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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6] 조달청도 반한 카트리지의 고향, 가나안근로복지관

복지관 제조품 편견 벗고자 품질주의 고집 '꼼꼼함과 성실'

정수지 기자 기자  2013.08.29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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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안근로복지관은 레인보우테크라는 이름으로 카트리지의 재제조 신화를 쓰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가나안근로복지관은 레인보우테크라는 이름으로 카트리지의 재제조 신화를 쓰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복지관에서 만든 제조품이라는 편견 이겨낸 가나안만의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레인보우테크'의 브랜드 네임을 이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가나안근로복지관(이하 가나안)'은 가나안 간판 아래 레인보우테크라는 또 하나의 현판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다. 이곳엔 40여명의 장애인 노동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성경 속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이름을 따온 곳이지만, 이 곳의 복지는 거저 떨어진 '만나'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들의 손과 땀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카트리지 상표인 레인보우테크는 40여개 품목이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그야말로 가나안의 '얼굴'이다. 그동안 가나안은 조달청 단가계약 체결, 친환경표시 인증에 ISO9001/14001인증, 장애인생산품인증 등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조달청 단가계약 등 이면엔 1등 성능 '재제조의 실력'
 
교회의 작은 작업장으로 시작한 가나안은 현재 몸 담고 있는 근로자는 40여명. 교사들까지 합하면 60여명을 웃돈다. 
 
처음에 장애인 복지관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가나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근로자 관리에 힘썼다.
  레인보우테크로 거듭나기 위해 손질을 기다리는 카트리지들. ⓒ 프라임경제  
레인보우테크로 거듭나기 위해 손질을 기다리는 카트리지들. ⓒ 프라임경제
 
가나안만의 특색이 무엇이냐 묻자 이병국 관장은 당당히 "가격은 정품의 절반 수준이지만 성능은 정품 못지않다"고 설명한다.
 
가나안의 카트리지는 '재생산'이 아닌 '재제조'의 개념이다. 폐카트리지를 수집하여 분해를 한 후 세정, 세척 과정을 거친다. 또 카트리지 안에는 칩이 들어있는데 일반 기업과는 달리 칩까지 교환해 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렇게 하면 정상제품 95% 성능을 따라잡는 가나안만의 카트리지가 생산된다. 
 
이런 기술력으로 명실상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가나안은 이제 연매출 19~20억을 오르내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남부발전이 선정하는 'KOSPO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 2011년에는 경기도가 도내 193개 사회적기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해온 5곳을 뽑는 '으뜸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철저한 가나안식 인재풀 관리에서 우수한 실력 배양
 
가나안은 성남시나 외부에서 추천을 받아 고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모든 인사 절차는 3개월동안 장기전인 훈련을 거쳐 선발한다고 한다. 심층면접은 물론 직업의 수행 능력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는 장애인의 자립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은 품질을 위해 근로할 장애인들을 선발한 뒤 철저히 교육시킨 다음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가나안근로복지관은 품질을 위해 근로할 장애인들을 선발한 뒤 철저히 교육시킨 다음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가나안은 이제 연매출 19~20억을 오르내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재생이 아닌 재제조라 부를 만한 경쟁력 있는 우수한 제품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나안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 관장은 "(확실한) 손익분기점으로 25억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매출 목표를 말한다. 최저임금 준수와 4대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면 기업의 순이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이 관장의 설명. 또 늘어나고 있는 경쟁업체들과 경쟁도 각오해야 한다. 이 관장은 "현재 전국 장애인 카트리지 기업이 25개가 있는데 내년엔 2배이상 늘어난다고 하니 영업노선이 축소될까 걱정"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관장이 택한 길은 일반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뚫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을 특별관리하게 돼 있는 법령으로 인해 관공서·공기업은 카트리지의 일부를 가나안 등의 제품으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관공서·공기업의 의무 구매율이 1%밖에 안 되고, 위에서 언급했듯 장애인 카트리지 기업이 점차 늘고 있어 그나마 레드오션화되고 있기도 하다. 
 
가나안으로서는 기술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블루오션격인 일반 시장을 공략하고자 영업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그 방안 중에 하나가 '대리점제'다. 한번 믿고 사용해본 대리점의 재사용율은 90%에 육박한다는 점은 가나안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앞선 품질로 일반인 대상 시장 앞서 뚫을 터
  이병국 가나안근로복지관장이 업무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병국 가나안근로복지관장이 업무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 관장은 가나안이 정부에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 관장은 예비단계를 거치면 인건비 등 지원을 얻을 수 있었지만, 2008년 다이렉트로 사회적기업으로 넘어왔다면서 "사회적기업이라도 독립(독자적 생존)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트리지가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5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산업폐기물을 그냥 버릴 수 없다"는 이 관장은 "(장애인)직업재활노선이 많이 생겼지만 카트리지는 우리가 처음이었다"고 자랑스럽게 회고했다. 환경보호와 장애인 일자리 마련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구적 역할을 자랑스러워 하던 이 관장은 일반 시장으로의 확장을 성사시켜 현재 비어있는 일곱 자리(50명 정원, 43명 고용 현황)에도 식구를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