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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천의 역사 돋보기] 남원 황산대첩 축제와 태조 이성계 장군

안천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기자  2013.08.08 1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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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8월15일은 전라북도 남원의 운봉에서 황산대첩 축제가 거행되는 날이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헷갈리고 의아스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황산대첩’이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역사지식인 때문이다.

황산대첩은 그 것이 바로 ‘친일사관’ 침략역사 교육의 대표적인 존재라 그러하다. 일제당국은 중일전쟁을 도발할 무렵으로서, 그들이 망해서 쫓겨 갈 즈음에 특히 역사날조 교육을 많이 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황산대첩이다.
 
요즘 일본의 아베, 아소 다로, 하시모토 등이 역사 왜곡을 하여, 동북아의 큰 국제문제가 되고 있는데 역사 조작은 일본의 대표적 고질병이다. 온 세계가 다 아는 것도 생떼를 쓰듯 거짓말로 우기는 것은 일본이 망조가 들 때면 항상 있던 일이었다.  20년 경제 침체와 후쿠시마 쓰나미 참사가 겹치면서, 일본이 B급 국가로 전락하는 위기감이 일본병을 강하게 촉발시킨 것이다.
 
오늘날 일본은 지구촌 전체가 개탄하는 정신대 성노예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해 오히려 온 세계적 쟁점을 스스로 만들며 적극 홍보를 해주고 있다.
일본이 처절하게 망하며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탄 투하를 재촉했던 때와 무엇이 다른가?

지구상에서 없어질 나라를 미국이 크게 아량을 베풀어 살려준 은혜는 깨끗이 잊고, 아무 잘못 없이 미국의 원자탄 세례를 받았다는 황당한 일본병 ‘역사협심증’은 망국 직전과 똑같다.
 
일본이 패전을 재촉할 당시의 학교 교육에서는 전격적으로 한국 역사상의 유명한 승리라면서 3대첩이니, 4대첩이니 하는 새로운 강의내용이 등장했다.
그것은 살수대첩, 한산대첩, 황산대첩에다 귀주대첩까지를 포함한 교육내용이었다.

당시 사범교육을 받은 원로 선생님들은 누구나 그 날조 과정을 잘 알던 것이었다. 별안간 공문까지 보내면서 황산대첩을 바꿔서 가르치라고 강조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태조 이성계 장군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깎아내렸고, 계백 장군을 최고의 장군이라며 비정상적으로 별안간 추켜세웠다. 더구나 특급전범 천황의 항복선언 6개월 전에는, 끝내 남원 운봉의 황산대첩비를 파괴해 버리는 경악할 폭거도 자행하였다. 도대체 그 것이 무엇이기에, 그런 역사왜곡 폭력을 휘둘렀던가?
 
일제당국은 당시에 황산대첩을 작심하고 날조했다. 사실상 3대첩, 4대첩 운운하는 것도 황산대첩을 날조하려고 내세운 신조어에 가깝다.

그 분류 기준도 뚜렷하게 정해진 것이 없고, 일제 강점당국이 작위적으로 무작정 내세운 것에 가깝다. 황산대첩이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 장군의 찬란한 승리였고, 일본의 참담한 패배였기 때문에 그런 황당한 역사 왜곡을 무모하게 자행했던 것이다.
 
그래서 백제시대 계백 장군의 황산(黃山)벌 전투를 크게 강조했다. 계백 장군은 일제당국이 이성계 장군을 왜곡 비방하기 위해서, 조연 배우로 등장 시킨 인물에 가깝다.

원래는 이성계 장군만을 비방할 것이었는데, 계백 장군이 참패한 곳도 발음은 같고 한자만 틀린 것에 착안하여 간교하게 악용했던 것이다.
 
당시 선생님들은 느닷없이 계백 장군이 등장함에 대단히 의아해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계백 장군을 단지 삼국시대에 등장하는 하나의 역사적 인물 정도로만 보았을 뿐이다. 유난히 특출하게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졸지에 패전지장이 위대한 영웅으로 돌변하는 데에 큰 의아심을 가졌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계백 장군의 황산벌 싸움은 5000명의 정예 결사대를 허망하게 전멸시키며, 백제왕국의 망국을 초래한 참패였다. 대첩은 어불성설 억지 용어이고,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처절한 참패였다. 더구나 계백 장군의 가족까지 몰살시키며 자결한, 가족동반 자살까지를 과잉으로 미화한 이해할 수 없는 자살극, 자멸극 이었다.
 
패전지장 계백 장군을 너무나 미화시켰다. 그런데도 계백 장군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일제당국의 잘못된 날조 교육내용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영화까지 만들며, 대대적 선전을 하여 국민의식을 혼란하게 오도시켰다. 이 나라는 현재도 사실상 식민지 잔재 의식구조에 찌든, 원색적인 추친일 세태이다. 그런 기막힌 상황이니까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백은 대단한 장군이고, 이성계는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장군이라며 우습게 아는 것이다.

너무나 잘못된 ‘친일사관 고정관념’에 맹목적으로 짓눌려 이성을 잃고 있다.
 
