샤리아 적용, 회계규정, 지배구조 등에서 통일된 기준을 확립하려는 노력도 진행중이다. 기본적으로 이슬람금융 상품이 일반금융 상품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없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나 투자자들이 일반금융에서 이슬람금융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따라서 많은 이슬람국가에서 이슬람금융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이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지금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 선(약 10~15%선)을 넘게 되면 해당 경제에서 이슬람금융이 일반금융을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현재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확히 수치를 들어 전망할 수는 없지만 이슬람금융 자산규모는 '전세계 이슬람 경제규모+이슬람금융을 새로운 사업기회나 투자기회로 생각해 참여하는 비이슬람권 국가나 비무슬림들의 투자규모'에 이를 수 있어 현재의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성장 여력은 아직도 크다고 전망한다.

▲김동환 교수 : 현존하는 이슬람 은행 중에서 정부 은행으로는 이집트의 Nasir Social Bank가 1971년에 설립됐고 민간 은행으로는 Dubai Islamic Bank가 1975년에 설립됐다. 이렇게 시작된 이슬람금융 기관 수는 2001년 267개였으며 2009년 180개 이슬람은행을 포함해 436개로 발전했다. 서구 국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은행은 영국에 22개, 미국에 10개, 호주에 4개, 스위스에 4개, 프랑스에 3개 등이 있다. 이슬람금융 기관 자산규모는 2001년 2620억달러, 2008년 7500억달러, 2011년 1조3000억달러에 달했다. Ernst & Young은 이슬람 금융 기관의 자산이 2013년에는 약 1조8000억달러에 달하고 2015년에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0년대 초반 한 아랍계 은행이 공동 프로젝트 현금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무라바하'라는 이슬람 금융 기법을 소개한 것이 영국 이슬람금융의 시작이 됐다. 2004년 영국 이슬람은행 The Islamic Bank of Britain이 설립됐다. 유럽 최초 소매 이슬람은행이다. 2006년, 2007년, 2008년 연이어 이슬람은행들이 설립됐으며 그 수는 22개에 달한다. 2009년을 시점으로 이미 110억 달러 규모로 20개 수쿠크가 발행됐으며 이슬람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20개 법률 자문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정부 경제 정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슬람금융은 세계 이슬람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히 독보적이다.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평균 15% 성장률을 보였지만 성장여력은 아직 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해외 블로그 캡쳐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평균 15% 성장률을 보였지만 성장여력은 아직 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해외 블로그 캡쳐

▲정지영 팀장 : 과거 20년간 이슬람금융은 매년 평균 15%의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10년간 이슬람채권(수쿠크) 시장이 집중적으로 성장했다. 2012년 전세계에서 발행된 수쿠크 규모는 1703억달러에 달한다. 수쿠크 발행국가도 말레이시아(805억달러), 사우디(91억달러) 등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들로 다양하다. 전세계 이슬람금융 자산규모도 2012년 기준으로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고 수쿠크 등 이슬람금융기법에 대한 관심과 이를 도입하는 국가 및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증가속도(연평균 15%)를 유지할 경우 이슬람금융의 글로벌 자산규모는 2015년경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반적인 편견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은 금융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크다. 금융 발전 속도가 더딘 곳에서 만들어진 금융 시스템이 세계 경제와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 의문이 든다. 이슬람국가 내부적인 금융 발전도가 어떤가. 저축, 적금, 대출 등과 같은 은행 및 보험, 연금 상품에 대한 국민들의 금융 인지도 및 활용도가 높은 편인가.

