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높아진 韓 경제 위기감 "주저앉은 인도 아니면 유신말기?"

돈풀이 한계 봉착 적신호…소비자물가 포함 관리능력 부재·정책 혼선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09 14:06:5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국경제 회복 여부를 놓고 불확실성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8일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회복을 시작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등 문제를 낙관만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8월 KDI 경제동향'에서 "최근 일부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경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표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해석론의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일부 긍정적 지표가 객관적으로 존재함에도 국민경제에서는 좀처럼 긍정적 기류가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이고, 이는 더욱 큰 문제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신 말기의 물가불안 상황 및 지표와 현실경제 괴리를 떠올린다. 또한 최근 중앙은행 총재의 문책성 교체 상황까지 이어진 인도경제의 추락 사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해결방안 마련에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타산지석식 접근도 유효해 보인다.

유신 말기 물가 앙등과 흡사 '박탈감 키울 가능성 커'

리먼 브러더스 위기 국면을 거치면서 우리 한국경제는 저성장에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국민들이 느낀 물가 수준이 과연 낮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내놓은 '식품물가의 국제 비교' 보고서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수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여기 따르면 한국의 2007~2010년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9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일본(2.5%) △프랑스(6.2%) △독일(7.2%) △영국(18.7%) △미국(8.2%) 등 주요 선진국의 지표와 비교하면 적게는 1.1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우리 국민들이 시달렸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기간 농산품의 생산자물가는 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원재료인 농산품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이유는 농산품의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됐다는 심각성도 내포한다.
   한국의 대표도시 중 하나인 부산의 빌딩 숲. 한국경제가 회복 국면을 안정적으로 주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의 출구전략 등의 파장에 말려 경착륙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집행 실패로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 신세계백화점  
한국의 대표도시 중 하나인 부산의 빌딩 숲. 한국경제가 안정적 회복국면을 달리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 출구전략 등의 파장에 말려 경착륙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집행 실패로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 신세계백화점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려면 일방적인 '지표 옥죄기(속칭 통계 마사지)'로는 근원적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경쟁 촉진이나 담합 규제 등으로 물가가 자연스럽게 안정될 수 있는 결정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결국 물가에 대한 불만이 정책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오일쇼크라는 큰 이슈가 겹친 유신 말기에 물가 앙등이 박정희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 상황을 비춰볼 때 정책적 관리능력 발휘가 중요하다는 견지다.

재정불안 회피말고 대기업 관련 세수확충·정책 지속신호 시장에 줘야

현재 정부는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국면에서 재벌 등의 압박에 일정 부분 후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세법 개정안 추진에서는 연구개발(R&D) 공제의 틀을 개편하는 등 대기업 과세를 늘리는 면도 일부 관측된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에는 중산층 특히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급여생활자를 쥐어짜는 세수 확보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경제회복을 위한 재정 확충에 자신있는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일정 부분 어중간한 봉합책으로 유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MB식 경제부양책을 박근혜정부가 답습, 재정적자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세수를 증대시킬 다른 방안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 프라임경제  
MB식 경제부양책을 박근혜정부가 답습, 재정적자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세수를 증대시킬 다른 방안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 프라임경제
그럼에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출을 좀처럼 줄이지 못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현 정부의 재정파탄을 경고하고 나선 것처럼, 현재와 같은 지출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홍 의원은 "현재 박근혜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정부 재정적자가 23조2000억원으로 이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예측한 올해 전체 적자 분 23조4000억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재정의 적자 문제는 조세수입 감소가 주된 이유다. 지금과 같은 세수 관련 접근으로는 문제 해법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특히나 현재와 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버거운데, 실제로는 더 높아질 여지가 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달 4일 서울 aT센터에서 '공공부문 재정통계 산출 방안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공공 부채 산출 방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공기업까지 합쳐 산출하면 재정적자는 더 심하게 나빠질 수 있다. 새로 계산한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75.2%까지 치솟는다는 추산 결과도 있다.

인도스타일 문제: 정책 자신감 실종·부채관리 실패는 타산지석

이미 민간 쪽 상태가 나빠져 재정적자를 키우는 식의 정책을 더 이상 뒷받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영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인 SC은행은 아시아 레버리지 현황 보고서를 통해 "SC은행은 한국을 고위험 국가로 분류한다"면서 "GDP 대비 비금융권 민간부문의 부채비율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윤은혜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및 가계부문의 채무상환 비율이 높은 수준이며 이로 인해 성장은 더욱 제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빚의 경제를 시현 중인데, 정부까지 단순히 돈을 푼다고 해서 호응할 수 있는 기조가 아니라는 뜻으로도 연결된다. 소비지수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점을 연상하면 이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정부가 브릭스 시장의 기린아 지위를 잃고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의 실패를 참고할 대목이 크다는 쪽으로도 연결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위기 이후 인도 정부는 GDP의 3%에 해당하는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했지만 후유증으로 2007년 GDP의 4.2%였던 재정적자가 지난해에는 5.6%로 늘었다. GDP 대비 재정적자의 단순한 수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감당 못할 수준으로 치고 나가느냐의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홍 의원의 지적이 상당히 유의미하다.

인도의 금리 관련 정책도 딜레마에 빠졌는데, 이는 우리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미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점과 흡사하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 염려된다. 오히려 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의 경제 사정 역시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에 따라 크게 출렁일 여지가 있고, 외국인의 이탈을 막을 뾰죡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금리를 좀처럼 만지지 못하는 부분도 유사시 카드로 아껴두려는 데 그치지 않고 속내는 이것이 사실상 세계경제의 급격한 재추락에 대응하는 마지막 카드라서 낭비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도 존재한다.

물가상승도 인도경제와 우리 한국경제의 데자뷰격 문제다. 인도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9.9% 올랐다. 폭등 수준에 가까우며, 이는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우리가 금리 카드를 쓰는 점에 크게 고심하는 상황과도 전혀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인도의 경제는 정책적인 신뢰성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주의 스타일이 가미된 정책을 쓰는가의 여부보다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점이 더욱 문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벌 관련 정책, 친서민적 접근과 경제민주화 등에서 모두 어물쩍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세수를 확보하는 점에서도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번 정부가 인도의 이 같은 정책적 기조와 외국 투자자들의 냉철한 평가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진단은 이런 이유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