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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19] "값비싼 수의 대신 평소 아끼던 옷으로…" 우리상포협동조합

후불제로 소비자 피해 원천 봉쇄… '사전자례의향서 캠페인' 비용 합리화 '구슬땀'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8.27 08: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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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입관에서 장례식장까지 가는 동안 고작 10시간 남짓 입는 옷이 수의입니다. 그러나 수의 가격은 적게는 몇 백에서 몇 천을 호가하기도 하죠. 성경 구절을 새겨 넣을 수의의 경우는 1500만원에 육박합니다. 관도 마찬가지예요. 나무로 짠 관은 원가의 세 배 넘는 돈을 관례상으로 받고 있죠. 이제는 지나친 상술에서 벗어나 건전한 장례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우리상포조합에서 김안태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기존 상조회사에 대해 우려감을 드러내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조회사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제는 거품 낀 장례문화가 변화해야 할 때"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5월 일반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우리상포협동조합은 후불제를 실시, 소비자 피해를 원천에 차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사전장례의향서' 캠페인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의 장례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손해보험설계사에서 상조회사로 

김 이사장이 장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본래 손해보험사에서 설계사로 활동하던 그는 과거 설계사 경력을 통해 상조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상조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안태 이사장은 우리상포협동조합은 정부에서 인증받은 협동조합 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국가유공자과 취약계층, 무연고자에게 무료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태중 인턴기자  
김안태 이사장은 우리상포협동조합은 정부에서 인증받은 협동조합 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국가유공자와 취약계층, 무연고자에게 무료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태중 인턴기자

"상조회사서 전문 설계사로 3개월 남짓 일 한 적이 있습니다. 1인 가입 시 설계사에게 돌아오는 돈은 100만원이 훌쩍 넘었죠. 수입은 괜찮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로 상조사의 거품이 너무 심했습니다. 빨리 관두고 나왔지만 이를 계기로 장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김 이사장은 그동안 상조회사에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회사 설립을 위한 높은 장벽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맘 맞는 사람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조회사 설립을 위해서는 최소 자본금 3억원 이상이 필요, 설립 비용과 운영비를 포함할 경우 기존 10억원의 준비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그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직접 출자금을 내 만든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여기에 있는 분들이 출자자이자,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상조사의 경우 1인 기업이지만 우리상포협동조합의 경우 모든 업무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이뤄져 비리가 없고, 장례 후 돈을 받기에 원천적으로 부패의 원천을 차단시켰다"고 설명했다.

◆'거품 빼기' 사전장례의향서 캠페인 

우리상포협동조합은 △나무관 대신 종이관 사용 △수의 대신 평소 아끼던 옷 입기 등 건전한 장례문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협력단체는 나눔국민운동본부, 골든에이지포럼, 마음건강연구소, 생사의례연구소, 건전가정의례협회와 '사전장례의향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는 사후 자신의 장례에 대한 일종의 유언장과도 같은 것으로 장례 형식, 수의·관 선택, 매장·화장 여부, 부의금·조화 등에 대한 장례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미리 적어놓아 자녀 등에게 전달하는 문서다.

김 이사장은 사전장례의향서 설문조사에 따르면, 60~70% 정도가 수의가 아닌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입겠다고 응답했으며 관의 경우도 목관이 아닌 종이관을 택하겠다는 의견도 3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형식에 치우친 장례보다는 합리적 장례를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한 많은 분들이 우리상포의 회원이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문설계사를 두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절약된 비용은 결국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셈. 우리상포협동조합의 회원은 일평생 단 한차례 10만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다.

◆"설계사 두지 않고 홍보비 과감히 뺐더니…"

이제 막 첫발을 내 디딘 우리상포협동조합은 취지는 좋으나 정착을 위한 어려움을 여전히 산재해 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우리상포협동조합은 허례허식으로 상업화, 고급화, 고비용으로 치닫고 있는 장례문화를 개선하고자 설립됐다 = 정태중 인턴기자  
우리상포협동조합은 상업화, 고급화, 고비용으로 치닫고 있는 장례문화를 개선하고자 설립됐다. = 정태중 인턴기자
"협동조합의 문턱을 낮춘 점은 높이 사나 막상 직접 설립해 보니 정부의 도움이 전무해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하던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조합원을 모집할 수는 있었으나 설립 초기 자금 부족은 해결이 힘들더라고요. 실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조합의 경우 지원이 된다고는 말도 들었으나 실적이 잡힐 정도면 뭐 큰 어려움 있겠어요."

그는 재정적 도움이 아니어도 전문인력 지원 등 협동조합이 정착하기 위한 도움을 정부가 진지하게 해봤으면 좋겠다며 부연했다. 더불어 그는 우리상포협동조합 순이익 목표는 제로라며 "처음부터 목표를 회사 운영비와 직원월급 정도의 이윤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거품을 뺄 수 있었던 것은 설계사를 두지 않았고, 홍보비를 과감히 뺐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부분에 쓰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우리상포가 설립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서비스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서비스는 기존 상조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100년, 장례문화 꼭 바뀌어야

우리상포협동조합의 단기적 목표는 장례의향서 쓰기 등 건전한 장례문화를 위한 국민운동 전개라고 밝히며 처음 얼마간은 고난의 시기(?)를 겪기도 하겠지만 국민의 동참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 우리상포협동조합은 협력단체들과 함께 내달 12일 세종문화예술회관 세종홀에서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또 "우리의 장례문화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2명의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고 장례까지 치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이제부터 장례문화가 합리적으로 변화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며 이번 출범식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100년을 바라보고 우리상포를 설립했다"며 "퇴색돼 버린 장례문화를 변화시키고 합리적 장례를 사회에 정착시켜 장례 역사를 새롭게 쓰는 그런 조합이 되고 싶다"는 당찬 계획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마을에 상이 나면 주변 친인척과 이웃이 담배 한 보루, 술 한 병 등을 모아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드렸어요.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전통이었죠. 그러나 상조회사가 생기면서 이러한 조상들의 얼이 훼손됐어요. 이러한 문화를 바로잡고 나눔을 실천하는 수 있는 그런 조합이 되고 싶어요. 국민여러분의 동참 있다면 실현가능한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