▲김동환 교수 : 이슬람금융이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지만 이슬람국가 국민들이 이런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개설한 구좌에 예치하고 인출해서 사용하는 수준의 단순한 금융거래가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일부 국가의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복지 정책 일환으로 연금이나 사회 보험을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이슬람국가 국민들의 금융인지도나 활용도를 평가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양동철 부부장 : 이슬람권 내에서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까지 이슬람금융이 알려지고 활용되려면 이슬람은행업과 보험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본격적인 이슬람은행업의 역사가 이미 20년이 넘은 곳들은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일반 국민들이 이슬람금융의 구조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익숙한 일반금융상품을 정확히 복제한 이슬람금융상품 버전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기에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일반금융상품과 똑같은 거라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해도 기왕이면 이슬람금융 딱지가 붙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현재 10% 내외인 이슬람금융상품 시장점유율을 2020년까지 약 20% 정도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슬람금융 상품 활용이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성 금융 외에도 일반 소매금융소비자들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슬람권내에서의 금융발전현황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이슬람권이라고 해도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금융발전 정도 및 국민들의 금융인지도 및 활용도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지영 팀장 : 이슬람권에서는 말레이시아의 금융발전 정도가 가장 높고 이슬람금융 상품의 이용도에 있어서도 말레이시아 이슬람금융시장이 가장 앞서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금융발전 정도가 아직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한데다 국민들의 일반적 금융이용 수준도 낮다. 따라서 이슬람금융 활용도 역시 높지 못한 수준이다. 중동 산유국의 경우 UAE와 쿠웨이트, 사우디 및 카타르의 금융발전 수준 및 이슬람금융 활용도가 높고 이란, 이라크 등 주변국의 경우 금융발전 수준이나 이슬람금융 활용도가 인근국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 이슬람금융을 도입한 비이슬람국가로는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이 있다. 이외 비이슬람국가로 확산될 발전 가능성이 있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떠한 환경적 배경이 바탕이 되어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 양동철 부부장 : 비이슬람국가로서 이슬람금융이 확산되고 있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큰 국가의 조건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자국내 일정한 무슬림인구가 있어 이슬람금융 도입의 필요성도 있고, 인력이나 관련 지식, 경험 등 인프라 확보가 가능한 나라(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이슬람권 국가와 꾸준한 경제교류가 있는 나라(한국, 일본 등), 이미 국제금융센터이거나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하여 이슬람금융을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는 나라(영국, 싱가포르, 일본, 룩셈부르크 등) 등이다.

이들 국가 외에는 중국이 이런 조건들을 모두 갖췄다. 중국은 자국내 위구르족 등 투르크계 무슬림 및 회족 등 토착 무슬림인구가 있을 뿐 아니라 한족 무슬림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인들은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와의 교류 등을 통해 이슬람을 받아들일 기회가 많은 편이다. 또 최근 아프리카 진출 등에서 볼 수 있듯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슬람권과의 경제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상해와 같은 국제도시를 국제금융센터화 하기 원하며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슬람금융 활용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이슬람금융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김동환 교수 : 지리적인 인접성과 사회적 유사성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영국 내 무슬림인구(약 280만명)가 프랑스 내 무슬림인구(약 400만명)보다 적지만 영국 정부의 활성화와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한 산·관·학의 강한 연계로 이슬람금융이 급속한 발전을 보이자 인접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이슬람금융 발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자처하던 싱가포르 역시 인접한 말레이시아 내의 이슬람금융 발전 상황에 자극 받아 이슬람금융 도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지리적 인접성과 사회적,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이슬람금융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팀장 : 비이슬람국가 가운데 이슬람채권 등이 유통될 수 있도록 관련세법을 손질한 국가는 영국과 싱가포르 정도에 그친다. 홍콩과 일본의 경우 이슬람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등의 영업과 광고 등은 허용하고 있으나 이슬람금융상품의 본격적 판매에 필요한 제도(세법과 금융관련법 등)의 정비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비이슬람권국가가 이슬람금융상품을 자국 금융시장에서 직접 취급하기 위해서는 이자소득세 등에 대한 법률을 손질해야하는데 형평성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다. 따라서 런던과 싱가포르 등 국제금융 중심지 이외 비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슬람금융상품을 본격 취급하기 위해서는 해당국 정부와 의회 등 입법기관의 전향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도 건설, 플랜트, 화학 등 분야에서 이슬람국가와 오랜 교역을 이뤄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제시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불발되는 등 국내 이슬람금융이 원활하진 않다. 더구나 이슬람 인구가 적다는 것과 금융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하는 현실도 이슬람금융이 도입될 수 없는 이유로 여겨진다. 한국의 이슬람금융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양동철 부부장 : 이슬람금융이 국내에 원활히 도입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 등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며, 경제논리만을 생각한다면 제도 정비에 전혀 무리가 없다. 다만 심리적으로 이슬람금융 도입을 원치 않는 움직임도 있기에 필요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지지부진하며 시간이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의 문제는 '모멘텀'과 관련된다. 국내에서 이슬람금융에 관한 관심은 2007~2008년 및 조특법 개정안 통과가 시도됐던 2011년까지가 가장 컸다. 관심이 커졌을 때 제도가 개선되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조직이 확장되고 시범적으로 몇몇 딜이 성공하면서 점점 시장이 형성되는 그런 구조가 됐어야 하는데 조특법 개정 불발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모멘텀을 잃었다고 본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등이 이슬람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는 호기였다. 외화유동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다른 채널로도 금융을 일으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지금 이슬람금융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선도적인 몇몇 기관 외에는 익숙하지 않고, 불확실성도 크며, 제도 정비가 안된 이슬람금융 구조를 선뜻 활용하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김동환 교수 : 이슬람금융 도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부족하다. 영국이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가 먼저 앞장서 금융 정책을 수정하고 추진,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슬람 금융과 이슬람경제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학문적인 접근 없이 단순 경제 논리로서 이슬람금융을 추진하려는 근시안적인 접근은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정지영 팀장 : 우리나라는 2009~2011년 이슬람채권 발행에 필요한 세법 개정 추진 과정 중 국회에서 기독교계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추진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슬람교에 대한 기독교계의 부정적 인식(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와의 연계)이 사라지지 않고 법안 심의를 담당하는 정치인들의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경우 앞으로도 이슬람금융을 한국에 본격 도입하기에는 선결 과제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긍정적 미래를 꿈꿔보자. 국내에 이슬람금융을 도입한다고 가정하고 구체적 방식을 설계한다면 어떤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는가. 그에 따른 정부차원의 지원은 무엇이 있나.

