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늦더위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밀려드는 갈증에 쉴 새 없이 물과 음료수를 찾게 되니 말입니다. 갈증해소에 과일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데요.
담벼락에 그려진 포도송이가 실제 넝쿨과 어우러져 있다. 무엇이 그림이고 무엇이 실제인지 멀리서 보면 구별이 안 갈 정도다. = 최민지 기자 |
얼마 전 남부 지방에 위치한 고향을 방문했습니다. 서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기에 고향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부터 찾았습니다. 냉장고는 포도, 수박, 참외 등 제철과일로 가득했는데요. 어머니가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여러 과일을 먹임직스럽게 담아주셨습니다. 피로회복에 최고라는 말과 함께 가장 먼저 포도를 건네주셨죠.
어머니의 말씀처럼 포도는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대표 과일인데요. 수분과 당분 함량이 높고 유기산, 비타민 등 다양한 무기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포도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포도당이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여 피로감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떫은 맛 때문에 포도 또는 포도주를 꺼린다면 건강을 생각해 조금 가까이 두시기를 권합니다.
이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의 일종이기 때문이죠.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탄닌'은 음주 시 알콜에 의한 신경조직 자극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유독물질을 흡착 및 배출해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하네요. 또한, 체내 세균을 살균하고 항산화 작용으로 혈당·콜레스테롤 상승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렇듯, 유익함이 가득한 포도는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포도학 개론'에 따르면 포도는 무려 1억4000년 전에 처음 출현했다고 합니다. 빙하기를 거쳐 대부분 멸종하고, 3개 지역(동·서아시아, 북미)에 살아남은 포도종이 세계로 전파된 것이라네요.
포도 재배는 기원전 6000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생지인 터키 북부 지역에서 시작돼, 이집트 등 다른 문명권으로 확산됐다고 합니다.
1934년 세실 B. 드밀 감독이 제작한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가 포도송이를 들고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드밀 감독이 고증을 통해 당시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던 과일이 포도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네요. 미(美)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그녀가 풍부한 수분과 당 함유로 피부에 좋은 포도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겠죠.
우리나라의 경우, 원의 황제 무제가 고려 충렬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절요'에 언급돼 있습니다. 이후, 중국을 통해 유럽계 포도가 국내로 전래됐고, 1400년부터 재배화가 이루어졌다고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농서에 포도 재배법과 양조법이 소개돼 있다네요. 또 그림·벽화·기와 등 문화재에도 포도는 풍요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