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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우려+체감물가 신음 한국, 中'신용중독'탈출로 배워라?

유가+물가난에 전세불안 등에 지표불신…중위소득 등 '실제값'시선줘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9.02 11: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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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 우려에도 버티면서 신흥국에서 차별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월28일(현지시간) 보도하는 등 한국의 펀더먼털 강화 분석이 시선을 끌고 있다. 출구전략 우려로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 이는 한국과 신흥시장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기업은행(국책은행격인) 신용등급을 A+로 상향조정한 점 등을 들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이 후속작업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를 비교한 결과 역시 지난 8월 인도네시아가 194.44bp에서 286.43bp로 91.99bp가 폭등을 기록할 때, 우리는 같은 기간 기준 82.50bp에서 85.16bp로 2.66bp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선방 상황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6%에서 2.8%로 0.2% 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국가경제의 한 축인 가계가 이 같은 상황에서 좀처럼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가계 불안이 전체 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전례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갑 닫아…시리아 불안 국면으로 타격 우려

HSBC은행이 2일 내놓은 8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집계 결과를 보면 잔존 수주 감소가 눈에 띈다. 잔존 수주는 2004년 4월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감소세는 4개월 연속 이어졌으며, 전체 응답자의 5분의 1이 잔존 수주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에 대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주문량 감소와 IT 경기 위축 또한 잔존 수주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에 시리아 정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점은 상황 악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리아 자체의 유가 생산량은 대수롭지 않으나, 중동 전반에 위기감을 높여 국제유가를 일시적으로나마 출렁이게 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가는 이 대목에서 왜 주요 요소로 부각되는가? 한국 소비자들이 이미 급한 소비 줄이기 즉 긴축에 들어간 상황에 물가 불안을 더 자극할 요인이 바로 유가쪽이기 때문이다.
   체감물가는 유가 등에 극히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국이 민간의 소비 경색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근본적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 프라임경제  
체감물가는 유가 등에 극히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국이 민간의 소비 경색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근본적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 프라임경제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두 배 이상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1%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이라고 강조하는 게 무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충산층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소비자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전년도 동기대비 5.4%에 달했다. 통계청이 공식 집계한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까지 9개월 연속 1%대 상승률에 그친 것과 견주어 보면 괴리 현상이 심각한 셈이다.

바로 이 같은 괴리가 소비자의 체감물가가 농수산물, 유가 등에 민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7월31일 '물가보고서'에서 체감물가가 실제의 물가에 비해 천천히 하락하는 이유로는 국민들의 과거지향적 물가인식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 등이 꼽혔다. 즉 가까운 시기에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경우 국민들이 이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체감물가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계 재정 한계에 불확실성까지 '가계, 눈치보기 극심'

이런 불안감은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극도의 불안과 불신으로 나타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거나 유입 준비자금으로 고여있는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았다. 그렇다고 종합자산관리계좌나 머니마켓펀드 등 이른바 유동자금이 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미 한계에 부딪힌 가계가 저축된 자금을 헐어 쓰기 시작한 것으로도 보고 있으며, 불확실성 확장에 따라 관망세가 퍼지면서 자금 흐름이 극히 경색된 것으로도 풀이한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 가계가 정책통계와 괴리된 체감물가 상황을 호소하며 긴축에 들어갓다. 이 같은 상황은 경제 활성화 흐름을 반감시켜 디플레로 빠질 우려를 높일 수 있다. ⓒ 프라임경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 가계가 정책통계와 괴리된 체감물가 상황을 호소하며 긴축에 들어갓다. 이 같은 상황은 경제 활성화 흐름을 반감시켜 디플레로 빠질 우려를 높일 수 있다. ⓒ 프라임경제

결론적으로는 정책당국이 노력이나 지표 관리의 효율성에 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극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농수산물 등 식료와 유가, 전세가격 등 해법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과거에는 부동산시장 부양을 통해 경기 진작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가계부채, 자산거품 등 문제로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전세의 쇠퇴는 오랜 기간 저소득층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생적 강제 저축수단이 사라진다는 부작용도 있다며 임대차 시장의 구조변화는 민간소비, 저축률이나 소득분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향후 부동산정책은 부동산가격의 부양보다는 부동산거래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 중독' 끊자는 '중국 개편 조언', 한국에서도 배울 점

이처럼 부동산시장 부양 등 외형적인 정책이 더 이상 주효하지 않는 상황 그리고 통계의 괴리 상황에 대한 가계의 싸늘한 반응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의 마이클 페티스 칼럼리스트의 중국 경제에 대한 조언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도 적절히 참고할 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

페티스는 오히려 중국이 소요 없이 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재균형화에 성공하면, 정말 문제가 될 성장률은 (GDP가 아닌) 중위소득 성장률이라고 내다봤다. 평범한 중국인들에게는 1인당 GDP보다는 소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티스는 중국의 GDP가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7%나 6%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폐기돼야 할 신화"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현재 상황에서 GDP 성장률과 경제 재균형화를 동시에 가능케 할 수 있는 건 부채를 늘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이는 '신용 중독'에 불과하다.

실제로 중국의 사회 안정에 중요한 것은 평범한 중국인들의 삶의 질을 익숙한 수준으로 계속 개선하며 중국 경제가 신용 거품을 차단하는 식으로 재구조화되는 것이라고 이 칼럼은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는 국가부문으로 치중돼 있어 가계부문에 자원이 많이 배분되지 않는 공산주의적 시장경제라는 점에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신용 거품(부채)에 경제의 한 축을 맡겨왔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을 제어하려면, 가계가 현재 느끼는 불안감과 당국의 정책 괴리, 그리고 그 와중에서 가계부채를 크게 안고 있는 민간경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것을 콘트롤할 필요가 높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통계와 체감물가 괴리 등을 '당연한 것(국세청 등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2일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으로 볼 게 아니다. 아울러 가계 자금이 긴축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끔 전세 등 현실적 고려 요인을 통해 민간의 소득이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게끔 해 줄 필요도 높다.

민간(가계)에서 중위소득을 어떻게 피부로 느낄지가 관건이다. 즉 과거 일본식 위기 답습 가능성을 헤쳐 나갈 방식으로 당분간 중국쪽을 배우고 관찰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