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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보호무역시대 지식재산과 '특허 트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12 1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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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기업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특허 관련 분쟁에 기술력과 자본력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로 보호주의의 깃발을 드는 도구로 특허를 활용하는 등 특허전쟁이 세계 경제질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기업인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기운 판정을 내렸다는 의혹이 좋은 예인데요.

이 같은 특허 관련 분쟁과 특허를 공격 및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근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더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또, 특허를 활용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특허를 가진 이가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하는 투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근래 눈길을 끄는 지식재산(IP) 금융지원은 말그대로 무형재산인 특허 등 지식재산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자금의 지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허 등의 중요성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활용 등에는 관심이 없이 재산평가와 장래가치 등에 주력하는 셈입니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우량 IP중소·벤처기업 관련 금융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기업은행은 특허·실용신안·저작권 등 IP 우수기업에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KB국민은행도 'KB 기술창조기업 성장지원 대출'에 나선 바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IP기업을 포함해 유망기술 보유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평가 전담부서인 산업기술평가팀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언급한 '지식재산 전문투자 펀드' 조성 문제는 이런 금융권의 IP 관련 대출보다는 조금 더 특허의 활용면에 관심있게 개입하는 형태입니다. 전문투자 펀드 중 한 형태인 창의자본형 펀드는 세일앤라이선스백이나 단순매입 방식 등으로 지식재산권을 매입해 해당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게 됩니다.

세일앤라이선스백은 해당 기업이 지식재산을 일정기간 후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매각하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건물을 팔고 다시 자기가 그 건물을 세를 얻는 방식으로 쓰는 세일앤리스백과 유사한 것이지요.

하지만, 특허의 본격적 활용은 아무래도 특허관리전문회사(NPE)나 특허 트롤 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허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자체 보유한 특허기술 외에도 특허를 인수하는 전문적인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특허관리전문회사라고 부릅니다.

지주회사가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해서 이윤을 남기기 보다는 다른 회사들을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듯, 특허관리전문회사 역시 이 같은 특허 보유와 활용에 특화돼 있습니다.

유망한 특허들을 주워 담아 특허 분쟁에 대비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송을 대비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특허관리전문회사와 빈번히 협력하거나 혹은 직접 이에 투자해 세우기도 합니다. 국가 단위로 이런 업체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준정부기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국내 IP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이하 ID)에 100억원을 투자, 공동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습니다. 대만과 일본 역시 공공적 차원에서 전문회사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종 언론을 장식하는 특허 트롤은 그럼 어떤 경우일까요. 해커를 분류해 일반적인 해커와 악성 크래커로 구분해 부르듯, 특허 관련 전문회사 중에서도 소송을 거는 걸 목적으로 특허를 쓸어담고 '이 보유분 중에서 뭔가 되겠다' 싶은 걸 분석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소송에 나서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경우를 북유럽의 전설 속 괴물인 트롤 개념을 빌려와, 특허 트롤이라고 특히 부릅니다.

그러므로 특허 트롤과 전문회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경우엔 관점따라 보기 나름인 경우도 있겠습니다. 기업을 통째로 먹으려는 공격적 M&A냐 혹은 엔젤 투자냐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투자자 내심의 의사가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가되듯,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지켜봐야겠지요. 

면허를 빌려주고 혹은 융합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등에도 관심이 있으면 전문회사, 공격적으로 소송을 걸어 큰 돈을 받아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면 트롤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한편, 특허 트롤의 폐해가 심각하다 보니, 미국에서도 이 같은 행보를 규제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특허 관련 소송을 공세적으로 걸었다가 실패하면 소송 비용을 크게 물게 하는 법안을 마련하자는 소리도 나왔다고 하니, 앞으로 보호무역시대에서 특허 관련 분쟁이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