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순천 해룡산단 옆 '이상한 농공단지'

암반 깨부숴 농공단지 개발 타진

박대성 기자 기자  2013.09.03 10:18:1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가 해룡면 호두리 '해룡일반산업단지(해룡산단)' 옆에 별도의 농공단지를 추진하고 있어 개발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순천 해룡산단 1단계 35만㎡(10만평)는 포스코마그네슘 공장 등이 입주를 마친 상태며, 2단계와 3단계 19만평씩 총 126만㎡(38만평) 개발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오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순천시에 따르면 해룡산단 2단계 부지 옆 배부락산(사진) 14만5241㎡(약 4만4000평)에 가칭 '해룡선월지구농공단지'를 조성하는 개발허가신청이 지난 7월10일 접수돼 현재 인허가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농공단지 개발은 지역의 K업체가 추진하는 것으로, 사유지인 나지막한 배부락산을 밀어내고 자신의 사업체를 입주시켜 가동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업체는 LPG 같은 고압가스 용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겉모양은 개발사업자의 자발적 신청이지만, 순천시와의 조율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체가 당초에는 '일반산단'으로 추진했다가, 돌연 '농공단지'로 변경해 순수성에도 의심을 받고 있다.

일반산단 허가권은 관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전남도에서 인허가권이 있지만, 농공단지 개발허가는 순천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배부락산은 전체가 석산(돌산)이어서 개발사업자의 의도대로 농공단지가 허가난다고 해도 암반을 깨부수는데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예상된다.
 
이곳은 애초에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이었으나, 배부락산 암반파쇄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을 이유로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척된 곳이다. 개발업체는 자유구역에서 제외된 곳에 순천시의 인허가를 얻어 농공단지를 짓겠다는 것이다.
 
  순천 해룡산단 2단계 부지와 맞붙어 있는 배부락산(선월농공단지). = 박대성기자  
순천 해룡산단 2단계 부지와 맞붙어 있는 배부락산(선월농공단지). = 박대성기자
해룡산단 개발시행사 측은 개발중인 산단에 비슷한 산단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해룡산단 입주예정 기업들이 정밀기계가공 기업들인데 배부락산 발파에 따른 진동과 소음피해 등으로 인해 기업유치마저 불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해룡산단 시행사 관계자는 "해룡산단 2단계는 주로 정밀기계, 가공업체 들어와야 하는데 분양문의는 뜸하다. 이렇게 분양이 안됐는데, 옆에 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사전에 협의된 적도 없으며 2010년 MOU(양해각서) 체결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배부락산은 예전에 경제구역청 안에 있어서 사업에 포함될뻔 했는데 돌산이기때문에 개발(발파)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 제척했던 곳이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7조 4항에는 '경제자유구역으로부터 연접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 거리 이내에서 산단 조성시 사전에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부락산의 경우 해룡산단과 맞붙어 있어 협의해야 할 사안이기는 하나, 인허가권은 순천시에 있다.

주민들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해룡산단 확장부지에 편입된 주민 25세대의 이주예정지가 배부락산 앞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이 분진과 소음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배부락산이 해룡산단과 마을(이주예정지)을 차단하고 있는데, 이 야산을 밀고 산단을 개발하면 공기정화 효과가 없어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마을 이주사업도 늦춰질 수 있다며 두차례의 주민설명회를 물리력으로 무산시키기도 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배부락산 개발은 말은 농공단지이지만, 사실상 석산을 개발하겠다는 것 아니냐. 마을 뒤쪽에도 석산개발이 허가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마을 앞쪽에도 석산이 개발되면 주민들은 7-8년간 고통을 겪게 된다"고 반대했다.
 
주민들은 석산개발을 빙자한 산단개발이라고 의심을 하고 있다. 실제 석산개발을 위한 인허가는 상당히 까다롭다.
 
  3일 순천시 해룡면 선월리 주민들이 배부락산 개발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 박대성기자  
3일 순천시 해룡면 선월리 주민들이 배부락산 개발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 박대성기자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농공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건설현장에 돌덩이만 팔아도 사업성이 있는 곳"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에대해 농공단지개발 K업체 관계자는 "배부락산 4만여평을 우리가 개발해 입주하는 실수요자 방식으로 사유지의 54% 매입을 마친상태다"며 "산을 밀다보면 부수적으로 나무나 흙, 돌이 나오는거 아니냐. 산을 깎아내는데 24~30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민들과 차차 얘기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룡산단 관할 광양만권경제청 또한 불편해하고 있다. 광양만권경제구역에서 제척된 곳이지만, 해룡산단 옆에 농공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광양만권경제청 관계자는 "농공단지는 순천시에 승인권한이 있고 우리한테는 없어 협의요청이 오면 검토할 문제지만, 개발업체인 K업체가 해룡산단에 들어오면 될 것을 굳이 돌산을 깨고 산단을 조성해 입주한다는 것이 얼른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승인권을 가진 순천시 관계자는 "업체가 개발하겠다고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주민반대를 이유로 반려할 수는 없다"며 "전남도와 청와대, 영산강유역환경청, 국토교통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 후 전라남도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