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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관리센터 출범 의미: 사행업 정책 대수술 '신호탄'?

사감위, 힘없는 권고기관에서 권한 강화 추진 와중 교육관리 체계화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29 11: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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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복지 강화 추진으로 인한 세수 확보, 발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박근혜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돼 왔다.

상법 개정안 추진으로 재계 군기 잡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던 박근혜정부가 속도조절론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바도 있었는데, 이는 곧 개별 항목·영역별 새 세수 확보로 초점이 이동할 수 있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명분 하에 눈길을 모은 바 있던 도박 관련 영역도 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치, 28일 공식 출범식을 진행하면서, 이 문제가 사감위의 변신과 당국의 도박 영역 관리 시스템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행산업, 공식 영역 확대와 단속 강화 통한 양성화 갈림길?

도박 영역을 압박해 지하경제 활성화를 하자(세수 확대)는 생각은 크게 두 갈래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사행산업 중 합법화돼 있는 영역을 지금보다 더 풀어주는 방법으로 확대시킬 수 있고, 불법 사행행위를 강하게 단속해 이 효과를 일부 양성화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각계 관계자들이 현판식을 거행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각계 관계자들이 현판식을 거행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지금까지의 사감위 운영과 단속 현실 등을 보면, 사감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과거 '바다이야기' 등 사행산업이 독버섯처럼 번진 것을 계기로 설치됐다. 그러나 사감위는 합법적인 사행업에 대한 관리를 주요한 업무로 했으며 막상 여러 사행업이 관리감독부처가 따로 있어 사실상 문제가 생겨도 권고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문제가 많은 불법적인 사행업에 대해서는 경찰 등 단속권이 있는 곳에서 나서므로 사감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시피 했다.

'옥상옥' 내지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사감위에 대한 비판이 일각에서 있었던 것은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틀에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 봄 복권 매출총량(한도) 규제를 폐지하려다 사감위가 반대해 무산된 것. 2011년과 2012년 이태 연속 발행한도 확대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은 복권위가 이번에는 아예 한도 자체를 없애려 들었지만, 당초 힘없는 기구로 생각되던 사감위가 이를 저지한 셈이다.

이런 정책적인 결론이 나온 것은 사행업을 국가가 나서서 확장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2012년 8월 발표한 '사행산업 합법과 불법 경계선이 무너졌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CPGI(도박중독 자가 진단표) 기준으로 7.2%(2012년 기준)나 된다. 선진국에 비해 3.4배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도박 등에 중독돼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병률 면에서 선진국을 압도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도박 등 사행업 관리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프라임경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도박 등에 중독돼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병률 면에서 선진국을 압도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도박 등 사행업 관리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프라임경제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합법적 사행업을 (경제 성장 등에 비례해) 적절히 늘려주지 않으면 불법 사행산업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는 일부 합법적 사행업측의 주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워낙에 부적절한 국민 정신건강 상황이 부각되면서, 자칫 국가가 사행산업을 용인하는 게 딜레마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조건이 구비돼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지난 5년새 불법 도박 규모가 2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복권 등 합법적 사행업에 대한 적당한 관리 중심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봄에 발간한 '공공부문 사행산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도박 규모가 2008년 53조원에서 2013년 75조원 규모로 5년새 22조원가량 증가했다. 불법인 사행성 도박만 잘 단속, 이 중 일부만 경제효과를  양지로 끌어내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예산정책처는 "당초 사감위법상 업무범위가 주로 합법 사행산업의 관리·감독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합법적 사행업을 국가가 사감위를 통해 관리하는 위주의 정책보다는, 사감위의 권한을 키워 단속권 등 여러 업무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행산업 단속 걸맞는 조직체+도박관리 교육 등 이전 노하우 사장 방지 '두 마리 토끼'

김성이 사감위원장이 2010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꿈을 피력한 것처럼, 단속을 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국회에는 현재 관련 법들을 정비, 사감위에 사법경찰권을 주는 안이 제출돼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으로 변화가 시작될 경우, 사감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다.

사감위는 아직까지 여러 부처 공무원들이 파견나오는 인력에 적잖이 의존을 해 왔고, 단속 유관 업무와 권고적 행정, 도박관리 등 여러 업무를 모두 한 틀에서 진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감위는 이미 도박중독, 약물중독 등의 분야에 특수 교육을 시켜 상담전문가를 양성해 교육을 실시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불법이나 사행행위 등을 고발하고 모니터할 수 있는 예방활동단을 조직하는 등 교육 및 관리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족적을 남겨 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단속권을 행사하게 되면, 도박관리를 통해 중독을 예방, 치료하는 등 역할을 한 몸에서 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의 본능인 사행성을 국가가 나서서 관리, 제어할 필요가 있고 여러 측면에서 이런 작업이 진행돼야 하다 보니, △국가가 사행산업체를 만들어 이용하도록 하거나(합법적 사행업) △단속 등 강압적 방식으로 사행산업의 환경을 깨끗이 만들어 주거나 △도박 중독으로 인한 문제를 감소시켜줄 책임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감위는 조직의 역사도 짧고, 이전까지 합법적 영역에 대한 소극적 관리에 치중해 왔다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 그 역할론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확고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강한 단속과 교육 및 중독관리를 함께 진행하기 보다는 다른 전문적 기관으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치돼, 앞으로 △도박중독의 예방 및 치유 △재활 체계 구축 △교육 및 예방활동을 통한 도박중독 방지 △전문인력 양성 및 조사와 연구 △중독예방치유부담금 징수 및 관리·운용을 전담하는 것은 다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임 관련 잡음 등 초기 문제점, '호사다마 해프닝'으로 끝내야

즉 중독의 예방 및 치유라는 도박관리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처럼 일단 보이나, 전체적인 사행업 관리와 감독의 틀 변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점 역시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처음 이 센터의 설치 와중에서 불거졌던 일부 인사 잡음 등이 되풀이되거나 향후 이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의 타당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사행업 관련 정책의 전체적인 그림을 좌우하고 국민 정신건강이나 국민경제의 한 축에 영향을 미칠 마스터플랜이라는 점에서 한국도박관리센터의 시작 단계에 독립성과 전문성이 얼마나 빠르게 확립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