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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⑦] "이슬람금융, 자본주의 금융 대안 아니다"

[인터뷰] 양동철 한국수출입은행 부부장 "무슬림 공부한 사람들, 이슬람금융에 실망하기도"

전지현·최민지 기자 기자  2013.09.03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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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부 학자처럼 이슬람금융이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자본주의 금융 실패를 보완할 대안적 금융형태이거나, 실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며 돈이 돈을 부르는 채무 기반 경제의 부작용을 치유할 해답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1977년생의 한국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젊은 수장 양동철 부부장. 지난 2003년 수출입은행 입사를 시작으로 현재 부부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력이 남다른 이유는 이슬람금융 석사를 마스터한 국내 소수 전문 인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양동철 한국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선임조사역·부부장. ⓒ 프라임경제  
양동철 한국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선임조사역·부부장. ⓒ 프라임경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10년 돌연 말레이시아 행을 택했다. 4살 난 첫 딸과 5개월 된 둘째, 아내까지 4가족이 함께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그는 이슬람금융의 메카로 떠오르는 말레이시아 INCEIF(International Centre for Education in Islamic Finance)에서 이슬람금융을 수학했다.

무엇보다 그의 주장이 일반적 학계 주장과 첨예하게 다르다는 점이 강한 의구심을 불러왔다. 양동철 부부장은 이슬람금융과 일반금융이 똑같기 때문에 이슬람금융을 통해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못 박는다. 이유가 뭘까?

양동철 부부장은 "대부분의 현대 이슬람금융 상품은 일반 금융상품이 갖는 샤리아에 어긋난 요소를 빼고 실물을 넣어 만드는데, Asset backed가 아닌 Asset based 형태"라며 "금융을 일으키기 위해 실물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나중에 보면 여러 장치를 넣기 때문에 실물에 대해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양 부부장은 이슬람금융이 이상적이고 이슬람 본질에 맞는 형태로 체제와 상품을 디자인한다면 학자들의 주장이 맞겠지만 이런 상품이 상업적으로 실현가능한지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재 사용되는 이슬람금융 상품은 대부분 일반금융 상품을 복제한, 즉 샤리아에 불부합한 요소를 제거했을뿐, 본질적으로는 일반금융과 같은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샤리아학자들 역시 현재 실행되는 이슬람금융 형태가 이슬람적이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양 부부장은 "이슬람에 입각한 정통 상품을 만든다면 시티뱅크나 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취급할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비무슬림들 중 이슬람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금융과 이슬람금융이 비슷해 접근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금융 학파는 본질적 혹은 현실적 부분을 바라보는 두 부류로 나뉜다. 이슬람금융이 일반금융에 비해 윤리를 중시한다는 의견을 서구 학자들이 사용하는데, 이는 이상적인 부분을 본 것"이라며 "실제 나와 함께 공부했던 무슬림들도 이슬람금융에 대해 실망한 경우가 많다. 일반금융과 다를 게 뭐냐면서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그는 이슬람금융이 일반금융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가치가 있기에 세계금융계가 주목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슬람금융계 내에서도 이슬람금융이 자본주의 논리에 함몰돼 일반금융상품과 같아지고 다국적 금융회사 배만 불린다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이슬람금융 상품은 실물을 이용한 구조로 만들지만, 계약서에 그 자산에 대한 형식상 사용권만 부여할 뿐 법적 소유권과 처분권을 주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슬람금융이 'Asset-backed냐 vs Asset-based냐'는 논쟁에 관한 논문과 기사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금융이 '수익손실공유(profit-loss sharing)'구조에 근거해 정의로울 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순전한 형태의 무샤라카나 무다라바 기반 계약이라면 다르겠지만 현재 상품들은 계약서에 이익률을 보장해 일반 차입계약과 동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양동철 부부장은 "이슬람금융은 일반금융과 본질상 같으면서 샤리아에 부합되는 형태로 구조를 짜기 위해 우회 장치를 마련,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조건이 유사한 일반금융상품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이슬람금융 활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국내에서 이슬람금융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왜 있단 말인가. 최근 이슬람금융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강한 부정처럼 여겨지는 그의 주장에 '한국이 모두 속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니 그는 이슬람권 국가와 지속적인 경제교류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슬람금융울 봐야 한다고 답했다.

양 부부장은 "한국은 경제교류 시, 앞으로 보다 많은 이슬람권 국가의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에서 이슬람금융 구조 활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가 매력적인 이슬람금융 형태를 제공할 수 있다면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로 진출한다면 아시아 국가가 타깃이 되기 쉽다"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앙아시아에서는 일반금융회사도 대부분 이슬람금융 부문 자회사를 갖고 있거나 이슬람금융 상품을 판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만 '우리는 이슬람금융을 모르고, 이슬람금융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한국도 계약 형식을 배제하고 실질로써, 일반금융 같은 상품과 동일하게 대우하도록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 신설이 아니어도 해당 이슬람금융 상품이 기존 일반금융 중 어떤 상품과 본질이 같으니 같이 대우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양동철 부부장은 "한국은 수쿠크나 프로젝트 금융, 보험 정도만 생각하지만 금융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슬람 신용카드, 신용장, 무역금융, 오버나잇 금융시장, 주식, 펀드, PEF 등 뭐든 가능하다. 실제 이슬람금융 상품을 직접 취급하거나 현실화된 것을 보진 못했지만 각 현업 부서에서는 파트너인 이슬람금융 기관에서 이슬람형태 OO금융 취급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곤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