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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역 인근. 다리를 잃은 비둘기가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고 애처롭게 서 있다. = 이정하 기자 | ||
[프라임경제] 며칠 전 퇴근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날 저녁은 약속이 있어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는데요. 역 앞은 이미 퇴근길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로 입구부터 붐볐습니다.
저도 사람들 틈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요.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한 쪽 다리 잃고 애처롭게 서 있는 모습이 마음이 걸리더군요.
초등학교 시절, 포스터에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그리곤 했던 비둘기가 이제는 '처치곤란' '애물단지'로 변질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평화의 상징에서 도심의 유해동물이 돼 버린 비둘기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비둘기는 지금까지 평화의 상징으로 불려왔는데요.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교의 세계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를 보면, 홍수가 끝났는지 알 수 없었던 노아는 귀소 본능을 가진 비둘기를 밖으로 날려 보냈고 이내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와 홍수가 진정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고대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불려온 비둘기가 '평화의 새'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1950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1949년 공산당이 세계평화회의 홍보 차원에서 파블로 피카소에게 포스터 제작을 의뢰했고, 이듬해인 제2차 국제평화옹호국제회의에서 '비둘기'가 공식 포스터에 등장, 평화의 새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했다고 합니다.
오랜시간 동안 우리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불려온 비둘기의 수난은 현대 들어 시작됐습니다. 뛰어난 번식력을 가진 비둘기가 도심 속에서도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비둘기가 아토피나 폐렴 같은 질환을 옮기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린 것이죠. 지난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이후 '비둘기 수난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영국에서는 늘어난 비둘기를 줄이기 위해 사료에 피임약을 섞거나 천적인 매를 방생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으며, 스위스에서는 비둘기 알을 수거하는 방법 등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비둘기 둥지를 흔들어 부화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이 시행됐다고 합니다.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새에서,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새로 전락해 버린 비둘기가 새삼 안쓰럽습니다. 과거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라는 작품을 통해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됐다"고 비둘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