▲양동철 부부장 : 시장 필요에 따라 순리적으로 하되, 법규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쿠크나 프로젝트금융, 증권, 보험 외에도 이슬람금융은 도소매, 장단기 금융 전분야에 걸쳐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 우선 도입한다는 방식보다는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필요가 현실화되는 부문부터 도입해야한다.

정부차원에서 이슬람금융 도입을 적극 장려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슬람권 국가와의 경제교류 및 금융의 해외진출 경쟁력 차원에서 이슬람금융 개념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슬람금융 활용이 필요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한다.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평균 15% 성장률을 보였지만 성장여력은 아직 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해외 블로그 캡쳐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평균 15% 성장률을 보였지만 성장여력은 아직 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해외 블로그 캡쳐

▲김동환 교수 :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심각한 수준인 국내 여건 상, 소매 이슬람금융 거래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등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슬람금융 도입이라는 주제만을 놓고 본다면 2011년 입법 자체가 무산됐던 이슬람채권 발행이 가장 적절하다.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이슬람금융을 도입할 것인가에 따라 지원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정부 내에 이슬람경제와 금융을 연구하는 그룹을 형성, 이미 앞서 나가는 선두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한국이 이슬람금융을 도입한다고 해도 아주 늦은 후발 주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 크기는 단순히 금융 거래 규모나 실적이 아니라 얼마나 우리가 이슬람금융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진행되는가일 것이다.

▲정지영 팀장 : 먼저, 이슬람금융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영국, 싱가폴 등에서도 초기형태의 이슬람채권을 유통시키는 점을 참고해 이슬람금융이 지닌 장점을 홍보함으로써 국민이 이슬람금융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슬람금융 전문가 육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국내 대학에 개설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도 좋다. 이슬람금융을 주도하는 말레이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이슬람금융과 관련된 선진 기법들을 전수받을 필요가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이슬람금융수단을 국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도 좋다.

-석유 재벌 록펠러, 금융계 황제 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미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유대인이 많다. 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30%, 경제학 관련 수상자 41%, 미국 명문대학의 교수 61%,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임직원 30%가 유대인이기도 하다. '오늘날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 만큼 힘 있는 유대인의 배경은 바로 그들의 정신 즉 철학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슬람을 바라본다면 이슬람금융으로 세계경제가 흔들릴만한 때가 올 것으로 예측하나.

▲양동철 부부장 : 이슬람의 가치는 통전적(wholistic)이다. 즉, 종교로서의 이슬람과 삶의 여러 부분으로서 이슬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슬람의 세계관은 유대-기독교적 세계관과 공통점이 있다. 이슬람금융은 2000년 이후 세계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고 1950~1960년대 이후 이슬람의 가치를 종교적 분야뿐이 아닌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자는 '이슬람화(Islamization)'의 일환인 '이슬람 경제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금융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는 구별되는 이슬람정신에 뿌리를 둔 경제, 금융체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이슬람금융 관련 학자들은 이런 점에서 이슬람금융이 빚으로 일어선 서구 자본주의 금융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보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슬람금융이 더 정의롭고 윤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슬람권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에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 시민사회와 경제발전이 이슬람의 가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증거로 이슬람금융을 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동이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실험은 중요하다. 무슬림이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슬람금융이 정말 자본주의 경제 (또는 금융)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슬람사회에 큰 의미가 될 것이고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에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슬람금융이 결국 자본주의 논리에 함몰돼 기존금융상품과 똑같아져 버리는 융합(convergence)현상이다. 처음 이슬람가치를 구현하겠다는 정신은 사라지고, 샤리아에 위배되는 요소를 피해 만들기 쉬운 상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재 이슬람금융계의 현실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슬람금융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비무슬림들과 다국적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면서 이슬람금융 관행이 점점 ‘비이슬람적’이 되며 혁신적이지만 논쟁적인 상품 등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이슬람금융이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의 여부는 향후 얼마나 기존 일반금융체계와는 구별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김동환 교수 : 이슬람금융이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불과 십수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이슬람금융 기관이 취급하는 이슬람금융 거래의 방식 대부분이 이슬람의 역사와 같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돈으로 돈을 사고파는 전통금융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그리고 자금과 자금 또는 자금과 노동이 어우러져서 자기가 노력해서 얻을 만큼만을 가져가는 매우 완만한 속도로 현대까지 도달했고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미래를 향해 갈 것이다. 이슬람금융이 세계 경제를 흔들 것인가 아닌가는 이슬람금융이나 경제에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다.

