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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4] 청각장애인들의 꿈을 품다 '삼성 떡 프린스 1호점'

서울 단 한곳뿐인 떡 만드는 장애인재활시설… 청와대도 알아본 그 맛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8.14 08: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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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상도동 고갯길 중턱에 위치한 '삼성 떡 프린스 1호점(이하 떡 프린스)'. 이곳엔 떡 빚는 냄새 말고도 또 다른 향이 있다. 바로 사람 사는 냄새다. 다만, 부족한 게 있다면 '소리'다. 이곳 사람들은 말 대신 '수화'로 모든 소통을 대신한다.

"떡 프린스는 일반 떡집이 아니라 장애인직업재활시설입니다. 즉, 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을 시켜 그들의 자립을 돕는 곳이죠. 그냥 직업전선에 보냈다간 팽 당하고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유시영 삼성 떡 프린스 원장)"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떡 프린스는 2000년 9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삼성애니아트'로 시작해 이제는 의젓한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떡집CEO 꿈꾸는 떡 프린스 식구들

물론 사업 초부터 일이 잘 풀렸던 건 아니다. 애초 장애인들에게 애니메이션을 가르쳤던 떡 프린스는 그동안 여러 고비를 넘어왔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화를 그려주는 작업을 했었는데 시장 확보에 실패했어요. 청각장애인 같은 경우 언어에 약하거든요. 글도 세상 사람과 접촉해야 더 좋은 작품이 써지듯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교류를 통한 습득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못하는 거예요." 
 
   삼성 떡 프린스 1호점 가족들. 맨 오른쪽 목발을 짚고 있는 사람이 떡 프린스 수장, 유시영 원장이다. ⓒ 삼성 떡 프린스  
삼성 떡 프린스 1호점 가족들. 맨 오른쪽 목발을 짚고 있는 사람이 떡 프린스 수장, 유시영 원장이다. ⓒ 삼성 떡 프린스
결국 삼성애니아트는 사업을 시작한지 9년 만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장애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때부터 삼성애니아트 소속 사회복지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리가 불편하면 지팡이나 휠체어를, 팔이 불편하면 의수를 끼워주면 되지만 청각장애 경우 필요한 게 뚜렷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진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떡'이었다.

"떡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혼자 안 먹는다는 거예요. 누구든지 떡을 만들면 혼자 안 먹고 이웃과 나누던지 친지와 나누던지 해요. 그러기 위해서 떡을 하는 것이거든요. '나눈다'라는 우리나라 국민정서를 가진 게 떡이라서 빵 보다 귀하다고 생각했어요."

   유시영 삼성 떡 프린스 원장은 요즘 사회복지사가 아닌 떡 장사꾼이 다됐다고 한다. '떡 파는 일도 좋지만 복지를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에 늘 걱정이 앞선다. = 정태중 기자  
유시영 삼성 떡 프린스 원장은 요즘 사회복지사가 아닌 떡 장사꾼이 다됐다고 한다. '떡 파는 일도 좋지만 복지를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에 늘 걱정이 앞선다. = 정태중 기자
떡 프린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재활시설은 전국 약 450곳. 그중 서울에만 110개 시설이 있다. 그러나 그 110곳 장애인재활시설의 사업 아이템은 각기 다르다. 어떤 곳은 빵을 팔고, 또 어떤 곳은 쿠키를 팔며, 또 다른 어떤 곳은 케이크를 판다. 전국 450곳 중 먹거리를 파는 시설은 40여곳, 그중에서 떡을 파는 곳은 떡 프린스를 포함해 5개 시설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장애를 딛고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떡 프린스 같은 경우는 더하다. 100% 국내산 쌀과 무 방부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아무 떡이나 하나 사서 집에 하루 놔둬보세요. 그 다음날 보면 말랑말랑하니 먹을 만 해요.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고요. 삼일 째 되면 그때서야 조금 딱딱해져요. 그런데 우리 떡은 하루만 지나면 그냥 버려야 해요. 우리는 순 쌀로만 만들거든요. 밥을 해서 밥통에 안 넣으면 그날 점심은 먹잖아요. 저녁 되면 꼬돌꼬돌 하긴 하지만 라면국물에 말아서 먹든지 하는데 그 다음날 되면 아예 말라붙어서 못 먹잖아요. 그런 원리라고 생각하면 되요."

◆방부제·조미료·첨가제 'NO' 오로지 '손맛'

여기에 달지도 않단다. 상하지 말라고 넣는 설탕 한 스푼, 소금 한 스푼이 조미의 전부라는 게 떡 프린스 측 설명이다. 대신 떡 프린스는 가공하지 않은 단맛을 찾는 데 열중했다. 쌀을 오래 씹으면 베어나는 고유의 단맛과 콩을 씹었을 때 나는 단맛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방부제와 색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저녁에 굳더라도 정말 깨끗한 떡을 만들어 팔겠다는 다짐에서다.  

