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바다 건너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에 이어 원전 고장 등에 따른 블랙아웃(대정전으로 인한 사회 마비 상황) 우려 등 전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전기 없이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늘기만 하는 전기 사용량에 뾰족한 대책도 없고 원전을 증설하자니 위험성 우려 때문에 망설여진다. 이런 상황에 시민들이 전기 생산자로 직접 나서겠다는 구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황해의 관문 항구도시 인천광역시에서도 태양열 전기생산을 위한 협동조합이 결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국제연합 산하 녹색기후기금(UN 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로 이전하게 돼 환경도시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인천 대표 신재생에너지 시민단체가 등장하는 셈이다. 친환경 아이디어를 위해 근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협동조합 정신으로 뭉친다는 점이 어우러져 더 의미가 있다.
본격적인 전기 생산을 위해 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이야기를 살펴 본다.
◆건물 옥상 활용해 태양광 발전기 설치 추진, 일반가정 30가구는 너끈히 커버
태양광 발전 실례를 방문견학 중인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구성원들의 모습.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
인천 등 경기권은 남쪽 지방에 비해서는 일조량 등 조건에서 볼때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쓰고 인구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주민들이 직접 생산을 모색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 가입시 특별한 자격 제한은 없다. 친환경 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고 기본출자의 개념으로 최소 한 구좌 10만원 이상을 출자하면 된다.
현재 발전이 실제로 시작된 단계가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실제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발전기 설치가 실현되면 조합원 가입 속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심형진 이사장은 전망한다.
심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출자금을 입금한 사람은 380여명. 여기에 관심을 표명하고 출자를 약속한 이들이 600명 정도로, 이 중 일부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본격적인 위상 제고는 물론 제 2, 제 3의 발전기 설치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은 땅값이 비싼데다, 광선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태양광 발전기는 옥상에 설치를 추진하게 되는데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 관공서 옥상 공간 활용을 위해 당국과 교섭하고 있다. 현재 100Kw급 발전기를 주안도서관 옥상에 설치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며 관계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터라 구조진단 등만 순조롭게 매듭지어지면 곧 첫 결실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Kw 생산 능력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지만, 보통 한 가정이 한 시간 동안 쓰는 전기량이 3Kwh(時)쯤이라고 한다. "시간당 100Kw씩 생산한다"고 하면 30~40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너끈하게 떠받칠 수 있다는 뜻이다.
◆송도에 발전기 추진 시행착오 하지만 많은 지식 축적 성공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일으키는 것에는 상당히 복잡한 업무 진행이 필요하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도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국내에 축적된 노하우나 교류망이 충분치 않아 착오도 없지 않았다.
우선 예를 들어 도서관 건물 옥상에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관리는 시교육청에서 하지만 건물은 시의 소유라 시청 관계자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심 이사장의 설명이다. 또 건물의 안전 등을 위해 구조진단 등도 진행해야 하고, 생산한 전기를 한전쪽으로 팔아야 하므로 사업자 자격을 얻고 판매계약 문제도 처리할 필요가 있다.
당초 신도시인 송도에(송도스포츠파크) 발전기 건립을 타진하고 진행했지만, 이는 난항을 겪어 현재 주안쪽 추진으로 다시 가닥을 잡았다. 한전에 전기를 팔아야 하는데, 송도는 특성상 이 같은 공급 시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수력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게 입지 조건상 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능하고 이로 인해 전기를 공급하는 비용이 꽤 든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생산품이 그렇듯, 전기의 경우도 그저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공급과 유통(물류)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송도는 이 점에서 불리한 곳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실전을 통해 많은 점을 배우고 탄탄한 내공을 쌓아가는 모습은 다른 협동조합들이나 시민단체 등에게 상당히 귀감이 되고 있다. 조합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현하고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공감대와 배경지식을 쌓아 왔다. 언론인 등을 외부 강사로 초청, 유럽 협동조합 상황 등 활동 전반에 대해서도 공부한 바 있다.
인천 향토기업 동양제철화학에 뿌리를 둔 OCI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사회적 공헌 협력 파트너로 인천햇빛협동조합을 택한 것도 이런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꼽힌다. OCI는 상호 협력 협약식을 갖고, 발전소 건립을 위한 자금 1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OCI와의 협약 등으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또 조합원들의 지식과 소양 강화에도 신경을 써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
추진위원회에서 약 8개월간 짜임새 있는 준비 작업을 한 끝에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
◆송영길 인천광역시장도 조합 참여, OCI와 협력…실력과 열정 인정받은 조직
이렇게 열심히 추진을 하다 보니 제도적으로 향후 이런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점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소규모 발전을 하는 경우, 과거 있었던 발전차액지원제(FIT)보다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로 매입 방식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를 부활,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사진 가운데) 등 여러 뜻있는 인사들이 참여, 신재생에너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
이 전기의 매입 방식에 대해 심 이사장은 "1Mw급 이하 생산자의 경우 별개의 대상으로 분류, 특화시키거나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발전 사업자 중에서도 대기업이 투자하는 경우 등도 있는데 보조금 과다 문제가 있어 어떤 제도를 쓰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 이사장은 다수의 시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식 발전 케이스에는 (수익 배분으로 돌아갈) 개인별 수익은 보잘 것 없지만 주민이 직접 경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한다.
즉 소득이 재분배되는 등 측면에서 경제민주화 등의 면에서도 검토, 정책적 접근과 배려가 일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심 이사장의 생각이다. 부지 임대료 등에서도 서울시가 현재 조례로 관련 조항을 만들어 지원을 하는데 이런 점도 전국 단위 확대와 법적인 근거 확충 등을 향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심 이사장은 당부했다.
◆"선순환 경제 종잣돈 역할 측면에서 소규모 발전 제도 정비 필요"
심형진 인천햇빛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천 태생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깊다. 푸른두레생협 활동 이력으로 조합 등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노하우가 풍부하다. 이를 신재생에너지와 협동조합이라는 특이한 연결모델에 쏟고 있다. ⓒ 프라임경제 |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조직들이 전국 연합체를 만드는 문제에도 인천햇빛협동조합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미 이들 단체들 사이에 전국 조직 관련 회의가 세 차례 가량 있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마인드가 확산되는 장이 열릴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천햇빛협동조합이 눈길을 끄는 것은 시민이 생산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 곧 에너지의 절약 정신으로 연결된다는 부분이다. 직접 생산과 판매, 수익의 구조에 동참, 투자를 해 보면서 전기 등 에너지 일반론에 대해 마인드 변화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빼놓고 발전 관련 협동조합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저 전기 사용 문명을 즐기던 소비자에서 에너지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무대가 바로 인천햇빛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