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성들의 졸업선물과 취직선물로 가장 인기 있는 전기면도기.
전기면도기는 크림이나 젤을 얼굴에 바르고 면도해야 하는 날 면도기에 비해 충전만 하면 손쉽게 수염을 깎을 수 있어 편리함 때문에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모터의 힘으로 돌아가는 면도날에 수염이 깎이는 특유의 소리 때문에 전기면도기를 쓰는 마니아층도 두터운 편이죠.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이 980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필립스가 60% 이상 시장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어 브라운, 파나소닉, 조아스전자 등이 뒤를 잇고 있죠. 해외브랜드가 전기면도기 시장 점유율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조아스전자는 유일한 국내 토종 브랜드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면도기는 다리 제모용으로나 가끔 사용했었죠. 하지만 최근 이 면도기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사연이 있어 지금부터 아름답고 기특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조아스전자' 남성들에겐 익숙하겠지만 '무엇이 그리 좋기에 사명까지 '조아스'라는 투박한 이름을 달았을까'하는 마음에 무심히 넘겼던 기업이었죠.
하지만 조아스라는 세련되지 못한 이름만큼이나 기업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기술하나로 일관되게 외길인생을 달려온 장인이 있었기에 해외브랜드로 넘쳐나는 면도기 시장 속 토종브랜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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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준 조아스전자 회장. ⓒ 조아스전자 | ||
전기면도기는 '날'과 '망'의 기술력이 생명입니다. 날의 절삭력이 훌륭해야 깔끔한 면도가 가능하고, 망은 날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주는 보호의 역할도 하지만 날과 피부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수염이 깎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합니다.
수염이 깔끔하게 잘 깎이지 않고, 때로는 수염이 뜯기는 현상이 생기는 것도 모두 날과 망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오롯이 기계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오 회장은 학업을 마치고 입사한 회사에서 계속해서 단순 업무가 주어지자 답답함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그의 자질을 눈 여겨 보던 부품 수출회사에 이전 월급의 '3배'라는 파격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기술 관련 업무를 익혀 나갑니다.
하지만 회사는 부도가 났고 평소 전기면도기 부품과 작동원리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망설임 없이 설계 도면과 사업 계획을 들고 자금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자금을 마련한 그는 본격적으로 'Made in Korea' 면도기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죠.
1980년대 전기면도기가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정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을 당시에는 앞 다퉈 수입 면도기를 모방해 찍어 내는 것만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그는 보다 혁신적인 날과 망을 만들어 내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묵묵히 최고의 전기면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헌신은 시장 개방 후 수입브랜드 물량공세가 시작되자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단순히 모방에만 열을 올리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파는 것에만 주력했던 업체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면서 종국에는 조아스전자 홀로 살아남게 된 것이죠.
이제와 돌아보면 외산의 역습에 힘없이 쓰러진 국내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텨 준 조아스전자가 고맙기도 합니다. 오 회장은 오늘도 회사 한 켠에 마련된 기술연구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전기면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한 털 한 털' 장인의 혼이 담긴 전기면도기.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무심코 들곤 하는 전기면도기는 바로 이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지금도 전기면도기 및 전자 이미용 기구 판매 진열대를 살피면, 조아스전자 제품은 투박한 디자인으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성능보다는 디자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여성에게 조아스전자가 낯설 수밖에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죠.
하지만 해외브랜드의 공세에도 불구, 지금도 토종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날을 기다리며 제품기능과 성능향상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을 '외날 인생'의 우직한 장인을 생각하면, 이제부턴 애정 가득한 눈길로 조아스전자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