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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의 선택, 성장을 위한 신뢰회복에 힘을 모을 때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기자  2013.08.19 10: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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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즘 공정(公正)하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되어있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 누구나 동의하는 일반상식이 담긴 기준, 즉 잣대가 필요하다. 때로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공정의 척도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공정을 논하는 잣대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것에 따라 功(공)과 過(과)를 가려야 한다. 예로부터 공과 과를 가리는데 있어서는 항상 원칙과 유연성이 동시에 잣대가 되어왔다. 과에 비해 공이 클때는 과를 덮어주기도 하고, 공에 비해 과가 클 경우 공의 치하를 덜어내기도 하면서 합리적인 조정을 해왔다.

이것은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여 소위 대의(大義)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의 조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광주의 세계수영선수권 유치를 둘러싼 공과(功過)의 잣대는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앙정부의 대응은 몰상식하기까지 하다. 유치선정 당일날 광주광역시를 마치 불법을 자행하는 기관으로 매도하고, 유치확정 이후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히는 것은 전쟁 중에 아군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쏘아대고 승전한 이후에도 성과를 부숴버리려는 의도와 하등 차이가 없다.

물론, 공과를 묻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광주광역시가 진행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는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영선수권대회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광주시민의 한사람으로써 정부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들게한다. 절차상의 하자를 물어 광주시민들이 애써 이룩한 쾌거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향후 재정지원 불가라는 터무니없는 제재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 혹자는 경상도, 전라도를 빗대어 얘기하지만 굳이 지역감정에 기대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상식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광주시민들은 중앙정부의 불공정한 잣대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유치당일 있었던 공격만이 아니라 지원불가라는 입장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 조차도 긍정할 수 없는 주장이다.

국가의 발전은 지방의 성장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지역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존립이유이다. 특히, 국제대회, 스포츠가 갖는 경제효과는 엄청나게 크다는 것은 이미 많은 보고서들이 제시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0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가치 20조로 예측).

스포츠로부터 얻어지는 상징적인 홍보, 부대효과, 비가시적인 경제적 성과 때문에 기를 쓰고 국제대회를 유치하려하고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 선수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이번에 광주가 유치한 수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메가스포츠 영역이라는 점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격려하고 향후 지원대책을 공동으로 모색해서 국가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동반성장을 모색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국제수영선수권 대회는 과거 서울시가 두 번이나 유치에 실패한 메머드급 국제대회다. 그런 대회를 지방의 작은도시가 치열한 노력으로 유치에 성공한 것은 누가봐도 성과다.

과정상의 잘못을 눈감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소한 이러한 성과를 평가절하하거나 애써 심은 과일나무를 잘 자라도록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말라비틀어 죽도록 압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가 선택할 길은 하나다. 정부는 수영대회 유치과정에서 발생한 광주광역시의 過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광주시민이 애써 얻어온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평가절하시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지난 8월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수영선수권대회에 대한 광주의 여론은 앞으로 정부와 광주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국내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지역차별과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정부의 예산지원불가 방침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61.5%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행정적인 과실과 무관하게 정부지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은 상식이다. 광주시민은 '호남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상식적인 통치방식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다'는 말을 교훈삼아 지금 광주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중앙-지방간의 갈등, 지역 내 갈등이라는 균열의 위기를 지역의 성장과 변화의 새로운 기회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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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지방의 상호발전, 시민과 행정의 상호협력 등을 통해 신뢰경영의 코드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영대회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치를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고, 지역민들도 중앙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지방정부의 과오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는 협치방식이 아닌 신뢰회복을 통한 광주의 자긍심을 높이는 힘과 역동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