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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베' 희생양들 그냥 두고 봐도 되나?

정수지 기자 기자  2013.08.26 15: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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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일 '일베'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일베'란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줄임말로 사이트 자체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지나지 않지만 최근 '애국보수주의'를 넘어서 '극우익'으로 변질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문제는 이 '일베 논란'이 "너 일베 하니?"로 변질되며 희생자 양산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친일베 연예인 사냥의 대표적 사례로는 '빠빠빠' 열풍을 몰고 온 걸그룹 '크레용팝'이 꼽힌다. 최근 인기를 넘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크레용팝은 트위터에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쓰며 이미지 타격을 가져왔다. '노무노무'는 일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꼬는 단어로 통용된다. 크레용팝은 아무 의미 없이 사용했다며 해명했지만 쉽사리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시크릿의 멤버인 전효성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다.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화'라는 단어가 문제였다. '민주화'라는 단어는 일베 회원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다.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여 억지로 논리를 강요하는 경우에 쓴다.
 
버스커버스커의 멤버 김형태도 자신의 트위터에 '허니지 형들 차트 종범'이라는 글을 게재했다가 일베 논란에 말려들었다. '종범'은 일베에서 야구선수 이종범과 기아팀, 기아팬을 비난할 때 쓰는 신조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논란에 말려든 주인공들은 '일베'의 낙인 아래 거듭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비판이 지나치게 길게 연예계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한 성향의 연예인을 싫어하고 불매 운동을 펼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이를 마치 '사회의 반역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이 소위 '일베 유저'거나 아니면 우연의 일치처럼 '일베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연일 부각되는 연예인 일베 논란의 집요함은 자칫 누구나 '말 한 마디 쉽게 못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크레용팝 같은 경우 처음 일베 논란이 불거진 것이 6월 하순이었는데, 7월과 8월 내내 비판이 쏟아졌다. 크레용팝이 광고를 찍은 것으로 알려지자 옥션 보이코트가 불거져 결국 광고가 중단됐고, 프로축구 시축 등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급기야 소속사가 8월 중반에 사과와 해명에 재차 나서는 상황이 됐다. 전효성은 급한 사과로 잠잠해졌지만 이번에 소설가 이외수가 전효성 지지 발언을 내놓으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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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베'지만 범죄집단도 아니고 아직 문제가 많은 사이트 정도라고 한다면, 그 관련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고 지나친 공격을 하는 것은 문제다. 더욱이 그중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연예인'들만 집중 공격 대상으로 선택하는 태도는 '약자를 쥐고 흔드는' 것이라 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끝없는 이 일베, 그리고 일베 관련 연예인 논란이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