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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자자들이여, 아무도 믿지 마라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8.30 18: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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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계수가 인격이다."

증권사 영업맨 사이에서 실적압박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로 통용되는 표현이다. 계수의 정도에 따라 인격의 높고 낮음이 구분된다는 뜻으로 인격적 대우를 받고 싶다면 영업실적을 내라는 말로 읽힌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증권사에 입사, 일선 지점서 영업을 해 봤다는 증권사 한 연구원은 "고객들에게 성실히 투자설명을 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첫 달 형편없는 실적으로 지점장에게 꾸중을 듣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과정보다는 계수, 이것이 영업직원의 현실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크고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 투자자들의 호된 질타는 물론 불신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고객 위탁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두 번. 사건은 모두 일선 영업점서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한 직원이 고객 돈 수 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금액은 무려 2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이 직원은 올 3월부터 몇 달에 거쳐 고객 돈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투자자금을 운용 중이었던 고객은 증권카드와 비밀번호 등 현금 인출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증권사 직원에게 맡겨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으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돼 버렸다. 더구나 횡령 사실은 고객의 항의에 의해 알려지게 됐고 이후 해당사는 자체 감사를 벌였다.

원칙적으로 주문표 작성이나 입출금 등에 필요한 고객의 증권카드와 비밀번호, 인감 등은 직원이 직접 보관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의 용이성을 이유로 오래된 고객, 친인척 등의 경우 믿는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를 악용한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에 앞서 이달 초 하나대투증권 삼성동지점 한 차장이 고객을 돈을 운용, 100억원대의 투자손실을 입히고 행방이 묘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이 차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로 전 직장에서 거래를 트면서 알게 된 사람,  사회서 알게 된 이들로 고액의 수액을 보장, 믿고 맡는 게 화근이 됐다. 돈을 맡기고 얼마동안은 두둑한 이자를 지급, 이 차장을 신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 측은 사건과 관련해 회사 시스템 상 관련 계좌가 없는 것으로 봐서 개인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운용하다 생긴 사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직원의 경우 실적압박으로 달콤한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매일 혹은 매달 나오는 실적 순위와 더불어 실적이 부진한 경우 A·B·C 등으로 나눠 낙제의 모멸감을 맛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믿고 맡긴 돈은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것이다.

일선 지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지인은 누구나 믿으면 된다고 조언하며 특히 일임으로 돈을 맡기면 계좌가 당연히 망가지게 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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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원이야 실적에 쪼이면 가지고 있는 계좌를 돌려서 실적을 쌓는데, 여러 번 돌리면 피(수수료)는 돌아오는 대신, 계좌는 당연히 망가지게 돼 있어요.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투자에 적합한 상품보다 피가 높은 상품은 상품을 골라 사고파는데 계좌가 남아날 리 있나요."

돈 앞에서 믿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영업을 위해 고용된 직원에게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서류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는 것에 불과한 노릇이다. 자신의 돈은 자신이 관리해야 금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