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기자본(이하 RBC)비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손해보험은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하이카다이렉트와 LIG손해보험도 자본 확충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 회장 교체 등으로 유상증자 계획이 보류됐던 KB생명도 유상증자를 재추진할 계획이다.
RBC비율 하락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보험사들의 보유 채권 평가이익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보험사들이 금리하락을 예상하고 보유 채권을 '원가'로 계산되는 만기부증권에서 '시가평가'를 적용하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대거 돌려놓는 바람에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한번 분류하면 2년 동안 바꾸지 못하는데, 저금리를 맞아 선제 대응한 조치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출구전략에 오히려 독이된 것이다.
◆RBC비율 200% 미만 '수두룩'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리 급등으로 보유 채권 평가이익이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당국 가이드라인인 150% 비율까지 내려왔다.
RBC비율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험사들의 핵심 건전성 지표다. 비율이 100%라면 한번에 모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금융당국은 150%이상 RBC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200% 이상이 되면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KB생명의 RBC비율은 160.2%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며 KDB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도 각각 187.1%, 182.1%로 200%를 넘지 못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하이카다이렉트가 140.2% 가장 낮았으며 한화손해보험(155.2%), 에르고다음다이렉트(156.6%)도 금감원 권고 기준인 150%에 가까웠다.
LIG손해보험도 177%로 전분기대비 5.4%p RBC비율이 하락했으며 메리츠화재(183.1%), 롯데손해보험(186.5%)도 200%를 밑돌았다.
◆자본 확충 서두르는 보험사
상반기 CEO교체 등의 이슈가 마무리되며 RBC비율이 떨어진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며 이를 오는 9월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다.
이미 RBC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진 하이카다이렉트도 다음번 RBC비율이 공시되는 9월말 전에 RBC비율을 다시 끌어올릴 계획이다. LIG손해보험도 후순위채 발행의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생명도 유상증자를 재추진한다. 그동안 KB금융지주 회장 교체 등으로 3000억원 유사증자 계획이 보류됐었지만 인사가 마무리되며 2000억원 미만 규모로 유상증자가 재추진되는 것이다.
한편 롯데손보, 흥국화재, 메리츠화재 등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 자본 확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올 상반기 1000억원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아비바그룹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리금융 자회사 CEO인사가 지연되며 취소됐다. 현재 우리아비바생명은 7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대주주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도 CEO가 교체되며 유상증자 검토가 무산됐다.
한편, 금융당국이 내년 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던 RBC 신뢰수준 강화 방안의 연기를 검토하며 RBC비율 하락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던 보험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은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RBC의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올리는 방안을 내년 말까지 시행키로 계획했으며 업계에서는 신뢰수준이 당초 계획대로 상향조정되면 RBC비율이 30~50%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업환경 악화를 고려해 금융당국도 좋은 질의 자본을 요구했던 이전과 달리 후순위채 발행도 허용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보험업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기 힘든 만큼 이에 따른 자본 확충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