유대교나 이슬람이나 모두 이자 거래를 금지한다. 그런데 유대인들 간의 거래에서는 이자 거래가 금지되지만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거래에서는 유대인이 이자를 받을 수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무슬림들과 비무슬림간의 금융 거래에서도 이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점이 유대교와 이슬람 간의 금융적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정지영 팀장 : 유대인들은 중세 이래 금융업을 주도해 왔다. 구약성서에서 신도간의 '이자' 수수행위를 금지했음에도 중세 유럽의 유대인들은 사실상 교황청의 묵인하에 고리대금업을 독점했으며 금융기법을 획기적으로 발달시켜 근대 이래 금융업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현대 금융자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에 필요한 첨단고급 정보의 확보, 금융을 지배하는 초일류 인재의 육성, 끊임없는 혁신, 금융과 산업의 창의적 연결 등을 통한 금융산업의 주도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슬람금융의 경우에는 이슬람교리의 속성상 이슬람권을 벗어나 금융활동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금융 경제적 수단이 제약됐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금융분야는 창의적 천재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슬람금융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가 육성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금융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기법와 마케팅 수단이 동원돼야겠지만 유태인들이 주도하는 전통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아직 경쟁력이 미약한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러한 이슬람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도, 교육, 금융기관, 금융상품의 네가지 측면에서 이슬람금융을 글로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시장규모나 표준주도 측면에서 신흥국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국내 이슬람금융 도입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슬람금융 인프라의 부족이다. 하지만 금융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한다면 한국외국어대학 등 특수 대학의 전문과도 있다. 이슬람 전문인력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가.

▲양동철 부부장 : 당연히 국내 이슬람금융 인프라는 부족하다. 흔히 이슬람금융 인프라를 말할 때는 제도적 요소,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 인력 및 교육 문제 등을 말한다. 제도적 요소는 지배구조 문제와 연관지어 말하면 어떤 형태의 거래를 검토할 때 금융당국이나 과세당국의 어느 부서에 가서 누구와 협의하면 책임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자문회사나 변호사, 세무사 등의 전문가와 상담해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자문은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유권해석이 있어야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데, 지금은 담당자를 찾는 데만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인력 및 교육 문제도 그렇다. 이슬람금융 자체가 하나의 금융체계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국내에는 수쿠크나 프로젝트 금융, 보험 등에 대해선 어느 정도 전문가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와 관계된 샤리아 이슈, 또는 이슬람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전문인력은 적다. 그렇다고 관련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쉽게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국내에 이슬람금융 관련 사업이 활성화돼 인력 수요가 가시화되기 전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금융을 비롯한 이슬람권과의 상거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샤리아 중에서도 상거래를 비롯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짓는 'fiqh muamalat'에 정통하면서도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내 이슬람금융 여건이 성숙해간다면 이슬람금융 거래의 경제적, 금융적 측면뿐이 아닌 이에 담긴 샤리아 이슈들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 유수의 이슬람금융 교육기관에서는 이슬람금융 상품의 경제적 구조 뿐 아니라 샤리아 측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김동환 교수 : 국내 이슬람금융 인프라는 절대 부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금융을 제외한 이슬람 전문 인력 인프라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이슬람금융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어떤 이는 실제 이슬람금융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지만, 극소수다. 영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사례와 같이 산·관·학이 협력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슬람금융을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도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정지영 팀장 : 국내의 경우 경희대 경영대학원 등 일부 대학에서 이슬람금융 과정을 공식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산하 이슬람금융대학원에도 소수의 한국인들이 등록해 과정을 밟고 있다. 이와같이 개별적이고 산발적 형태의 이슬람금융 접근은 이뤄지고 있으나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이슬람금융 육성 시도는 아직 없다.

국내 증권사 등의 해외지점(싱가포르 등)에서 국내상장주식으로 구성된 인덱스펀드(과거 유리자산운용의 경우 등)흫 판매하거나 싱가폴/말레이시아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이슬람채권 판매 등을 간접적으로 중개하는 등의 현지영업은 이뤄지고 있으나 국내에서의 이슬람금융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나 인프라 수준은 아직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