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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잠시 고개를 내밀던 2주 전 어느 날 관악산 TV송신소 옥상에서 바라본 전망. = 나원재 기자 | ||
2주 전 평일, 다행히도 햇볕이 잠시 고개를 내밀던 어느 날 관악산을 오를 일이 생겼습니다. 어린 시절 관악산 기슭에 둘러싸인 동네서 자랐던 터라 오랜만에 찾은 이곳이 정겹기만 합니다.
사진 속 장소는 관악산 연주대 근처 지상파TV 송신소 옥상인데요. 이곳을 오르기까지 마지막 '깔딱고개'서 조금 힘들었지만, 옥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숨 가빴던 산행도 단숨에 보상해주는 듯 했습니다.
지상파TV 송신소는 여의도에서 제작되는 모든 지상파 방송을 받아 빛의 속도로 전국에 전송하는 곳으로, 자세한 얘기는 많지만, 대부분이 대외비라 간략한 설명만 넣겠습니다.
아무튼, 이날 옥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그간 장맛비를 잊을 만큼 마음까지 탁 트일 정도로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그만큼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을 곱씹어봅니다.
서울에서 좋은 경치를 내려다보려면 가시거리가 우선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대기오염도와 습도가 낮은 맑은 날씨에서 파란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자니, 대기 중 먼지가 씻겨 가시거리가 좋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맛비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는데요. 우연이 아닌, 원인에 따른 결과로, 이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던 배경엔 장맛비가 원인을 제공한 탓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연론과 인과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연론은 법칙적 인과 관계를 부인한, 세계의 발생과 발전, 질서는 궁극적으로 모두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는 이론입니다.
반면, 인과론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명한 이론으로, 논리적 관계와 특징을 가지며, 어떠한 일에 대해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빗대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배경엔 이날 산을 오른 우연도 있지만, 장맛비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맞습니다.
이러한 우연론과 인과론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물에도 여지없이 적용됩니다. 드라마를 예로 들자면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만남을 두고 우연으로 풀이할 수도, 그들의 사전 배경이 만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는 인과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최근 회자되고 있는 정치·사회·경제 이슈들이 청렴해 보이는 하늘에 유독 부끄러운 모습을 내비치는 듯 했습니다.
자세한 속 풀이는 여기서 또 접겠습니다만, 우연론과 인과론에 최근 상황을 더하니 아무래도 원인과 결과가 쏟아지는 현실에 우연론을 지지할 수 없을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