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말말말' 어록 전성시대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8.16 17:59:06

기사프린트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 돌조각물. 이 서점 창업주인 신용호 선생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 이정하 기자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 돌조각물. 이 서점 창업주인 신용호 선생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 이정하 기자
[프라임경제]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 앞 돌조각물인데요. 책의 가치를 짧은 문구 안에 잘 담아 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는 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윽고 글귀에 끌려 서점으로 들어가 봤는데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러온 많은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더군요. 물론 서점이 시원한 이유도 있겠죠.

돌에 새겨져 있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구는 교보문고 창업주인 고 신용호 선생의 어록으로, 책과 사람의 순환적 관계를 담은 명언입니다. 이와 관련지어 문구가 지난 말이 힘, 어록에 대해 잠시 얘기해볼까 합니다.

어록은 위대한 인물이나 유명인의 말을 모은 기록이나 책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과거에는 고매한 학자나 권력자의 말이 주로 언급됐다면 최근에는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의 발달로 평범한 일반인의 말도 '○○어록'이라는 형태로 유행하고 있는데요. 어록은 처음 불교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참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선종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제자가 필록(筆錄)한 책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또 유학자 어록은 동시대의 문학이나 역사, 철학의 영향을 받아 학습의 방법을 바꾸기도 했다고 합니다.

단, 선종의 어록은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 해 가르침을 받는 자의 능력이나 소질에 따라 달리 해설했기에 제3자가 이해하기 난해한 것이 많았으며 자칫 논리성이 결여돼 보일 수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특정 개인의 발언을 모아놓은 어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근래는 유명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어록들이 유행해 바야흐로 '어록 전성시대'라고 불릴만합니다. 한마디의 말에 대중들은 열광하고, 계속해서 회자가 되고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록으로 회자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높은 학식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공감을 살 수 없다면 장황한 연설이나 공허한 주장으로 전락해 버리는데요. 반면 어린아이의 말이라 하더라도 대중의 공감을 얻으면 어록으로 등극, 스타가 되기도 합니다.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통한 8살 윤후 어록이 있는 걸 보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록 시대가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우려감도 있는데요. 최일구 앵커는 "일개 앵커가 말하는 게 무슨 어록이겠느냐"며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게 어록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