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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④] 그들이 '이자' 아닌 '이윤' 택한 이유

[기고]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중동 특성상 현금회전 빠른 상업에 의존"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기자  2013.09.03 13: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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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슬람금융을 이슬람율법에 의거한 금융거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종교적 개념과 전통에 의해 대부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20세기 중반까지 이슬람금융이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1400여년 이슬람역사 속에서 중동의 무역이 번성했던 중세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다양한 이슬람 금융상품은 없었다. 20세기 중반, 특히 1970년대 이후 오일머니가 축적된 이후에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이슬람금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종교가 아니라 중동의 특별한 경제 환경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이슬람금융이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중동의 90%는 이슬람금융이 아닌 우리와 유사한 일반금융(conventional banking)이다.

이에 따라 이슬람도 종교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슬람은 중동의 유목민 부족전통과 상인정신 위에 얹힌 신앙이자 관례다. 우선 유목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은 과거 우리도 가지고 있었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다.

유목민들은 정착문명과는 달리 생사를 결정하는 우물 혹은 오아시스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을 해야 했다. 이슬람금융의 원칙을 정하는 이슬람법 '샤리아'의 의미는 '우물로 가는 길'이다. 어쨌든 남성이 무장을 하고 항상 우물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투태세를 유지해야 했다. 남성중심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지배 가문은 군대의 사령관 같은 강력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가졌다. 부족원은 부족장의 명령과 권위에 절대 복종해야 했다. 지도자는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갖고,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권도 쥐게 됐다. 권위와 돈을 가진 아버지에게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동시에 터부시 돼왔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중동의 왕정국가들은 아직도 지배가문의 수장이 절대 그리고 세습군주로 군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명이 지배가문 '사우드'에서 왔을 정도다. 여성의 몸을 가리게 하고 외출을 자제시키는 것도 우리의 과거 남성중심의 권위주의와 비슷한 것이다.

다만 중동의 남성중심 가부장적 권위주의는 우물을 지켜야 하는 생존을 위해 등장했기에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현재 중동의 권위주의가 빠르게 서구화하거나 변하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경제권까지 다 쥔 지배가문은 금융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약하거나 없었다. 오일머니가 넘쳐날 때까지 이슬람금융이 등장하지 않은 배경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의 상인정신도 이슬람금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동인들은 역사적으로 제조업보다는 현금회전에 빠른 상업에 의존해 왔다. 이슬람 등장 훨씬 이전부터 중동에 있었던 전통이다. '아라비아 상인'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농토가 부족한 사막지역에서 상업은 부를 축적해 권력을 쥘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중동의 전통적인 부의 축적 방식은 장사와 고리대금업이었다. 이 방식에 가장 능한 민족이 바로 유대민족이고, 이들도 중동 출신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프라임경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프라임경제

이슬람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도 상권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실부모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업은 상인이었다. 25세에 40세 부유한 미망인이었던 상인과 첫 결혼을 했다. 그러나 상업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메카 지역의 상권을 지배가문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을 이념으로 무함마드는 결국 이 지배가문을 내쫒고 이슬람국가의 기반을 다진다. 자신의 가문이 지배가문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종교지도자이자 최고 권력자가 된 무함마드는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막고자 이자를 금지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전 세력이 될 거대 신흥상공세력의 부상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것. 이로 인해 중동의 금융산업은 현재도 큰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70년대 이후에야 막대한 자본을 이용하기 위해 이자가 아닌 이윤이라는 형식으로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동이 아닌 말레이시아, 영국, 홍콩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