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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스마트한 세상, 천국 or 지옥?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8.06 11: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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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지정된 '학교폭력'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데요. 가해학생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가 하면 폭력성이나 정신적 압박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과 학교폭력의 상관관계는? = 이보배 기자  
카카오톡과 학교폭력의 상관관계는? = 이보배 기자

학교폭력 이야기와 상관없을 것 같은 사진에 의아하실 텐데요. 네, 맞습니다. 사진 속 여학생은 '카카오톡'을 하고 있네요. 모두 알고 있는 데로 카카오톡은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친구들과 채팅은 물론 사진을 비롯한 각종 파일도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합니까.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카카오톡이 학교폭력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경찰청에서 발표한 신종 학교폭력 유형을 살펴보니 스마트한 세상이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고 있더군요. 먼저 '와이파이셔틀'입니다. 과거 '빵셔틀'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힘이 없는 친구에게 매점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일컫는 것인데요.

와이파이셔틀은 약한 친구에게 휴대폰 와이파이를 켜게 한 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낮은 요금제를 선택합니다. 또 스마트폰 대중화로 어딜 가든 와이파이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어 비싼 요금제로 가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와이파이 서비스가 되지 않는 곳, 인터넷 사각지대에서 바로 와이파이셔틀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데이터는 초과하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신발셔틀'입니다. 예전에는 가해학생들이 직접 피해학생의 신발과 옷을 뺏어가곤 했습니다. 현금을 상납하게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고 합니다.

신발셔틀은 가해학생이 갖고 싶은 옷이나 신발 모델명을 피해학생에게 알려주고 피해학생이 인터넷으로 주문 후 가해학생 집으로 배송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피해학생이 직접 주문해 발송했으니 나중에 들키더라도 가해학생 입장에서는 "내가 억지로 뺏은 게 아니다. OO이 사준 것이다"고 발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왕따, 일명 '카따'가 있습니다. 왕따, 은따, 진따 비슷한 용어가 참 많이도 나왔었는데요. 

카따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폭력입니다. 여러명의 가해학생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카카오 스토리에 피해학생 사진을 공개하고, 원색적인 욕을 하거나 비방 댓글을 올리는 등 이를 서로 공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피해학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라는 공간에서 공개적인 폭언에 노출돼 있는 것입니다.

최근 학교폭력 중심에는 공교롭게도 와이파이, 스마트폰, 인터넷이 있습니다. 신속하고, 편리한 줄만 알았던 스마트한 세상의 뒷모습이 놀랍지 않으십니까? 누군가에게는 정말 편리하고 재미있는 스마트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목을 죄는 지옥 같은 공간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