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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조금융 막는 보신주의 고치려면…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14 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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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창조경제'가 아직 확실히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각 산업 부문에서 이런 캐치프레이즈에 발맞추는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금융 영역에서도 난처함이 큰 것으로 보인다. 새로 화두로 떠오른 저수익시대, 저성장기조라는 문제 때문에도 창조경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기 동참하는 노력이 좀처럼 싹을 틔우기 어려운 점도 있고 금융은 원래 보수적인 영역이라 이 같은 창조 개념에는 적합치 않다는 항변도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보신주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금융권 전반에 일명 보수적 관리라는 검증된 안전 드라이브가 다시 횡행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금융사 205개사를 대상으로 '저금리시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대응전략'을 조사한 결과, 저금리시대로의 경영환경 변화가 수익성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65.4%가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한 업계의 분석과 반응을 보니, 저금리기조 장기화에 따른 요인으로는 '자금운용처 부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54.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수수료 인하 등 가격경쟁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27.3%), '시장성장성 정체'(13.2%),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강화'(4.9%)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돌파해야 할 텐데, 현재 진행하는 주력 사업 형태로는 대다수가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68.3%)고 답한 가운데, '다각화나 겸업화를 확대한다'는 의견은 13.2%에 그쳤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돈을 모아도 새로 굴릴(운용할) 곳을 찾기 어려운데, 이를 새 시장을 찾기보다 납작 엎드려 상황이 변할 때까지 버티자는 기류가 강하다는 것이다.

왜 이럴까. 일례로, 지금 전세가 시장에서 점차 사라지고 서민층부터 월세쪽으로 전환 국면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은행 등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세 관련 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금리도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최저 2.1% 수준, 전세자금은 4% 수준이다. 반면 월세 대출은 가장 저렴한 은행 금리도 5% 가까운 수준이고, 이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이 아닌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 월세를 조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도 펀드와 카드 판매 허용 등의 새 시장을 좀 열어주는 것일 뿐, 정작 충당금 완화 같은 본질적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이는 새로 위험성이 수반되는 일을 해 보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족쇄가 채워져 있음을 뜻한다. 물론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등에 빠져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주객전도의 위험성에 몸을 맡기지는 못하게 해야겠으나 현재의 관리 시스템은 이런 안전망 수준을 넘어선 감이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그리고 저성장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돈을 벌어 기존의 부실을 메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나 제도상으로는 이것이 사실상 어렵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민이나 중소기업 관련 지원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나오지만 현업에서는 거의 대부분 유야무야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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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확대 방안 강구라든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당 직원의 면책 보장 등을 주문처럼 외우지만, 실제로 처리 경과나 흐름을 보고 듣는 일선 종사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 그간 충분치 못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저런 현안 문제를 왜 일선에서 기피하는지 파악해서 당국이 (잠시 지난 정권 유행어를 빌리자면) '전봇대 한둘만 뽑아줘도' 바로 신성장 동력을 찾아 저수익시대를 돌파하려고 관심들을 갖고 나설 것이다. 3공이나 유신시대처럼 재무부 관료들이 금융기관들에게 말 한 마디로 방향을 그어주고 그게 먹히던 시대가 아니다. 창조라는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고 유도할지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