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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울퉁불퉁 호박의 반전 속내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9.02 17: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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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남산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남산도서관 앞 정자. 묵직한 늙은 호박이 매달려 있어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 이정하 기자  
서울 용산구 남산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남산도서관 앞 정자. 묵직한 늙은 호박이 매달려 있어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 이정하 기자
[프라임경제]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았던 더위도 한 걸음 물러간 모양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고 있습니다. 여름 내내 더위와의 전쟁으로 지쳐있을 무렵 찾아온 가을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네요.

더위도 한풀 꺾였다는 생각에 주말에 남산 산책길을 다녀왔는데요. 산책로 초입에 위치한 정자에는 넝쿨식물인 등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기둥을 타고 자라난 호박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는데요.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묵묵히 견뎌준 덕분인지 호박이 꽤 묵직하게 자라 있었고, 혹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까 하는 염려로 받침을 만들어 매달아 뒀더군요. 누렇게 익은 호박이 가을이 다가왔음을 서둘러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가을 보약' 호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데요.

박과의 덩굴성 채소인 호박은 늦은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며 보통은 몇 백 그램에서 크게는 몇 십 킬로그램까지 자라기도 하는데요. 전 세계에서 어느 곳에서나 재배되고 있는 호박은 세상에서 가장 큰 열매로, 이런 까닭에 가정정원의 황제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호박은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단백질과 식이 섬유소가 풍부해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유익하며 최근에는 다이어트 식품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항암효과를 비롯,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으로 가을 보약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박은 예부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동의보감'에는 호박에 대해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면서 오장을 편하게 한다'고 적혀 있고 '본초강목'은 '속을 보하고 기를 늘린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호박은 이뇨작용을 돕기 때문에 체내 수분 배출 효과가 있어 산후 부기를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근래에는 성형수술에 는 탓에 수술 후 붓기를 빼기 위해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비단 우리나라서 뿐만 아니라 호박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미국 타임지는 호박을 귀리, 브로콜리, 블루베리, 아몬드, 오렌지, 연어, 케일, 콩, 플레인 요구르트 등과 함께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음식은 모두 건강과 젊음을 부르는 음식인데요.

흔히 못 생긴 여자를 호박에 비유하곤 합니다. 매끈한 수박과 달리 겉이 울퉁불퉁한 호박을 추녀에 빗대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호박은 겉보다 속이 알찬 채소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모보다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상대의 진면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