"유일하게 설탕 들어가는 떡이 꿀떡이에요. 그냥 꿀이 아니고 설탕을 녹여 거기에 깻가루랑 계피가루랑 해서 꿀떡을 만들죠. 떡이 2~3일 굳지 않게 하려면 방부제를 넣어야 해요. 함유량만큼만 넣으면 방부제도 해로운 게 아닌데 우린 그것마저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한계가 오는 거죠. 꿀떡인데 달지도 않고 저녁 되면 딱딱해 지니까 다음날 아침에 먹지도 못하고…"

이쯤 되면 한번쯤 방부제나 유화제를 넣을 만도 한데 떡 프린스는 단호히 '노'를 외쳤다. '당장 굶어죽더라도 양심 있게 살자는 게 우리 직원들 프라이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찾아온 피해도 적지 않다.

올해 있었던 국방부 의장대 납품 떡 선발대회 때 일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떡 프린스가 3표차이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유 원장은 "아쉽지만 떡 프린스 기업이념을 저버릴 순 없는 일"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청각장애인 5명으로 출발한 삼성 떡 프린스 1호점은 어느덧 직원 28명을 거느린 중견 떡집으로 발돋움 했다. 떡 프린스 1호점은 100% 국내쌀은 물론 무방부제, 무색소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 정태중 기자  
청각장애인 5명으로 출발한 삼성 떡 프린스 1호점은 어느덧 직원 28명을 거느린 중견 떡집으로 발돋움 했다. 떡 프린스 1호점은 100% 국내쌀은 물론 무방부제, 무색소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 정태중 기자
"우리들이 가져간 떡이 그렇게 단 떡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청년들이잖아요. 단 떡이 좋은 거죠. 경쟁업체서 내놓은 상품을 분석해 봤더니 약 40% 이상이 밀가루더라고요. 떡 같은 경우 쌀이 23%만 섞여도 분류상 쌀떡이라고 쳐줘요. 쌀 100%가 들어간 것도 쌀떡, 23%만 들어간 것도 쌀떡인 셈이죠. 그런데 밀가루가 들어가면 떡이 상당히 부드러워지면서 또 오래 먹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그 업체선 그 위에 생크림까지 얹은 떡케이크를 가져왔으니 청년들이 뿅 간거죠."

하지만 떡 프린스의 고집이 통할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인수위원회에 가래떡 1000상자를 납품하기도 했다.

"일반시장에선 우리 가래떡을 안 받아줘요. 다른 업체와 가격차가 3배 이상 나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아까도 말했지만 우린 100% 김제 이천쌀을 써요. 그러다 보니 중국산 쌀이나 부스러기 쌀을 쓰는 타 업체와 가격경쟁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대량 납품은 포기하고 지냈는데 얼마 전 대통령인수위원회서 떡국용 떡을 좀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초반엔 거절을 했죠, 비싸니까. 사정을 알고 나선 더 좋다는 거예요. 흔쾌히 좋다고 하니까 아,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삼일 밤잠을 새가며 1000박스를 만들어 납품했죠."
 
   삼성 떡 프린스 1호점 조리실. ⓒ 삼성 떡 프린스  
삼성 떡 프린스 1호점 조리실. ⓒ 삼성 떡 프린스
떡 프린스가 내세우는 것은 맛 뿐만 아니다. 위생과 관련해서도 철두철미하다. 위생에 민감한 국방부대 납품을 6곳이나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부대에 납품을 한다는 것은 위생상태가 뛰어나다는 거예요. 부대에선 보통 한 달에 한번 위생점검을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같은 경우 한 달에 6번 점검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러니까 위생적으로 안할 수가 없는 거죠."

이러한 고집과 자부심으로 떡 프린스는 여러 곳에서 인정받는 바른 먹거리 기업으로 발돋움 하게 됐다. 떡 프린스는 2010년 '식품경영 안전시스템 인증 ISO22000'를 획득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서울시로부터 안심떡집 인증을 받았다.


다음은 청각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궁금해 할 삼성 떡프린스 취업 문의사항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이한 것이다.

-우리 아이를 바로 취업시킬 수 있나요.
▲현재 정원초과로 곧바로 참여할 순 없습니다. 다만 현장평가는 정원과 무관하니 1차 현장훈련을 마치고 차후 자리가 생길 경우 현장훈련기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하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데 괜찮나요.
▲죄송합니다, 우리 기관은 청각장애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입소 시 대인관계 등으로 어려움이 있어 다양한 장애영역을 소화하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없나요.
▲사는 곳이 어디신가요, 혹 다른 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면 사는 곳을 알려주면 근처 직업재활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 등 서비스가 가능한 곳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자리가 나면 어떻게 연락이 되나요.
▲대기자 명단에 따라 이용순서가 정해집니다. 대기자 명단에 기록을 남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일할 수 있는지 한번 가 봐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방문하면 됩니다.

-필요한 서류준비가 늦어질 것 같은데 먼저 방문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후 꼭 필요한 서류니 준비가 되는 데로 방문 일정을 세워도 괜찮습니다.
 
-낮에는 방문이 힘든데 주말도 상담가능한가요.
▲주말엔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습니다. 단, 부득이한 경우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담당자에게 확인 부탁드립니다.

-서비스 이용료가 따로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별도 훈련비는 받지 않으며 일정한 절차 후 훈련생이 되면 도리어 월급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