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선박금융기금 논의, WTO 지나친 의식 '저자세' 논란

개별업체 지급은 '문제' 산업구조 전환이 '답'…검토 절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19 14:32:4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고 하지만, 지나친 조심성으로 문제를 그르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바로 선박금융 관련 이야기다. 정책금융 시스템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선박금융 관련 홀대가 심각해, 자칫 국제시장에서 우리만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합쳐지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은 현행대로 유지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선박금융 관련 조직을 세우는 안건이 좌초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해운보증기금 마련의 둘로 나뉘어 논의가 이뤄졌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논란 등으로 공사 설립 건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각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이 제시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자금 쓰면 문제 우려, 교과서적 접근에 힘 실려?

WTO 제소 가능성 등으로 공사 설립에 난항을 표하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기금 설립쪽 역시 '민간 자금 갹출'을 필요로 하는 원론적 의견 때문에 업계가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WTO로 분쟁이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보조금 논란이 일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차단하자는 의견들은 원칙적으로는 맞으나 지나치게 문제를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을 얻고 있다.

19일 예금보험공사가 밝힌 해운사 100개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이미 국내의 매출액 상위 해운사 100개 사 가운데 상당수(22개사)가 '고위험' 상태로 평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교조주의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정치인으로서 부산 지역 사정에 정통하고 해운 등 영역에 관심이 많은 이진복 의원은 입법조사처의 연구 결과를 입수해 이 같은 논쟁의 문제점을 적시하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문제로 실제 WTO 제소로 간 사건이 한 건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EU)는 2002년 10월 한국의 조선업체(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한라중공업 등)들이 수출입은행을 통해 선박금융과 선수금 환급보조 등 부당한 수출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시중은행의 부채탕감을 통한 구조조정 및 조세감면제도도 보조금 협정에 위배된다며 WTO에 제소했으나, WTO는 수출입은행 및 선박금융지원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수출보조금을 구성한다는 EU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2005년 내렸다.
   해운 및 조선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절실하나, 우리 당국만 지나치게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려는 적극적 대안 검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컨테이너항(광양). ⓒ 프라임경제  
해운 및 조선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절실하나, 우리 당국만 지나치게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려는 적극적 대안 검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컨테이너항(광양). ⓒ 프라임경제
다만, WTO는 개별 업체에 대한 일부 지급건에 대해서만 금지 보조금으로 인정했다(이는 제재시효가 경과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넘어감).

따라서, 만약 선박금융 출범의 실기로 인해 해운사의 부실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금융권이 큰 연쇄 파장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현재의 사정에서 이 같은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선박 등 관련 영역의 대출이 고정 이하가 되면 은행권은 대손충담금과 대손준비금으로 약 1500억원선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사들의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1.97%에서 2.05%로 0.08% 포인트나 급증하게 된다.

특정 기업체 지원주듯 하면 바로 제소, 오히려 전체 산업재편 밑그림 OK?

일각에서는 해운이나 조선 등 특정한 영역으로 제한하지 말고 지원의 금융기금의 혜택 폭을 넓혀 놓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인식 차이를 메울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 입법조사처는 이미 '조선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2009년 12월)에서 조선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미래지향적 구조전환 정책으로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하는 산업구조 전환 △기술개발 및 공동 마케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 강화 △조선·해운업을 위한 금융지원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이번에 논점으로 부각된 WTO 제소 이슈를 겪고 난 뒤 도출된 것이어서, 금융지원이 특정한 기업체를 돕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반영하면서도, 마케팅의 공동화에는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한편, 금융지원 등에서 현재 금융위원회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논지보다 더 넓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오히려 이때 "(당시의)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사업전환 정책을 포함하고 있지만, 부실기업의 퇴출 및 내실화에 치중하는 등 현재의 구조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현상유지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즉, 전체적인 방향을 그려보면, 오히려 선박과 관련한 해운 및 조선의 산업 밑그림을 미래지향적으로 그려가는 큰 틀의 산업구조 전환은 WTO 등에 제소되는 시비를 막을 여지도 큰 한편, 우리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꼼꼼한 문제점 분석은 기본적으로 온당하지만, 국내의 정책적인 고려가 몇 년새 지나치게 소극적, 퇴행적으로 흐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양(해운 및 조선 관련) 산업은 한 번 기회를 잃으면 그 사이클에 다시 올라타기가 상당히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 등 여타 국민경제 각 영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해운 및 조선업의 부담 폭탄을 해체하면서도 적극적인 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거시적 정책 모델을 만드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제기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