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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유가격 인상논란? 교통정리가 우선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8.12 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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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우유제품 가격이나 유통비용을 강제적으로 줄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겠나."

최근 우유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우유가격 인상계획을 내놓으며 제기된 연쇄적인 물가상승 우려에 낙농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축산경영과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앞서 지난 1일부터 원유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 연동제가 시행되며 원유가격이 리터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12.7%) 올랐다. 이에 원유를 주원료로 사용해 우유 등 유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우유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 계획을 내놨다.

이후 8일 오전 매일유업이 예정대로 우유 출고가(공급가)를 올리며 가격인상 스타트를 끊었지만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소매가격 동결을 결정, 매일유업의 공급가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서 매일유업은 반나절 만에 공급가를 환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우유와 동원F&B 등 나머지 업체들은 가격인상을 잠정 유보했다. 

우유가격 인상은 통상 우유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에 공급가(출고가) 인상을 통보하거나 유통업체와 협의를 거쳐 이뤄진다. 이렇게 오른 공급가는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소매가격에도 반영돼, 이 역시 오르게 된다.

당초 대형마트들은 매일유업을 비롯한 우유 제조업체와 공급가 인상에 협의하고 소매가격 역시 인상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사실상 우유가격 인상자제를 요청하면서 대형마트들은 기존 가격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강제적 요청이자 과도한 규제로, 앞서 언급한 농림부 입장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물가인상을 최소화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그 방법이 다른 부처의 입장과 반대되는, 강제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농림부가 원유가격에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이 적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원유가 연동제를 도입, 그 시행에 따라 우유가격 역시 자율적인 조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나라, 두 정부가 아닌 이상 한 부처는 객관적 데이터에 기인한 조정을, 또 다른 부처는 강제적인 규제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상태로는 이제 막 시행된 원유가 연동제가 앞으로 더 많은 문제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은 원유가 연동제 도입 이후 기대효과에 부합하는지, 어떤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이들의 수정과 보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때다.

더 나아가서는 직접적인 가격인상 규제가 아닌 안정적인 우유가격 유지를 위해, 우유가격에서 과도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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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을 차지한다고 지적된 유통비용(유통마진) 저감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서 규용 농식품부 장관 재임 당시 우유 유통비용절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다면 강제나 다름없는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기에 앞서 가격인상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