그래서 위대한 황산(荒山)대첩은 거의 망각된 전투와 같이 됐다. 고려말 왜구의 침략은 문자 그대로 거대한 떼도둑의 벌떼 같은 약탈, 공격이었다.

그것은 그 시대로서는 거의 임진왜란, 경술왜란에 맞먹는 것이었으나, 극도로 축소되고 왜곡됐다. 사서에도 나타난 ‘침략이 극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좀도둑 왜구들의 ‘하찮은 전투’로 격하시켜 버린 것이다.
 
고려 말의 ‘여말왜란’ 수준이 맞는 학술용어인데도 극도로 축소되었고, 아주 별 볼일 없는 왜구 떼와의 ‘시시한 전투’ 같이 된 것은 일제 당국이 악의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그 전투를 노래한 서사시 ‘용비어천가’를 엉터리 거짓말이라고 조롱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국어 선생님들은 용비어천가를 ‘국문학적으로만 중요한, 엉터리 노래’라고 그대로 가르친다.

오로지 그것이 일본군을 처참하게 전멸시켜 격퇴한, 태조 이성계 장군의 위대한 승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왜곡시킨 것이다.
 
황산대첩 터는 현재 전북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에 있다. 거기에는 커다란 ‘황산대첩비’가 당당하고 장엄하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아무리 찾아볼지라도, 그렇게 당당한 승전비가 서 있는 곳이 어디에 또 있는가?

그렇지만 왜 거대한 승전비가 그 곳에 우뚝 서 있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한국인은 별로 없다. 거의 다 추친일 역사 교육에 찌들어 맹목적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를 창업한 위업을 호기 있게 노래한 거대한 서사시 ‘용비어천가’의 출발지에 해당하는 그 곳은, 그렇게 추친일 압박 체제 그대로 짓눌려 있다. 잔혹 무비한 친일사관에 압살당한 대표적 유적지가 바로 그 곳이다.
 
그 곳에서는 매년 8월15일에 남원시 운봉읍에서 씨름, 윷놀이, 백일장, 노래자랑 등을 포함한 황산대첩 축제를 거행한다. 하지만 이 나라의 적지 않은 역사가 그러하듯, 황산대첩 역사는 특히 약소한 소꿉놀이 같다.

올해가 제28회째라고 하는데, 일본의 악의적 왜곡사 그대로 그 동네 사람들만의 한적한 시골행사 축제에 가깝다. 누란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찬란한 역사를 짓밟고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겠기에, 이성계 장군의 위대한 항일전쟁 대첩을 처절하게 탄압하고 왜곡시켜, 망각된 전쟁으로 몰아간 그대로 참담하게 남은 것이다.
 
오늘날에 운봉읍 마을사람들이라도 힘을 모아 축제를 벌이며, 탄압받은 기구한 역사를 되살려 기억하려는 노력이 갸륵하면서도 기특하고 애처롭다.

운봉 사람들의 황산대첩제는 흡사 현대판 항일전쟁과 같다. 결연한 자세로 단호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크게 박수를 보내고 적극적으로 칭찬할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상적이라면, 운봉을 뛰어 넘어 남원시가 나서서 주최해야 할 일이다. 아니 전라북도가 나서서 도지사 주관 하에 행사를 확실히 진행해야 옳은 일이 아닐까?

그렇다.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국가행사로 승격되어야 옳은 중차대한 행사가 맞다. 이 나라 어느 곳에 이토록 위대한 ‘대첩 전승지’가 또 있는가?
 
황산대첩 터는 특히 일본의 역사왜곡, 역사침략이 집요하게 자행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국가 최고의 항일전쟁 성지로 재탄생 되어야 하겠다. 약 3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일본의 역사왜곡이 시작되자 온 나라가 분노하며 독립기념관을 만들었듯이, 금번에는 운봉에 거대한 역사교육장을 만들어야 하겠다.

장엄한 황산대첩 기념관도 만들고, 다양한 행사도 벌이며 운봉을 항일 애국성지로 확실히 승격시켜야 하겠다.
 
황산대첩은 운봉, 남원 그리고 전라북도나 호남지역의 애향심 차원을 넘어서는 민족적 자부심이어야 한다. 학생들 교육에서도 철저히 강조되는 영광스런 구국의 대첩으로서, 한산대첩, 살수대첩, 귀주대첩에 비견할 최상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 어찌 운봉의 소꿉놀이로 치부하는가? 아직도 추친일 체제를 묵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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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번 8월15일의 황산대첩 축제를 맞아서도 우리는 아베, 아소 다로, 하시모토의 망언에 격노하며 흥분만 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여기저기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최고의 민족성지 황산대첩비를 친견한 사람은 별로 없다.

전국 곳곳에서 거의 다 반나절 한 나절이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지리산 둘레길 출발지로서, 아주 경치가 수려하고 좋은 곳인데도 영영 잊혀진 땅이다.
 
아직도 한국사 최고의 황산대첩 성지를 모르면서,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인가? 아직도 우리들은 진정한 한국인이 되려면 멀고도 멀었다.

안천 (서울교육대학교 한국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