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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금융 톧아보기①] "중동 비즈니스, 이슬람금융이라면 훨씬 유리하다"

매년 15~20% 증가…자본조달·현지컨소시엄·사업수주 등 도움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9.03 09: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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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8년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위기였다. 미국의 경제위기를 자본주의 경제의 파탄 징조로까지 보는 경향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성장하는 금융'도 나타났다.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금융은 매년 15~20%의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일반금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기적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과다한 신용창출에 의한 자산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대안적 금융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금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슬람금융이란 이자수수 및 투기적 거래 등을 금지하는 이슬람교리에서 정해진 여타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금융을 칭한다. 이슬람교리인 샤리아에 따라 화폐의 이자수수를 금지하고 실물거래를 동반하며 자금제공자는 파트너가 돼 사업수익을 이익으로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언스트앤드영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이슬람금융 자산은 연평균 19% 성장해 다른 은행산업보다 성장속도가 두 배 이상 빨랐다. 비이슬람권으로도 이슬람금융이 확산되며 거둔 성과다.

독특한 금융구조와 축적된 오일머니, 세계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무슬림인구, 높은 시스템 안정성 등의 성장가능성을 토대로 이슬람금융은 2000년대 이후 다양한 국가에서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도 이슬람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이슬람금융 도입에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무산된 뒤 이슬람금융에 대한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늘어가는 이슬람금융 자산… 성장가능성은?

2011년말 기준 전세계 이슬람금융 자산은 1조2890억달러로 추정된다.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에도 전년대비 14% 성장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슬람금융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지만 향후 성장잠재력, 중동과의 경제협력 차원은 물론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한국의 입지 제고를 위해서는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슬람금융자산이 매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이란, 사우디, 말레이시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슬람금융자산이 매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이란, 사우디, 말레이시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특히, 세계 각국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이슬람금융 증가율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금융 증가율은 금융위기 발생 이듬해인 2009년 일시적으로 8.4%로 낮아졌으나 2010년 및 2011년에는 각각 21%, 14%로 다시 상승했다.

자산규모 또한 2006년 5090억달러에서 2008년 8610억달러, 2010년 1조1300억달러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슬람 금융자산은 중동 및 말레이시아에 집중돼 있으며 각 국가별 구성비(2008년 기준)를 살펴보면 이란(35.7%), 사우디(15.6%), 말레이시아(10.5%), UAE(10.2%) 등에 집중돼 있다.

자산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이슬람채권인 수쿠크 발행규모 또한 증가추세에 있다. 수쿠크 발행규모는 2007년까지 급격히 증가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감소했지만 2009년부터 다시 증가했다.

◆성장세 이슬람금융, 뒤처진 한국

이슬람금융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1년 이후 국내 기관들의 이슬람금융 도입 준비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수쿠크 발행을 위해 3~4년간 준비해 온 증권사들도 관련 팀을 모두 해체했다.

당시 수쿠크 발행 준비를 진행했던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현재 이슬람금융에 대해 모니터링 정도만 하고 있을 뿐 관련 작업을 모두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남경훈 한국투자증권 기획조정실 대리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2~3년간 준비했지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무산되며 현재는 채널 유지를 위해 모니터링 정도만 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또 2~3년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국의 상황은 다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슬람금융 도입 준비에 힘을 쏟아 왔다. 일본은 2011년 이미 수쿠크를 자국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노하우를 쌓기 위해 이슬람금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양동철 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부부장은 "중국도 이슬람금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상해에 금융센터를 만들며 중국 은행들이 인적교류, 노하우 등을 쌓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많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국의 상황이 이러한 만큼 국내 전문가들은 뒤처지는 이슬람금융 도입이 향후 한국과 중동의 관계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1년 당시 이슬람채권이 도입됐다면 우리 기업이 이슬람채권을 통해 중동에서 자금을 유치하고, 한국 금융기업들은 유명한 중동 기업에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했겠지만 현재 법 개정안 통과 무산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슬람금융 필요한 시기 반드시 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슬람금융 도입은 유익하며 중동과의 거래에 있어 이슬람금융은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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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철 부부장은 "중동, 동남아 국가들은 앞으로 일반금융 창구를 천천히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은 일반금융을 사용해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점차 이슬람금융 도입국가가 중동과의 거래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해외 비이슬람국가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슬람금융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수익이 된다는 뜻으로 우리에게 관련 조직이 없는 것은 기회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경훈 대리는 "이슬람금융이 도입된다면 중동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에게는 자본조달 외에도 현지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사업을 수주하는데 있어 굉장히 유리할 것"이라며 "투자자들과 채권을 발행하는 증권사 모두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금융전문가 또한 "달러가 필요한 국내 기관들은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이슬람금융을 달러 조달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이슬람금융도 국제시장의 영향을 받지만 시차 등을 이용해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자본 조달처를 넓혀 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슬람금융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도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당시 법안 개정이 물거품이 된 데에는 일부 정치권과 종교단체의 편견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만큼 이슬람금융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지영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신흥경제팀장은 "이슬람채권이 테러자금과 연계돼 있다던가, 수쿠크의 비과세가 특혜라는 등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교육과정 개설, 말레이시아와 협력관계 강화 등을 통해 이슬람금융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