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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수 리콜'에 대처하는 현대차 태도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8.19 1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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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의 대표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DM)가 올 여름 장기간 장마로 인한 누수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현대차는 빗물 유입으로 실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싼타페 차량에 대해 무상수리와 함께 이례적인 공개사과를 했다. 하지만, 일이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리콜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자동차 누수현상은 명백히 리콜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며, 현대차는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 속에 자동차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번 무상수리는 이를 망각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누수는 단순한 침수를 넘어 차체 부식과 전기 계통 오작동 등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현대차 측은 조립라인에 문제가 있거나 차량의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리콜조치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항과 맞물려 싼타페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누수 사태에 대한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차량품질 및 AS 등에서 수출차량과 내수차량을 차별한다는 뿌리 깊은 불신마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현대차는 누수 관련 보증수리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조치조차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수리기간만 늘려 위기상황을 회피하려하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NF쏘나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싼타페 등 26만여대를 현가장치 부식위험에 따라 자발적 리콜을 단행했다. 제설작업 등을 위해 도로에 뿌려진 염분이 후방 서스펜션을 부식시킬 위험이 발견됐다는 것이 리콜 사유다.

국내시장에서 이런 차별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결함이 발생하면 자발적 리콜보다는 무상점검을 해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일일이 공지해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리콜보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만 실시하는 무상수리가 비용 등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상수리는 리콜을 기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셈이다. 실제 2011년 1~10월 사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의 리콜 및 무상수리 현황을 파악한 결과,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경우 무상수리 조치가 리콜보다 2.4배 정도 많았다.

무상수리에도 문제가 있다. 수리기간을 모르면 수리를 못 받는 일도 허다하고, 알았더라도 기간이 지나면 무상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저런 사안을 차치하더라도 무상수리와 리콜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동차 리콜 조치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의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여기에 현대차도 차량누수가 단순결함인지, 제작공정상 차체 구조적 변형에 따른 문제인지를 정확한 정밀점검으로 확인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물뿐만 아니라 안전도 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먼저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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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도 안 된 차량에서 누수가 발생했는데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무상수리를 해주겠다는 적반하장 격 자세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것이 기업 펀더멘틀(fundamental)을 키울 수 있는 왕도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