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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익처분 상여금' 법인세 판결 만시지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19 10: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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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법원이 최근 임원 상여금도 이익을 처분한 성격에 해당하면 법인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는 판결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익 발생에 따라 지급하는 임원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회계처리 시 비용으로 포함시킬 수 없어 법인세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관 주주총회, 사원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에 의해 결정된 급여 지급기준에 의해 지급한 금액'까지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 '구멍'이 있었다.

이를 절세 대책으로 활용해 일부 기업들은 "대표이사에게 임원 이익 상여금 배당 권한을 모두 일임한다"거나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식으로 정관을 만들어 세금의 적용을 회피했다. 거액의 임원 상여금을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제도를 악용했다는 뜻도 된다.

사실상 오너인 경우가 많은 대표이사에게 주는 상여금까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회사 법인체와 소유주를 분리하는 현대 기업 조직의 이념에 사실상 어긋나는 것이다.

지극히 한국적 경영 풍토에서는 모르겠으나, 이 같은 혼선으로 운영하는 것에는 형사법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세금 영역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다소 느슨했던 것을 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차차 정비해 나가고 있는 중이며 이번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스스로가 '경영 실적에 대한 보상인 상여금'인지, '이익을 처분하는 상여금 명목의 지불'인지는 더 잘 알 것이다. 실무상 보면,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지급했더라도 형식적으로 거수기 총회를 하는 경우 등이 많으므로 실질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고민 끝에 이번 판결에 녹여낸 셈인데, 기업하는 이들 스스로가 이런 사법부의 감시 시선을 받는 상황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말고도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비슷한 사유로 법인세 35억원 문제로 다투다 회사측이 패소한 케이스가 있다. 직원들의 급여나 하도급 업체를 챙기는 데엔 인색하면서 이 같은 CEO 챙기기성 비용을 수십억 규모로 회사가 짊어져 온 풍토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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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미국 CEO들의 꿈은 좋은 상품 아이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회사를 키워 비싸게 주식을 팔아 부자가 되는 것인데, 한국 CEO들은 회사에서 이 비용 저 비용을 빼 쓰는 재미를 더 크게 느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경영의 본질, 회사의 기본틀이 어디에 맞춰져야 할지를 생각해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리키는 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