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선상무지개학교 동행 취재기⑫] 중국인 횡포·준비부족 '왕짜증'

장철호 기자 기자  2013.08.08 22:53:08

기사프린트

   여덟 신선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봉래각. 중국 4대 누각중 하나로 절 보다는 선인들이 출몰한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장철호 기자.  
여덟 신선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봉래각. 중국 4대 누각 중 하나로 절 보다는 선인들이 출몰한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 장철호 기자

[프라임경제] 중국인들의 횡포와 도교육청의 준비 부족으로 짜증이 나는 하루였다. 특히 중국 여행사의 불친절과 상식 밖의 스케줄 변경으로 불평이 이어졌고, 중국 외교부의 횡포 등으로 애꿎은 중국 학생들만 하루 앞서 이별을 고했다.

또 선상무지개학교에 동행한 도교육청 오창수 주무관이 모친의 갑작스런 운명으로 급히 귀국길에 올라 주위를 숙연케 했다.

   봉래각 신선 벽화. =장철호 기자.  
봉래각 신선 벽화. = 장철호 기자

◆中 지정여행사 불친절·일정 임의변경 빈축…사전답사는 했나?

당초 8일 일정은 연태산공원과 봉래각, 등주수성, 고선박물관을 둘러보고 9일 오전 9시부터 출국 수속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9일 오전 8시 석도항에 대형 선박이 입항한다는 이유로, 9일 오전 7시에 출항할 것을 선상무지개학교에 통보해 왔다.

이로 인해 이날 일정은 봉래각만을 탐방하고, 오후에 7시경 출국 수속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제 공연 장비를 실을 때도 중국 세관이 1시간가량 출발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을 빚었었다.

이날 선상무지개학교 일행은 석도항에서 3시간30분을 달려 봉래각에 도착했고, 가이드의 현장설명 없이 30~40여분 정도 헤매다 다시 3시간 30분을 달려 석도로 되돌아왔다. 이날 봉래각 입장료는 140위안. 우리 돈으로 2만5000원 정도다.

대다수 학생들과 교사들은 차라리 자유시간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 순천박람회와 완도해조류 박람회를 홍보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이드와 운전기사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고함수준의 답변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기를 포기한 듯 보였다.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에어컨을 켜달라는 요청에도 강한 어조로 거부하고, 과반수 이상의 승객이 승차한 뒤에 시동을 켜는 느긋함을 보였다. 중국인들이 '갑'이고 선상무지개학교는 확실한 '을'이었다.

또 중국 현지 여행사 에이전트가 시간을 줄인다는 이유로 스케줄을 임의 변경해 선상무지개학교를 힘들게 했다. 적산법화원과 장보고 기념관을 갔을 때 장보고 기념탑과 명신(明神) 관람을 생략하고, 30분 이상 오르막 등산코스인 철차산에 간 것도 대표적 주객전도 사례다.

또 오후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유로 야생동물원 견학 코스를 중간에 멈춘 것 역시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 코스인데 말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중국 국가공인 여행사(에이전트)를 통해 계약했고, 사전 답사 때도 아무런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으며, 갑작스런 중국 외교부의 태도 변화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일정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일정이 너무 긴박하게 흘러간 데다 교육목적과 동떨어진 곳이 많아 사전답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상무지개학교에 참가한 한 교사는 "지난해는 일본 오사카와 교토, 중국 톈진, 베이징을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정말 짜임새 있고, 대접받고 다녔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올해는 정반대"라며 "그 나라의 특색을 알아보는 견학코스, 국제감각을 키울 수 있는 장소 섭외가 아쉽다"고 말했다.

   선상무지개학교 중국 학생 수료식후 지도 교사들과 기념사진 촬영. =장철호 기자.  
선상무지개학교 중국 학생 수료식(새누리호)후 지도 교사들과 기념사진 촬영. = 장철호 기자

◆ 중국 외교부 일정 변경으로 중국 학생들 하루 앞당겨 떠나

중국 외교부의 출국 수속 일정 변경으로 애꿎은 중국 학생들이 하루를 앞당겨 선상무지개학교를 떠났다.

지난 3주간 선상무지개학교와 동거 동락했던 지도교사 1명과 중국학생 10명은 출국 수속이 끝난 뒤 2시간 이내에 배를 떠나라는 중국 외교부의 통보를 받았다. 당초 9일 오전 중국 학생들에 대한 수료식을 할 예정이었던 선상무지개학교는 갑작스런 중국 외교부의 통보에 수료식을 앞당기고, 긴 이별을 고했다.

중국 외교부의 통합 수료식 거부 방침에 따라 새누리호와 새유달호의 수료식이 별도로 거행돼 아쉬움이 컸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정들었던 친구·제자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수료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중국 학생들은 안재욱의 친구를 부르며, 한국 학생들과의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교사와 학생들은 석도항 인근 여관에서 묵은 뒤 9일 오전 선상무지개학교의 출항에 맞춰 배웅할 예정이다.

한편 선상무지개학교 일행이 봉래각으로 향하고 있던 10시경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국제항해에 동행한 오창수 도교육청 교육진흥과 주무관의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것.

중간에 버스에서 내린 오 주무관은 상해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어머니의 빈소로 향할 예정이다. 오 주무관 모친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