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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리천장 뚫은 이혜나 노무라 마케팅 상무

ELW 바로 알리기가 내 역할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아니다"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8.20 1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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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파생상품 전문가요? 저 전문가 아니에요. 다만 파생상품 중 하나인 주식워런트증권(ELW)이 대안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게 마케터인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LW는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거든요. 적합한 투자자가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기도 하고요."

20일 노무라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 본사에서 아시아 워런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혜나 상무를 만나 노무라에서 ELW의 의미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상무는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ELW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으며, 한국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여성 맨 파워로도 손에 꼽힌다.

'이대 나온 여자' '미국 유학파' '외국계사 여성 임원'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불구 그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노라고 겸연쩍게 웃을 뿐이었다. 이 상무는 "누구나 자신을 잘 파악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길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험고수익' ELW, 적격 투자자가 해야

"제가 담당하고 있는 ELW는 대단히 고위험 상품이에요. 그에 대한 책임도 느끼죠. 이 상품을 섣불리 홍보나 광고하기 보다는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투자에 적합한 분들이 투자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세미나에서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혜나 상무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굿모닝신한증권, 삼성증권, 하나은행을 거쳐 하나대투증권에 재직했다. 하나대투증권 재직 시 최연소 팀장으로 선임, 프라임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 정태중 기자  
이혜나 상무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굿모닝신한증권, 삼성증권, 하나은행을 거쳐 하나대투증권에 재직했다. 하나대투증권 재직 시 최연소 팀장으로 선임, 프라임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 정태중 인턴기자
노무라금융투자의 국내 ELW 시장 점유율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선두권을 앞 다투고 있을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 있지만 이 상무는 ELW 투자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노무라는 '건강한 ELW 세미나'를 개최, 투자자들에게 ELW를 정확히 알리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올 들어 2·5·8월 세 차례에 거쳐 ELW 세미나를 개최하고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사에서 진행되는 세미나는 처음 ELW를 접하는 초보부터 파생상품 규제나 방향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전문적인 투자자들까지 다양하게 참여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 상무는 한국에서 ELW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현지법인과 함께 장외파생금융상품 라이센스(면허)가 요구되고 있으며, 면허를 갖기 위해서는 처음 발행부터 마켓마이킹까지 한국지점서 이뤄지기 때문에 노무라증권에서도, 한국시장에서도 ELW는 꽤 의미 있는 상품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정책 일관성 홍콩서 배웠으면"

그러나 2011년 금융당국의 규제와 함께 ELW는 시장은 급속히 위축돼 갔고 거래대금은 20분에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LW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맡겨야 하고 넓은 스프레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이치증권, UBS증권 등이 ELW 시장서 손을 뗐다.

이와 관련해 이 상무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즉 정부의 규제는 타 국가에서도 강화되는 추세며, 이러한 문제보다는 정책 결정에 앞서 충분한 검토 없이 갑자기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그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고 귀띔했다.

"해외의 경우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에 국내와 동일하다고 봐요. 또 특정 해외국가에서  ELW를 투자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시험을 봐야 하는 곳도 있고요.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대한 자격을 충분한 검토하고 투자하게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책 결정이 일관되지 못하고 급변하기에 이에 대한 대응이 어렵더라고요."

그는 단적으로 홍콩의 예를 제시하며 홍콩 금융시장의 경우는 규제를 바꾸기에 앞서 최소한 1여년 정도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이러한 점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활동하기에 한국보다는 홍콩이 좋은 것 같다며 이러한 점을 보완하면 한국 금융시장도 세계서 주목받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늦은 유학? "더 늦어도 다녀왔을 것"

이 상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이끄는 주역이기도 했지만 인터뷰 도중 앞으로의 꿈에 대해 '현모양처'라고 답할 만큼 아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홍콩에 적을 두고 있는 그는 홍콩에 가족이 머물고 있다며 '일주일 이상 한국에 있기 힘들다'고 토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성격이 그런 건 아니지만 다이나믹한 환경을 즐기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때론 '너만 보면 정신이 없다'고 타박하시기도 하시는 데요. 금융 산업의 경우 타 부분에 비해 여성이 가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자산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요. 그리고 잘 맞다 생각하면 도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는 금융권 입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상무 스스로도 졸업과 동시에 증권사에 입사해 스물여덟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 미국 일리노일 공과대학서 금융공학 석사를, 서폭대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유학이 늦어진 건 유학자금 모으는 것 때문이었어요. 제 돈으로 다녀와야 했거든요. 당시도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더 늦었어도 유학을 떠났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거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이 상무는 글로벌 금융시장서 일하게 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가 브랜드에 대한 가치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먼 미래에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