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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2% 부족한 금융지원책부터 고쳐야?

세금부담 문제 잘못 움직이면 '비용전가'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16 10: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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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바야흐로 전세대란이다. 집값 불안감으로 실제 구매가능층까지 전세 수요로 전환돼 수요는 늘었으나 저금리 기조로 전세금을 굴리기 마땅찮은 집주인들은 월세 전환을 원하면서 매물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제 전세를 살아야 하는 서민층은 외곽으로 밀리는 등 주거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당국이 세법개정 등 여러 제도 손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세심한 돌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를 둘러싸고 많은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 8일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수정되는 당혹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 단계에서 여러 논점에서 재차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후속 수정'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렌트푸어(전세 보증금 등 주택 임차비용으로 고통받는 사람) 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인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전세 문제 해법, 잘못된 수 놓으면 소비 위축까지 직격탄

전세 가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월세(반전세·사글세 포함) 비중은 21.6%로, 전세가구 비율(21.7%)에 근접했다. 월세 세입자는 늘고 있지만 그 혜택은 점점 줄고 있어 월세가 일반적인 서구형으로의 변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세를 급격히 월세로 전환하는 데에는 국가경제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전세가가 1% 오르면 민간의 소비는 장기적으로 0.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서민을 보조한다는 점 외에도 세계경제 침체 여파를 헤쳐나갈 경제원동력 관리차원에서도 전세대란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 논의 국면에서 우선 드러난 바를 종합하면, 전세자금으로 쓸 돈을 빌리는 것은 쉽게 하되 결국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모순이 지적되고 있어 논란이 거세게 인 바 있다. 국회에서의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이 영역을 세세히 점검해야 할 필요가 대두된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전세의 조세 정의라는 이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우선 같은 전세이지만 상가는 세금을 내고 주택은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전세 보증금에도 과세를 하면 형평성 측면에서 맞고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부수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메스를 본격적으로 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세밀한 검토를 하면서 장기 과제로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 과세가 중·장기적으론 맞지만, 그렇잖아도 전세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전세 물량은 더 부족해질 수 있다. 과거 전세의 임대차 보호 기간을 당국이 늘리는 수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전세값이 폭등하는 이상 현상을 일으킨 실례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결국 전세를 얻어야 하는 실질적 수요층에 대한 지원책을 금융 등에서 제공하는 우회적 해법에 먼저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관련 제도 준수하는 임대인과 서민전세수요자 금융혜택 절실 

이런 점에서 오는 23~27일 시중 6개 은행을 통해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한 정부의 아이디어가 한층 주목받고 있다.
   전세 대란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본질적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는 시장의 대세를 돌이키려는 대신, 전세 대란의 상황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혜택을 서민층에 집중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여수의 아파트 단지. ⓒ 프라임경제  
전세대란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본질적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는 시장의 대세를 돌이키려는 대신, 전세대란의 상황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혜택을 서민층에 집중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전남 여수 아파트 단지. ⓒ 프라임경제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대출받은 금융기관에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해 우선변제권을 주는 형태로 담보력을 강화한 이른바 보증금 담보대출이다.

기존 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일부 수정해서라도 편의성과 자금 조달을 증진하겠다는 결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에는 보완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첫째, 전세자금 지원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이면서도, 전세자금 대출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그 대상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전세금 마련 부담으로 주거하향 이동, 전세난민 발생 등 무주택 서민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전세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것을 도외시하고 소득요건면에서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과도한 대출 확대를 예방하자는 것은 타당하지만 이 같은 제한선을 현실화해야 한다는(혜택층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무엇보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를 전세증액 계약에만 적용하기로 했는데, 금융(LTV·DTI 완화)·세제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증액계약으로 한정한다는 구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계약 연장 갈아타기 등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다만, 실적에 따라 추후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당국의 입장 표시가 이미 있었으므로 수정 여부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정책자금을 통해 전세금을 낮추자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정책자금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관련 대출 등 금융지원을 할 때 일부 보조를 해 시중은행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강운태 시장이 현행 제도를 벗어난 과도한 전세금 인상 등을 규제하는 대신 이 같은 당근을 주자는 구상을 내놓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국 모델로 확장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일선지자체, 과도한 전세금 인상 감시 필요성에 '눈길'

12일 강 시장은 "집주인은 보통 시중 예금금리가 2.8%에 불과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정책자금을 활용해 전세금을 낮추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 시장은 "임대차보호법 취지를 보면 2년간 권리가 보장되고 이후 계속 살려는 세입자에게 5% 이상 인상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도 전세금과 월세금이 터무니없이 인상되고 있다"며 "사회 상규상 전세금과 월세금을 과다하게 인상하는 집주인(사업자)에 대해 세무조사 등 행정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적 제재라는 채찍 못지 않게 이 같은 제도적 규제를 준수하는 경우에 금융지원을 받을 때 현실적인 혜택을 집주인에게 부여하는 민·관간의 공조를 보장해 줘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규제 일변도로 전세의 시장을 이끌고 가기에는 이미 환경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전세라는 제도는 소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 본질적 변화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연착륙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시장안정이 어렵다면 부족한 여력을 서민층에 몰아주는 방안을 구사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