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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온천을 위한 신길은 없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8.23 14: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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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온천역에는 온천이 없다" 온천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신길온천역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온천 없는 온천역으로 전락했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콧바람이나 쐴겸 집을 나섰는데 자주 이용하지 않는 호선이라 낯선 역 이름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신길온천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계획 없이 나온 나들이라 중간에 목적지가 바뀌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동행자에게 신길온천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취업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지 7년이 지났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는 참 알다가도 모를 곳입니다. 동행자가 말하길 "신길온천에는 온천이 없다"는 군요. 역명에는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온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신길동을 통과하는 지하철 4호선 신길온천역에는 저처럼 역명만 보고 온천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외지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역명과 관련한 이 같은 해프닝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한 시화공단 주변 신길동 63블록 일대에서 온천수가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안산시는 지난 1993년 현 지하철역 부근에서 온천 발견신고를 접수하고 1996년 수자원공사로부터 이 일대 1만5000평 부지를 사들였죠. 당시 이 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온천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3년 후인 1999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렸고, 시는 본격적으로 온천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감사원으로부터 이 일대를 주택단지로 조성하라는 명령을 받았지요. 이런 와중에 같은 해 7월 안산 중앙역에서 시흥시 오이도역까지 전철노선이 연장 개통됐는데 이때 시는 온천 개발을 염두에 두고 '신길온천역'으로 이름지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온천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며 신길온천역은 온천이 없는 역으로 남게된 것입니다. 온천이 있는 줄 알고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온천'을 빼고 '신길역'으로 역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신길역'과 헷갈릴 수 있어 이조차 무산됐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신길온천역은 타지에서 온천을 목적으로 내방하는 승객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역사 측은 일부 승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 삼아 역내 승강장 벽면에 위 사진과 같은 '역 주변에 온천시설이 없다'는 안내문을 게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