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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②] 이자 주지도 받지도 않는 이익배분제로 '물꼬'

9·11 테러 이후 미국투자 기피 확산…대체시장 수쿠크에 오일머니 유입되며 급성장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9.03 10: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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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금융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를 도입하기 위한 국가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른바 오일머니를 잡기 위해 이슬람국가뿐 아니라 비이슬람국가들도 관련법을 개정하며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법 제정을 마치고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왜 이토록 이슬람금융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이슬람금융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이슬람금융의 역사는 1963년 이집트의 미트감르저축은행(Mit Ghamr Local Savings Bank)으로부터 시작한다. 미트감르저축은행은 최초의 이슬람은행으로 이자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이익배분제로 운영됐으며 주로 무역과 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합작 투자하는 방법으로 예금자들과 이익을 공유했다. 상업은행이라기보다 예금투자기관의 기능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사회에서는 이자가 발생하는 거래나 술, 도박, 돼지고기 등과 관련된 사업 투자를 교리에 의해 금하고 있어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유가상승과 더불어 성장 '예금자와 이익 공유'

1970년 이슬람금융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오일머니가 유입되며 이슬람은행의 소매부문(무다라마 예금)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나세르은행, 두바이이슬람은행 등 다수의 이슬람은행도 설립됐다. 하지만 여전히 엄격한 샤리아 원칙이 적용돼 금융상품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세계경제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오일머니에 다시금 눈을 돌리고 있다. 이슬람국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비이슬람국가들도 관련법을 개정하며 도입을 서두르는 중이다. 사진은 두바이이슬람은행. ⓒ 아라비안비즈니스  
세계경제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오일머니에 다시금 눈을 돌리고 있다. 이슬람국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비이슬람국가들도 관련법을 개정하며 도입을 서두르는 중이다. 사진은 두바이이슬람은행. ⓒ 아라비안비즈니스

이슬람보험인 타카풀 등 이슬람금융 상품의 다양화가 진전된 것은 1980년 동·서남아권에서 유연하게 이슬람금융을 해석하면서부터다. 당시 원유가격 하락으로 기존 오일머니의 영향력은 다소 저하됐으나 자금을 운용하는 이슬람 투자회사가 설립되고 리스금융, 타카풀 등의 금융상품이 개발됐다. 또한 이란, 파키스탄, 수단 등 지역적으로도 이슬람금융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수쿠크, 주식, 투자신탁, 부동산 펀드 등 더욱 다양한 상품 종류를 갖게 됐으며 2000년대 이후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이슬람금융 자본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본래 중동 오일머니는 미국 국채 등의 매입을 통해 미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됐지만 2001년 9·11테러 이후 자금흐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국 투자 기피현상이 확산됐다. 이에 대체시장인 이슬람채권시장(수쿠크)에 오일머니가 유입되며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슬람금융은 상대적으로 건실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오히려 미국발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금융기법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슬람금융'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샤리아가 이자를 금지하고 손익분담제 실행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슬람금융은 금융회사를 단순 대출자가 아닌 사업파트너로 판단하고 채무의 상환 가능성 외에 순이익, 사업의 건실성, 사업자 경영능력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자금을 제공한다. 또한 이익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공유해 금융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겪고 곳곳서 '새 트렌드' 부상'

이슬람금융은 모든 거래는 반드시 실물거래를 수반해야 하는 만큼 금융위기의 불씨가 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와 같은 문제를 원칙적으로 차단한다. 이슬람은행들은 교리에 위반되는 모기지증권(MBS)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서구에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파생상품들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슬람금융은 2000년 이후 매년 15~2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무슬림인구, 오일머니 증가 등은 이슬람금융 성장가능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누르이슬람은행 ⓒ 아라비안비즈니스  
이슬람금융은 2000년 이후 매년 15~2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무슬림인구, 오일머니 증가 등은 이슬람금융 성장가능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누르이슬람은행 ⓒ 아라비안비즈니스

이밖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머니 증가, 세계 평균 인구증가율(1.1%) 보다 높은 무슬림 인구증가(1.8%)는 앞으로도 이슬람금융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데 근거가 돼 주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전세계 무슬림의 12%만이 이슬람금융 상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도 이슬람금융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슬람금융은 2000년 이후 매년 15~20%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말 기준 이슬람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1조 달러로 집계됐으며 국가별 이슬람금융자산 보유비중은 이란(35.7%), 사우디아라비아(15.6%), 말레이시아(10.5%), UAE(10.2%), 쿠웨이트(8.2%) 순으로 조사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슬람금융의 중요성이 커지자 무슬림국가 뿐만 아니라 비무슬림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슬람금융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 이슬람금융 중심지인 바레인,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무슬림 국가들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무슬림국가들도 자국에 이슬람 국제금융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우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막대한 잉여자금을 가진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관련 법제도를 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CITI, HSBC 등 국제적인 대형 금융기관의 중동지점에서 이슬람금융을 접한 영국이 비무슬림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국가들도 자국 무슬림을 기반으로 이슬람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슬람금융의 윤리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비무슬림들의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싱가포르, 일본 등도 이슬람금융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법개정을 시행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슬람금융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