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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5] 손끝에 세상을 전하는 '도서출판 점자'

일본으로도 수출, 정성들인 제작으로 경쟁력 확보

하영인·정태중 기자 기자  2013.08.21 11: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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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 명일동에 자리잡은 도서출판 점자는 사무실과 작업실이 붙어 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작은 진동소리가 공간을 메우고 있다.

특수인쇄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시 외주를 거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업실이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제본기와 코팅기 등 인쇄 설비를 갖추고 있어 1500부 정도는 자체적으로 너끈하게 생산할 수 있다.

"반은 수동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고 소개하는 육근해 대표는 부친이 시각장애인이었던 인연 때문에 직접 맹인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과 발전에 투신한 이다. 부친은 극동방송 장애인 재활프로그램 상담을 맡는 등 열성적으로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작업, 사명감으로

직원들이 손을 분주하게 놀리거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도서출판 점자의 작업실 내부. 촉각도서와 관련, 외국으로 수출하거나 현재 교섭을 진행 중일 정도로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 프라임경제  
도서출판 점자의 작업실 내부. 촉각도서와 관련, 외국으로 수출하거나 현재 교섭을 진행 중일 정도로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스라엘과 일본 등을 방문, 점자와 출판 관련 노하우를 살펴 보고, 3개월간 수천원만의 투자를 하는 등 노력 끝에 탄생, 이제 어엿한 전문기업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도서출판 점자. 당초 사단법인 장애인과사랑나눔본부의 사업단 형태로 출발해 2009년 분리 독립했다.

현재 매출은 연 12억원 가량으로 사회적기업으로는 2008년 지정받았다. 2009년 하반기 경향닷컴 유망브랜드 출판분야 대상을 수상했고, 서울시가 선정하는 더 착한 서울기업으로 2011년 인증받았다.

  육근해 도서출판 점자 대표가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육 대표는 경기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를 취득할 정도로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책과 도서관 운영 문제에 관심이 깊다. ⓒ 프라임경제  
육근해 도서출판 점자 대표가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육 대표는 경기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를 취득할 정도로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책과 도서관 운영 문제에 관심이 깊다. ⓒ 프라임경제

도서출판 점자는 이렇게 촉각도서 도입부터 시작해 보다 전문화된 사업체로 성장하는 길을 밟아 왔다. 일본에는 2012년 4월 촉각도서를 수출했다. 현재 유럽쪽으로도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육 대표는 설명한다.

기술력에 자신감,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모색

육 대표는 문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사명감과 봉사정신, 그리고 학업 과정에서 닦은 능력과 감수성 등을 융합해 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모색해 오고 있다. 팬시 브랜드 인 '따닷'을 시도한 점이 그런 아이디어 모색의 좋은 예다. 어떻게 하면 촉각도서를 제작하면서 획득한 기술과 능력을 이용,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촉각도서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을 확대할지 살펴보는 것이다.

  도서출판 점자의 책 제본 장면. ⓒ 프라임경제  
도서출판 점자의 책 제본 장면. ⓒ 프라임경제

육 대표는 수익을 더 많이 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도서 기부와 관련해 맹학교를 가면 아이들이 책을 끌어안고 "이건 내 책"이라며 좋아하고 다음 책은 또 언제 나오는지 묻는다고 한다.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촉각도서를 통해 달라졌다는 감사 인사를 특수교사들이나 학부형들로부터 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수익 창출에서 오는 어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정보 접근에 차별과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이런 저력을 전세계에 펼치고 싶다고 육 대표는 장기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