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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난 베트남 쌀국수, 캘리포니아에서 왔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03 13: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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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베트남 쌀국수는 체인이 많이 늘어 익숙한 음식이 된지 오래인데요. '캘리포니안 포 레스토랑' 이런 식으로 베트남과는 별달리 상관이 없어 보이는 미국의 한 지역인 캘리포니아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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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베트남 공산화(자유 월남 패망) 사연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사이공 함락 직전에 미군의 철수 작전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은 물론, 이후에도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못 살겠다고 조국을 떠난 이들까지 많은 수가 해외로 빠져나갔는데요. 1980년까지 서방 각국이 받아들인 베트남 난민 수는 미국 31만명을 비롯하여 캐나다 7만명, 프랑스 7만명, 오스트레일리아 4만3000명 등에 이르른다고 합니다.

이 많은 난민이 타국에서 음식점 등을 열고 어려운 삶을 이어나갔는데, 그렇게 쌀국수가 널리 퍼지게 된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각국에 전파된 쌀국수 중에서 유독 캘리포니아가 붙은 것은 음식의 세계화라는 문제는 결국 '돈과 감각'이 따로 필요하다는 또다른 점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요리사가 캘리포니아로 이주, 서양인의 입맛에도 맞게 새로운 쌀국수로 발전시켰는데 이 기술을 전수받아 체인점화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현지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결국 캘리포니안 포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지요. 그 미국화된 쌀국수가 우리나라 등 각국에 체인 형태로 진출하기에 이르렀으니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들의 손길로 세계화된 코스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다만 베트남 사람들의 경우엔 나라를 잃고 타국에 정착해야 하는 지경이니, 자국 음식 아이템의 국제화니 뭐니 그런 문제는 아마 전혀 관심 밖이었거나 아마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사치였겠다는 점이 다르지요.

이런 상황은 멀쩡히 음식 원조국이 번성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어나는데요. 김치와 기무치의 종주국 논란이 붙었던 2000년대 초반 상황도 좋은 예지만, 근래 비빔밥이 일본 음식인 양 포장돼 자칫 이러다 눈 뜨고 도둑맞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일각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일식 레스토랑 '노부'가 최근 비빔밥을 신메뉴로 추가했고, 우리 한식 프랜차이즈의 비빔밥 브랜드와 콘셉트를 유사하게 따다 쓴 해외 레스토랑까지 나오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좋은 것은 서로 배우고 따서 쓰고 즐기는 게 인류사의 흐름이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인 형태로 원조가 묻히고 변종이 득세하는 건 한편 안타깝고 때로는 슬프기까지 한 일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