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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민병두는 왜 장세동 아닌 쓰리허를 택했나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8.01 15: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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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제2의 '쓰리(3)허'로 칭하며 공세를 펼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민 의원은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전두환 정권 시절에 허삼수·허화평·허문도 등 소위 쓰리허가 국정을 농단했는데 (이들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했는데요.

민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수장인 남 원장은 '별 중의 별'이며 이 수석은 '수석 중의 수석'이라고 합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호가호위하는 인물이라는 평입니다. 민 의원은 "이들 세 사람이 국정 농단의 트라이앵글이 돼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쓰리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데, 5공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꼽히는 개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장세동 전 대통령 경호실장 등과 함께 상당한 브랜드화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민 의원이 국정원과 정당정치(의회정치), 그리고 청와대로 흩어져 있는 이들을 이 쓰리허로 연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언을 한 민 의원은 5공 시절 제헌의회 사건 등 여러 공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바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입니다.

민 의원이 내놓은 이번 발언은 그래서 '귀태 발언'보다도 더 거명된 인사들에게 상처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든 어쨌든 간에 상대를 '게임의 끝판왕'으로 인정해 주는 여지를 두는 것과 아예 제대로 된 정권이 아닌 곳에서 간신배 노릇을 한 인사쯤으로 규정하는 혹은 거기에 비유하는 것과는 정치적 해석에서 볼 때, 결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는 동질화가 있는데, 이번에 민 의원의 분개는 그래서 순수히 민주화운동을 한 인물로서의 의분과 시대정신에서 내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정치공학적 의미 또한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시청 앞 장외투쟁 현장에 나와 있다. ⓒ 프라임경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시청 앞 장외투쟁 현장에 나와 있다. ⓒ 프라임경제

5공 시절 청와대 중요 인물을 기억하는 분들 중에는 '허삼수+허화평+허문도'의 집합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으나, '허삼수+허화평+이학봉' 조합을 기억하는 경우도 꽤 있을 겁니다.

이씨를 지목하는 이들이 그르다고 볼 수 없는 게, 이 인물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을 역임했기 때문입니다. 80년 초 정국에서 이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 어떤 중요한 비중을 감당했을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 사람의 허씨라는 쓰리허 용어로 묶어 버리면, 쿠데타군에서 역할을 한 이씨보다 언론인 출신인 세번째 허씨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용어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고 스토리를 만드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쓰리허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언론인부터 군인까지, 부정한 일에 앞장선 인사들이라는 카테고리화를 통해 국정원부터 여당 관계자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굳이 '장세동 카드'를 쓰지 않은 이유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머릿수가 안 맞고요. 또 장 전 실장 카드를 쓰면 문재인 의원이 문제가 됩니다. '문재인=비겁쟁이=장세동만도 못한'이라는 새누리당의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문제가 생기지요.

새누리당은 NLL 의사록 분실 상황과 이후 대처에 관련, 문 의원이 '5공의 사나이' 장 전 실장보다 비겁하게 처신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략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비노 대 친노로 갈려 이번 사초 정국에 대해 민주당이 서로 내부적 갈등을 겪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의리남 장 전 실장에 세 명의 인사를 엮을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윤 원내수석부대표 같은 경우 '급이 안 맞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여지가 있습니다. 이정현 수석은 대선 무렵 공보단장으로 대야 공격수로 나섰습니다. 청와대에서 주군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힙니다. 장 전 실장과 비견해도 (본인이 달가울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 비중상으로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 같은 경우 수행단장으로 현장 유세를 포함한 모든 일정을 당선인과 함께 했으나, 그렇다고 '장세동급'으로까지 보긴 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쓰리허 같은 경우가 스토리텔링에 가장 적당하고, 이렇게 브랜드를 붙여 버리면 가장 눈엣가시 같은 세 인물을 겨냥하기도 좋은 것이지요. 민 의원이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국정조사로 국정원을 개혁하려 했는데 이들 때문에 국정조사가 변질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한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상대방 3인을 '농간'을 부리는 인사쯤으로 엮으려는 계산까지는 아니어도, 박근혜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기 위해 철저히 이번에 3명을 철저히 깎아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처리하려는 경우에 쓰리허 이상의 라테르가 또 어디 있을까요.

참고로 민 의원이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에 은연 중 녹아들어간 고심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휴가철, 정치 냉소주의의 시민들에게 민주당은 유약하다는 평을 부술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강경파나 온건파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을 완전히 깰 정도여선 안 되는 점을 강조하는 온건파 그리고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마지막 채널은 열어놔야 한다는 점 등 생각할 문제는 그야말로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런 여러 점을 생각해 보면,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래의 정치 상황에서도 왜 '(삼국지연의의 악질 환관들인) 십상시'니 '(5공의 실세인) 쓰리허'니 하는 개념들이 회자되어 왔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한심하게만 보고 탄식하고 끝낼 일도 아니죠. 가장 중요한 인물을 위해(혹은 주연 중심으로) 나머지는 모두 조연 간신쯤으로 생각하고 그때그때 판세 정리를 하는 냉혹한 면도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런 브랜드화를 통해 적을 미워하면서도 적의 또다른 일부분과는 말과 술을 섞을 경우를 두는 집단적 의미가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귀태 발언보다는 이번 쓰리허 케이스가 더 세련된 제스처라는 평도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