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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43] 할머니들의 '온정' 담은 우리의 맛

식당과 장류 판매로 일자리 창출, 후원 통해 반찬 나누기 동참

정수지·정태중 기자 기자  2013.08.11 15: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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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단순 노인 일자리 사업단으로 시작했던 가게가 점점 성장해 가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이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건강한 먹거리 지킴이' 온정.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이 곳은 언뜻 보기에 일반 식당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다른 어느 곳보다 정이 넘치는 가게다.

사회적기업 온정은 고추장이나 된장·간장 등 각종 장류와 장아찌 등을 제조, 숙성시켜 판매도 하며, 믿을 수 있는 농산물로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 식당과 반찬 매장을 운영한다. 이렇게 얻은 수익금으로 참여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온정 전경. ⓒ 프라임경제  
충북 청주시 온정 전경. ⓒ 프라임경제
  손맛이 가득 담긴 온정의 반찬들. 온정의 사업은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찬 나눔 사업 등을 지속하는 사회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손맛이 가득 담긴 온정의 반찬들. 온정의 사업은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찬 나눔 사업 등을 지속하는 사회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2009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고 2011년 12월에는 드디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로컬푸드 운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날갯짓을 이어오고 있다. 또 2012년에는 '착한가게',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김현숙 관장은 온정의 특징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늘 잊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  프라임경제  
김현숙 관장은 온정의 특징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늘 잊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  프라임경제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배울 점도 많아

20평 남짓한 곳에서 일자리 단체를 표방하며 시작했지만 현재는 행정, 생산직 등 체계적인 조직으로 발전했고, 작년 말 기준 1억9000만원이라는 연매출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물론 온정의 출발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국내의 수많은 반찬가게와 도시락전문점이 있다 보니 자리를 잡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온정의 종사자 평균 연령대는 60세로, 새로 부각되는 개념인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시키기가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김현숙 관장은 "노인분들이라서 걱정은 많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같이 지내며 배울 점도 많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건강한 지역 먹거리 사용, 고객 입맛 확 사로잡아

이렇게 어르신들이 일자리에 애착을 갖고 일하다 보니, 손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것이 온정만의 강점이다.

온정의 손맛좋은 근무자 어르신들과 지역에 거주하는 전통맛의 전수자가 협력하는 구조로 일하다 보니, 한번 온정의 맛을 본 고객들은 맛있다며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다른 가게와의 다른 온정만의 특색을 묻자 김 관장은 당당히 "국내산 재료 사용과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온정이 충청북도종합복지센터(서청주세무서 옆) 지하1층의 구내식당에서  입주사 직원분과 외부인을 대상으로 착한가격으로 7월15일 점심부터 제공하게 됐다. ⓒ 사회적기업 온정  
온정이 충청북도종합복지센터(서청주세무서 옆) 지하1층의 구내식당에서  입주사 직원분과 외부인을 대상으로 착한가격으로 7월15일 점심부터 제공하게 됐다. ⓒ 사회적기업 온정
  조리 장면. ⓒ 사회적기업 온정  
조리 장면. ⓒ 사회적기업 온정

대개의 경우 매출의 30% 이하로 식자재비가 들어가는 것이 안정적 수준이지만, 온정에서는 40~50%가 식자재비로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이 식자재비를 아끼지 않으면서, 로컬푸드 운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역에서 나오는 상품을 사용해 음식을 하다 보니, 맛과 함께 건강, 지역에의 기여라는 여러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관장은 "쇠고기는 어쩔 수 없이 호주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농산물은 꼭 지역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이런 노력이 널리 입소문을 타면서, 구내 식당 개업으로 이어지는 등(총북종합복지센터 구내식당) 지역사회의 믿음을 두텁게 쌓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 마인드 되새겨

  온정은 반찬 제조 등의 영역 외에도 장류 판매업에도 진출하는 등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사진은 온정 청국장. ⓒ 사회적기업 온정  
온정은 반찬 제조 등의 영역 외에도 장류 판매업에도 진출하는 등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사진은 온정 청국장. ⓒ 사회적기업 온정

이제 초창기 안착 단계를 막 넘긴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은 사회적기업의 길을 온정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 관장은 "기업의 이윤창출,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들지만 사회적기업을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익만을 바라고 사회적기업을 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사회적기업 가치 추구를 위해 운영하다 보면 나중엔 이윤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온정에서는 매달 공동모금후원은 물론 사회복지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 '노인돌보미' 사업을 통해 노(老)+노(老)케어라는 반찬지원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독거 노인들이 많다. 몸이 불편해서 여기까지 오기 힘든 부분도 많기 때문에 직접 우리가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점차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해 더 많은 사람들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온정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