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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황,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 10가지

조재호 기자 기자  2013.09.02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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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삶과 경제 사이클은 같은 호흡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성장기와 중년기를 거쳐 노년기를 맞이하며 곧 사멸한다. 영원한 젊음은 없는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성장기를 거쳐 호황 국면을 맞이하면 반드시 불황이 오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러한 법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호황 국면은 불황을 대비하는 시기이며, 불황 국면은 삶이 팍팍해지는 시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다가올 밝은 미래를 기다리며 희망을 가져야 할 시기다.

최근 영국에서 불황 국면에 나타나는 10가지 바람직한 경제 현상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은 최근 6년 동안 고통스런 불황을 겪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여파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불황이 비극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바람직한 면도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를 끌어 모은다.

불황기에 오히려 인간은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혼율이 급감한다. 최근 영국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이혼하는 부부가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무려 23%나 이혼율이 낮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에 따라 값비싼 옷을 파는 럭셔리한 옷가게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불우한 이웃을 도울 목적의 자선 단체 중고용품 가게가 번성하는 것도 불황기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영국에서 자선 목적의 중고 용품 가게 수입이 전년 대비 515억원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창업 붐도 불황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18~25세 젊은이들 사이에 소규모 업종 창업이 지난 2008년 대비 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술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도 불황국면의 특징이다. 영국인의 연평균 술 소비량은 9.2 리터인데 반해 지난해에는 8리터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가 17.5%에서 20%로 올랐기 때문.

술 판매량 감소는 건강뿐 아니라 범죄율까지 낮춰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불러왔다. 실제 10만명 당 범죄건수가 1255건에서 지난해에는 933건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대기가 정화되는 효과도 있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오염 물질 배출이 감소한 것이다. 더구나 신차판매가 감소하고 자전거 보급이 늘어나 대도시 오염 물질량이 14%나 감소했다고 한다.

불황 국면에 나타나는 현상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책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지난해 책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주로 킨들이나 태블릿용 전자 출판이 늘었기 때문이다. 책이 많이 팔리는 데는 가정에서 소일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불황기에는 빈 땅에 꽃을 심기보다는 야채를 심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 야채 씨앗 판매가 늘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유기농 식품 판매는 감소하게 되며 지역 농산물 구매가 증가하게 된다.

불황기에 해외여행은 감소하고 3대가 모여 함께 휴가를 즐기는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조부모를 모시고 함께 휴가를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 무려 32%나 증가했다. 현명한 소비, 즉 절약이 미덕이 된다. 쿠폰 사용과 캐시백 사이트 이용이 보편화된다.

가족이 저녁을 함께 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게 불황기의 특징이다. 중산층 가정에서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을 함께 먹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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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불황기가 무조건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지만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이유이다. 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에 걸 맞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