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상법, 창조경제 선도하는 기업가정신 보호해야"

상법일부개정안 관련 세미나, 현안 이슈 뜨거운 관심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28 18:38: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속에 부각되는 화두는 성장을 견인할 기업의 활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상법 체계의 손질이다.

  한국입법학연구소 주최로 학계와 정치인, 법조 실무자 등을 아우른 상법 개정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 프라임경제  
한국입법학연구소 주최로 학계와 정치인, 법조 실무자 등을 아우른 상법 개정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 프라임경제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세미나 사회를 맡고 있다. ⓒ 프라임경제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세미나 사회를 맡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 수장들을 만나 '신중한 개정 추진' 발언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가긴 했으나, 근래 상법일부개정 문제가 모은 뜨거운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선 이슈였던 '경제 민주화' , 이번 정부에서 표방하는 '창조경제' 측면 어느 쪽에서도 건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기업 활동이 필요하며, 이런 국가적 백년대계를 그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경영권 침해 우려 등 이번 상법일부개정 추진 과정에서 등장한 일각의 우려보다 더 큰 구도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소리도 된다.

이런 점에서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사)한국입법학연구소의 주최로 열린 '창의적 경영을 위한 법률 제도 보완 확대 세미나'는 눈길을 끌었다. 학계와 정치인, 실무 법조인들이 향후 상법 개정이 경제 상황에 미칠 의미 그리고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예상되는 경영 환경 변화 등을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윤상현 새누리 원내수석부대표 "창조경제 숨쉬게 할 상법 만들어 달라"

특히 이번 세미나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인들의 배임죄 적용 범위 및 면책 조항, 세계적 추세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 법적 제도 장치를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 "최근 사회 전반에  '9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고 말해 기업가 정신 제고→투자 활성화→일자리 창출의 경제적 선순환에 시동을 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시사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영판단의 보장을 통해 창조적이고 신선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경영의 자율을 누려야 한다"면서 "이런 창의적 활동이 보장되어야 창조경제 가치가 숨쉬는 상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판단론, '도그마'에서 벗어나 특별법 등 전향적 판단도 해야"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관계, 학계와 정계를 모두 거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상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 프라임경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관계, 학계와 정계를 모두 거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상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 프라임경제

이날 세미나에서는 경영판단과 대표소송 등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이자 재계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슈들을 아우르는 논의가 진행됐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회사의 이사 등이 신중하고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경우 비록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과거부터 기업인들에 대한 무리한 배임죄 수사 관행이 있어 왔기 때문에, 이 원칙의 국내 도입이 여러 번 논의돼 왔다.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던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독일은 배임죄를 규정한 최초의 나라지만 경영행위 관령 배임죄는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으로 사실상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전 의원(변호사, 4선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역임). ⓒ 프라임경제  
김영선 전 의원(변호사, 4선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역임). ⓒ 프라임경제

이 의원은 "경영판단의 원칙 존중으로 상징되는 독일의 기업활성화 정책은 사민당과 기민당간 정권 교체에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정치권도 이런 정책과 법제도적인 지원에 정파를 초월해 앞장설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김영선 전 의원(법무법인 한사랑 대표)은 "경영자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책임만을 강조하다 보면 경영자의 의사능력이 압박돼 투자와 고용창출, 국가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면서 "최대한 경영자의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불법, 부당한 경영에만 반드시 민사,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엽 박사(김&장 근무). ⓒ 프라임경제  
이성엽 박사(김&장 근무). ⓒ 프라임경제

한편 김 의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해 특별법 원칙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법기술적인 방안도 제시해 주목받았다.

주주권 강화 국면, '경영판단 원칙 보완수단 매력↑'

이에 더해 주주권 강화 부작용을 방지할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의견도 개진돼 눈길을 끌었다.

김&장에 근무하는 이성엽 박사(미국변호사)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다중대표소송의 우려되는 폐해로부터 회사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완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동국대 비교법문화연구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동국대 비교법문화연구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날 세미나 발제를 맡은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미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법제화하고 있는 실정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요구로 우리도 이를 도외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표소송, 집단소송 활성화나 면책조항의 객관화로 일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소송 등 '핫이슈' 충분한 논의진행 필요 공감대

이런 박 교수의 의견은 경영판단의 원칙은 '경제적 기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현재 부각되는 주주의 다중소송제도에 대하여도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과 동시에 상호 보완적 측면에서 그 도입이 필요하다는 균형론을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 프라임경제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 프라임경제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역시 "주주대표소송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현재 거론되는 여러 논의들이 "영업행위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경영진과 회사의 이해대립, 대주주와 소수주주들의 이해대립을 조율하는 기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급진적으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된 바가 없다"고 우려하고, 반대론 입장에 선 이들에게 개정론자들이 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개정안이 구체화돼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재계와 시민단체 등 진보계 사이에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각계의 진지한 의견 교류와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 필요를 강조한 것이다.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프라임경제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프라임경제

"경제민주화+경제영역의 법치 쉽지는 않겠지만"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이나 경영판단의 원칙은 경제영역의 법치 관점에서, 집중투표제와 집행임원제 도입은 경제민주화에서 논의되는 내용이라며 "경제민주화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창의적 경영을 살릴 수 있는 제도적 정착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속도 조절론 등 앞으로 상법 이슈가 여러 상황 변화를 겪는 경우에도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즉 일부 조항의 제외나 수정 줄다리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경영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 이후로도 지속적인 논의의 장이 계속 열려야 될 필요를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